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서, 아니 생활을 하면서 공기 처럼 꼭 필요한 인터넷이 느리고 답답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KT의 10기가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으로 이런 질문을 해보게 됐습니다. 사실 지금 일하는 사무실에도 가끔 인터넷이 느려지거나, 잠깐씩 끊어지기도 합니다. 그럴때면 옆 자리에 있는 동료에게 "너도 안 돼?"라고 묻고는, 이걸 핑계 삼아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곤 합니다. 바로 몇일 전에도 일어났던 일입니다.
생각해 보니 번듯한 건물에 속도도 느리지 않은 기업용 인터넷 상품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면 안되는 거였습니다. 일하는 데 있어서 원활하고 빠른 인터넷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품질 관리는 매우 중요한 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인터넷 연결이 안되면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어갔습니다.
인터넷 서비스에는 최저속도 보장제도 등 품질관리 기준이 있습니다. 논란이 됐던 KT의 10기가 인터넷 역시, 이론상 최대속도가 10Gbps라는 거지 실제 이 속도가 구현되지는 않습니다. 통신3사 인터넷 서비스의 최저보장속도는 기준 속도의 30~50% 수준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기가 인터넷 최대 10G'의 최저보장속도는 3Gbps입니다. 최대속도에 미치지 못하지만 3Gbps만 되면 통신사가 책임질 일은 없다는 겁니다.
이번에 한 유튜버가 제기한 논란 처럼 최대속도의 100분의 1 수준인 100Mbps 속도 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됐고, KT가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KT는 공식 입장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실수라고 설명하고 사과했지만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T 자체 조사 결과 10기가 인터넷 상품 가입자 중 24명이 이러한 품질 저하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양정숙 국회의원의 경우 500메가(Mbps) 서비스를 테스트해 봤더니, 최저보장속도인 250메가에 못 미치는 95메가 속도가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비싼 요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터무니 없는 실수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으니, 소비자 피해가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부도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인터넷 상품 전반에 대한 품질 전수 조사 방침을 밝히는 등 논란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에 대한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김현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T 조사 이후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전수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고, 다른 상품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통신3사는 이번 전수 조사로 서비스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그동안 인터넷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게시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객관적인 수치는 없지만, 이번 논란으로 드러난 것은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의 '기준 속도 대비' 품질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소비자 스스로 인터넷 속도를 올리는 팁 공유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KT 인터넷 속도를 올리는 방법(팁)을 소비자끼리 공유하기도 합니다. (통신사의 품질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는 반증이죠)
일례로, 클리앙 팁과강좌 게시판에 올라온 팁을 보면, <500M/1G/2.5G/5G/10G 상품을 사용하는데 속도측정 시 100M으로 나올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라는 팁이 올라와 있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만약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속도가 느리다면, 먼저 각 통신사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속도 측정을 하면 됩니다. 정확한 측정 값이 나온다고 하니, 간단한 프로그램 설치를 한 후 직접 한번 해보시면 좋습니다.
다만 fast.com, speedtest.net 등의 사이트는 사설로 운영되는 사이트로 측정 서버의 네트워크 정보를 알 수 없고, 웹 기반이기 때문에 브라우저 성능 등에 따라 실제 속도보다 더 느리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 정확하지 않다고 합니다.
KT 100M 초과 상품인데도 100Mbps로 속도가 제한되는 경우에는, 고객센터를 통하지 않고 http://access.olleh.com에 접속합니다.
그 다음 각 지역 페이지(***.internet.kt.com)로 리디렉션 되면서 아래와 같은 페이지가 뜨는데 사용중인 부가서비스에 볼드처리된 텍스트를 클릭합니다. 이후 아이디에 reset 비밀번호에 reset1을 입력합니다.
이후 인증 처리 중이라는 메시지가 뜨고, 10초 정도 기다리면 모뎀 재부팅 없이 속도가 원래대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래도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면 모뎀을 재부팅하거나, 그래도 안된다면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 합니다.
인터넷 설치 기사도 별 다른 대책이 없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통신사가 특정 사용자에 대해 혹은 거짓 광고로 작은 이익을 거두기 위해 고의적으로 속도 저하를 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편법을 동원해 높은 비용의 요금제 가입을 시키는 행태가 있습니다.
건물의 설비상 한계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소비자에게 가입을 하게 만드는 관행 등이 문제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설비 자체가 500메가 정도로 제한돼 있는 곳이 있지만, 1기가 서비스 가입 신청을 그대로 받는 사례가 있습니다. 현재 규정은 1기가 상품일 경우 설치시 기준속도가 800메가 이상 나와야 하는데, 아파트 밖에서 측정을 하는 등의 편법을 써서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엔 소비자들이 속도 측정을 하면 낮은 속도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위에 소개한 것처럼 소비자 스스로 리셋을 하는 것도 방법이고, 고객센터를 통해 초기화(리셋)을 하거나 설치 기사를 불러도 리셋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는 통신사의 유선인터넷 시설 투자 부족 탓입니다. 현재 통신사는 5G 등 이동통신망 투자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투자 지연 문제가 겹쳐있고, 정부의 강한 5G 활성화 대책 압박 탓에 유선인터넷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습니다. 통신사의 주된 먹거리 또한 이동통신에 집중돼 있고, 미래 먹거리는 '탈통신'에 근거한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몰려 있습니다.
한 인터넷 설치기사의 인터뷰를 보면 "통신사가 시설 증설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기존 시설을 활용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주장합니다. 그는 유선 인터넷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광케이블 수용률을 넓혀야 한다고 설명하는데, 통신사는 수용률에 과부하가 걸리면 증설 대신 '리셋'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인터넷이 약하면 미래 산업도 약하다
이는 비단 KT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가 모든 통신사의 서비스 조사에 나선 이유도 각 회사별로 비슷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해서 입니다. 유선인터넷 기반의 IPTV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인터넷이 없으면 기술 혁신도 없습니다. 오늘날 혁신적인 IT 서비스의 근간은 인터넷 인프라가 깔려 있습니다. 이동통신 서비스 역시 탄탄한 유선인터넷 망 위에 서비스가 되는 것이죠. 통신사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콘텐츠 플랫폼 역시 그 근간은 유선인터넷 망입니다.
그런데 시설 투자비를 아끼고자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인터넷 서비스에 소홀하다면 통신사는 경영철학의 기본을 망각한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경영철학이 빈약한 기업이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