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요약] 최근 양당 대선후보들이 동시다발로 꺼내 든 ‘공공 택시앱’ 발언과 함께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택시’ 서비스 독과점 문제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카카오 택시 외에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자체를 싸잡아 ‘과도한 수수료로 폭리를 취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다. 양당 후보의 공공 택시앱 발언은 택시 업계의 표를 의식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해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업계의 불만에 손을 들어주는 ‘포퓰리즘’이 과도할 경우 혁신을 저해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대선이 채 2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양당 대선후보들의 공약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며 때로는 한쪽에서 특정 공약을 발표하면 다른 쪽에서도 그와 비슷한 공약을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정 이해관계집단의 표를 고려한 공약도 적지 않은데, 최근 양당 대선후보들이 동시다발로 꺼내 든 ‘공공 택시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공공 택시앱과 함께 다시 소환된 것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택시’ 서비스라는 점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카카오 택시 외에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자체를 싸잡아 ‘과도한 수수료로 폭리를 취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발 골목상권 침해와 갑질 논란이 이슈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카카오 택시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들이 각 분야에 존재했던 고질적인 문제들을 혁신적으로 해결한 점은 간과되고 있다.
카카오 택시 독과점 문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후보의 경우 지난 16일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에서 열린 ‘개인택시운송 발전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참석해 “규모가 클수록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전국 단위 호출 앱을 공공이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집권 시 공공 택시앱 추진 입장을 밝혔다.
운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앞서 지난 8일 택시업계와 정책감담회를 연 자리에서 “택시 플랫폼 사업이 독점화 돼 이익의 엄청난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것은 대단히 불합리하고 국민의 상식에도 맞지 않다”며 “정부가 어느 정도 재정을 투입해 플랫폼을 만들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공통점은 두 후보 모두 카카오 택시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공 택시앱과 관련한 양당 후보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조금은 결이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후보가 문제로 지적한 것은 “플랫폼 회사들이 플랫폼 중 잘되는 것을 골라 직접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를 ‘불공정 경쟁’으로 지적했다. 택시 호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직접 가맹 택시를 내세운 카카오모빌리티의 문제는 업계와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도 지적된 문제다. 이른바 ‘중개자가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공공 택시앱 역시도 '중재자가 플레이어로 나서는'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윤 후보의 경우는 카카오 택시의 과도한 수수료를 정조준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 택시앱 플랫폼을 만들면 된다’는 것은 엄연한 시장 개입이다. 이는 과거 서울시의 ‘제로페이’ 경기도의 ‘배달특급’ 등 공공앱이 시장 개입 행위라고 지적해 온 국민의힘 정책 노선과도 결이 다르다.
이렇듯 각각의 이유로 양당 후보의 공공 택시앱 발언은 택시 업계의 표를 의식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카카오 택시의 독과점 문제는 지난해 4월 시행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내용과 그에 따른 논란을 복기하면 정책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여지를 발견할 수 있다.
당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의아한 부분은 플랫폼중개사업자에게 플랫폼 이용 요금을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굳이 꼽자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에 신고 하는 것 외에 별도 제한은 없었다.
결국 이를 근거로 카카오는 지난해 6월 국토부에 변경된 요금제를 신고한 뒤 논란이 된 ‘스마트 호출’ 요금제를 시행했다.
당시 국토부는 개정안을 통해 이용자 선택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 호출’ 요금제를 중단에 이어 골목상권 침해 역풍을 맞으며 위기에 몰렸다.
즉, 문제를 일으킨 주체는 카카오모빌리티지만, 단초를 제공한 것은 법과 제도의 무신경함 이었던 셈이다.
공약과 혁신을 저해하는 포퓰리즘은 달라
양당 대선후보들이 공히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는 카카오 등 플랫폼에 종속된 택시 기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며 기존 업계 종사자들과 마찰을 빚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당 후보들이 주장하는 플랫폼 종속에 따른 택시 기사들의 어려움은 주체만 다를 뿐 플랫폼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이른바 과도한 사납금 문제다. 택시 회사에 종속된 기사들이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승차거부, 승객 골라 태우기 등을 해 왔다는 것은 오래도록 제기됐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였다. 개인택시 역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장거리 고객을 골라 태우거나 빈차로 돌아와야 하는 목적지 고객을 태우지 않는 등의 편법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카카오 등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였다. 택시는 무작정 기다리고 오는 것을 잡아타는 것, 승차거부를 해도 어쩔 수 없고 때론 ‘따블’ ‘따따블’을 외쳐서라도 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고객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편을 느끼는 부분) 해결한 것은 카카오의 택시 호출 서비스였다.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해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업계의 불만에 손을 들어주는 ‘포퓰리즘’이 과도할 경우 혁신을 저해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20년 국회에서 통과된 ‘타다 금지법’을 들 수 있다. 아이러니 한 것은 현재 양당 대선 주자들이 주장하는 카카오 택시의 과도한 시장 지배 상황, 그로 인해 불거진 수수료 문제 등은 ‘타다 금지법’으로 어쩌면 카카오 택시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었던 타다 서비스가 중단 된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 택시앱, 정부가 하면 잘 될까?
카카오 택시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항해 티맵모빌리티의 ‘우티’ 서비스, ‘타다 금지법’ 이후 ‘타다 넥스트’로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VCNC 등의 사업자들이 있지만, 이미 막강한 카카오 택시 락인(rock-in) 효과에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 대선 후보들의 ‘카카오 때리기’는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공공 택시앱의 성공 가능성이다. 플랫폼 서비스는 강력한 마케팅과 홍보, 서비스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고민, 종사자 관리 및 고객 관리가 동시에 이뤄져야하는 복잡한 사업이다.
게다가 이미 부산, 수원, 진주, 인천 등 지자체 주도의 공공 택시앱이 다수 운영 중이지만, 자동결제 시스템 미비와 낮은 경쟁력으로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들 공공 택시앱을 비롯해 앞서 언급된 서울시의 ‘제로페이’, 경기도의 ‘배달특급’의 공공 앱은 일부 소기의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민간 서비스와 경쟁이 안될 뿐 아니라 지자체나 정부가 직접 운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사업자를 선정해 대행하는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결국 특혜 시비가 일어날 여지가 크다. 또한 적자가 날 시에는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기존 산업과 마찰을 빚고 있는 신사업계에서는 “정부는 본연의 역할인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관리·감독과 지원을 잘 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후보의 말처럼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 질서만 제대로 확립한다면, 지금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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