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더욱 민감해져야 할 브랜딩

조금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난 4월 온에어된 갤럭시의 영국 광고가 화제입니다.

'새벽2시 여성 조깅' 갤럭시 광고에…영국 발칵 뒤집힌 이유

새벽 2시에 여성이 조깅을 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는데, 삼성이 여성의 안전에 둔감하고 비현실적이라는 현지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잠깐 광고를 빠르게 훑어보시죠.

먼저 깊은 어둠이 내리깔린 새벽 2시, 한 여성은 침대에서 일어나 갤럭시 워치로 시간을 확인하고 운동 채비를 마치고 길거리로 나갑니다. 그리고 어둠 속 거리로 뛰어나가죠. 홀로 가로등이 비추는 길을 뛰어가고 있습니다.

어두운 거리에는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도 간간히 있고, 누군가는 클럽에서의 파티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 이 여성은 길거리를 '건강하게' 뛰어가고 있습니다.

간간이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있지만 여전히 혼자 뛰는 장면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함께 조인하여 뛰는 무리도 있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자전거를 탄 남자와 조우하고 홀로 긴 강의 다리를 건너며 종료됩니다.

어떠셨나요? 사실 문제가 되었다고 말하기 전까지 문제라고 느낄만한 부분이 없긴 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한국에서 살고 있고, 남성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밤늦게 혼자 한강 드라이브를 가도, 어릴때 혼자 1시30분에 마친 독서실을 나와 집으로 갈 때도 위험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요. 아마도 위험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한국과 외국의 문화차이도 존재하고요. 늦은 시간까지 활동하고 보다 세계적으로도 치안 수준이 높은 한국 기준으로 볼 때는 새벽 2시 운동은 충분히 있을 법하지만, 대부분 8~10시 유흥가가 종료되는 해외에서는 새벽 2시 여성 혼자 운동을 한다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느껴질만합니다. 각 국가마다 현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는 존재하니까요.

삼성의 광고 의도는 "모든 사람의 개성을 응원하고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자유를 기린다"였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현지에서 기획 및 광고 제작하고 라이브 컨펌을 거치는 과정에서 필터링 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역 광고를 라이브한다 했을 때, 삼성전자 본사 브랜딩 검수가 있었을텐데 이와 같은 국가와 성별에서 오는 사회적 치안 인식 차이를 경험하지 못한 이유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이와같은 이슈는 현재진행형인데요. 현대카드X무신사 콜라보의 광고에서도, GS편의점 광고에서도 남성혐오로 오인될 수 있는 그림이 삽입되어 곤욕을 겪은 경험이 있습니다.

담당자나 실무자입장에서는 억울하거나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일수록 현재 시사적으로 얼마나 첨예한 갈등과 차별적 표현들이 존재하는지 캐치하고 인지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마케터가 무슨 일을 하느냐고, 그저 만들어 놓은 제품을 돈들여 여기저기 광고 돌리는게 다가 아니겠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품의 매출 볼륨을 키우는 것만이 마케팅의 역할은 아니고, 나아가 마케팅의 과정에서 고객에게 브랜드의 품질을 떨어트리지 않으면서 고객의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관점에서 개발자들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데이터엔지니어들이 새로운 데이터 툴 분석을 공부하듯, 마케터들은 더욱 트렌드에 민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본 기사의 원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쓰는 워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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