어긋나지 않는 슬픈 예감
작년 여름,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저혈당으로요. 급박한 순간이었습니다. 구급차가 오고, 어머니는 다급하고, 친지분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지나가던 동네 주민 분이 발견해 구해주셨기 망정이지, 어머니는 이렇게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드셨다고 말하실 정도였습니다.
아버지는 15년 전 당뇨병으로 고생하셨고, 그후로도 계속 병원에 다니셨습니다. 하지만 관리를 잘 해오셨기에 걱정은 되어도 불안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가족들은 난리가 났죠. '요즘 밥을 잘 못 드시더라', '혼자 둘 수 없다', '어디 갈 때마다 말하고 가시라', '당 떨어지는 일은 적당히 하시라' 등등.
정작 아버지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만 반복하시더군요. 본인 걱정을 본인이 가장 하질 않다니.
그냥 그대로 둘 수 없었습니다. 임시방편으로나마 아버지 손목에 갤럭시워치를 채웠습니다.
'낙상 시 긴급 연락 기능' 이유 하나만으로요. 긴급 시 119와 가족 전화 번호 자동 연결되도록 설정하고요. 물론 비상 연락을 받을 일이 없어야겠지만요.
하지만 슬픈 예감은 벗어나지 않습니다. 지난 2월 긴급 문자를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보냈지만, 아버지가 보내지 않은 문자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던 중 문자 하나를 받았습니다.
"도와주세요. 워치 착용자가 낙상하였고, 응답이 없어요"
손을 떨며 전화를 걸었습니다. 조금 긴 신호음이 이어지다가, 받자마자 하시는 말은
"응~ 아무 일도 없었어. 괜찮아. 괜찮아."
밀려오는 안도감에 다리가 다 풀렸습니다.
제가 연락하기 전에 119와 어머니의 전화도 받으신듯 합니다. 한바탕 하셨겠죠.
갤럭시워치가 알려준 낙상자의 현재 위치는 친구 분의 사무소입니다.
분명 노시다가 탁자에 걸려 넘어지시고는, 별일 아니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기계가 거짓말할리는 없으니까요.
만약 아버지가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 계셨던 곳으로 구급차가 출동했을 겁니다.
지켜야만 하는 골든타임을 위해
우리는 뉴스를 보며 사고와 재난 앞에 골든타임을 말합니다. 그리고 안타까워하죠.
그 골든타임이 제 앞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제 안타까움을 넘어 반드시 지켜내야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스마트워치는 똑똑한 시계라기 보다 골든타임 경보기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당신과 당신 가족의 골든타임은 지켜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