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데이터 시각화’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막대 차트, 파이 차트 등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화면이 그려지실 텐데요. 데이터 시각화는 데이터를 활용해 그 안에 숨겨진 사실을 드러내는 용도로, 대부분 평면 형태의 화면으로 구현되곤 합니다. 혹시 수치와 문자를 넘어서 데이터가 가진 속성과 숨겨진 의미까지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이처럼 예술적 표현을 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것을 ‘데이터 아트’라고 하는데요.오늘은 예술과 기술의 결합으로 탄생한 ‘데이터 아트’의 사례들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집 앞 공원, 도심 한복판에서도 각양각색의 조형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떠한 형태를 가진 조형물이더라도 각각은 모두 함축된 의미나 상징을 가지는데요! 그렇다면, 무궁무진한 의미를 담고 있는 데이터 또한 조형물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장 먼저 살펴볼 데이터 아트의 사례는 데이터 아티스트 ‘나탈리 미바흐(Nathalie Miebach)’의 조형물입니다. 위 조사진은 그녀가 제작한 ‘따뜻한 겨울 (Warm Winter)’이라는 작품으로, 미국 매사추세츠주 남동부에 위치한 헤링 코브 해변 (Herring Cove Beach)의 날씨와 해양 데이터를 사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 막대, 구슬, 끈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조형물을 구성하는 재료는 데이터의 변수를 표현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예컨대 조형물의 위에서 아래로 뻗어 있는 세로선은 하루의 특정 시간대를 의미하고, 하얀색의 구는 달의 위상을 의미해요.
그녀의 최근 작품 ‘뉴노멀*을 향한 회전 (Spinning Towards a New Normal)’도 살펴볼까요? 이 작품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의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코로나19 감염, 사망 및 백신 접종률 데이터를 중심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각국이 코로나 19로 인해 찾아온 경제 위기와 건강에 대한 위협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회전하는 팽이의 형태로 표현했는데요. 세계 여러 나라 데이터를 융합해 ‘국제사회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나탈리의 두 작품은 모두 알록달록한 재료들이 모여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모양을 띄고 있는데요. 2차원 그래프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데이터간의 역동적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아가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가가기 어려운 데이터와 사회적 메시지를 흥미롭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는데요. 작품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낯설게만 생각했던 데이터, 사회적 이슈를 개인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웹사이트를 참고하시면 더 많은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뉴 노멀 (New Normal)’ : 경제, 사회 등이 위기 이후 정착한 상태
아름다운 배경이 될만한 전시장이자 작품 때문에, SNS용 포토존으로도 유명한 디지털 아트 전시회를 관람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디지털 아트 전시회는 웅장한 디스플레이에서 재생되는 영상과 풍부한 음향이 가득찬 공간으로, 예술을 다양한 감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시 형태인데요. 데이터가 디지털 아트로 재탄생한다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전할 수 있을까요?
위 사진은 비주얼 아티스트와 사운드 디자이너가 만나 설립한 ‘Nature As Data’가 제작한 디지털 아트의 한 장면입니다. ‘Nature As Data’는 사람들이 감정적인 연결을 느낄 수 있도록 데이터를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으로, 특히 과학 데이터를 예술 작품의 소재로 사용합니다. 2023년 4월까지 호주 멜버른의 THE LUME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령 나무 (Ghost Trees)’ 전시회가 그들의 대표작인데요. 멸종 위기의 숲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다양한 디스플레이에 시각화한 디지털 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영상뿐만 아니라 음악으로도 데이터를 느낄 수 있는데, 생태 음향 데이터를 정제하여 추출해낸 음표로 음악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바람, 새, 곤충의 소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음악이라니, 놀랍지 않나요?
‘유령 나무 (Ghost Trees)’ 전시회에서 데이터는 시간이 지나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사라지는 생태계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서 마치 신비한 숲 속을 걷는 듯한 이색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경험까지 얻을 수 있어요! 데이터의 순기능인 ‘정보의 기록’과 예술의 순기능인 ‘사유의 경험’을 모두 담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많은 정보는 웹사이트를 참고해 보세요!)
데이터 시각화 사례를 검색하다 보면 아름다운 도형이나 패턴을 활용한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일정한 형태나 양식을 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체크 무늬나 도트 무늬처럼, 데이터의 배열과 규칙을 이용해 무늬를 만들어 패션 디자인에 활용한다면, 독특하고 개성 있는 나만의 옷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위 사진은 데이터 아티스트 ‘조지아 루피 (Giorgia Lupi)’와 스웨덴의 의류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 (&otherstories)’가 협업해 디자인한 블라우스입니다. 조지아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탐구하는 아티스트로서 이전 뉴스젤리 콘텐츠 (친구에게 보내는 데이터로 쓴 엽서, 해외 시각화 프로젝트 Dear Data)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여성의 성취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고민했고, 특정 분야에 공헌한 세 명의 여성들의 삶과 업적을 조사해 데이터로 사용했습니다.
사진 속 블라우스의 패턴을 주목해 볼까요? 이 패턴은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우주비행사인 ‘메이 제미슨 (Mae Jemison)’의 업적 데이터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제미슨이 일주일간 우주를 비행하면서 수집한 실험의 종류, 관찰한 행성 등의 데이터를 시각화한 것인데요. 큰 원은 행성을 의미하고, 작은 원과 선들은 그녀가 우주에서 보낸 기간을, 원 밖의 곡선은 비행 궤도를 의미합니다.
제미슨의 업적은 유색인종 여성 최초의 우주 비행임과 동시에 많은 여성들이 성공과 도전에 대한 용기를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었는데요. 데이터 패턴을 디자인한 조지아는 제미슨의 이야기처럼 깊은 뜻을 담고 있는 데이터를 아름다운 패턴으로 시각화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데이터 패턴 의류를 위해 특수 제작 된 쇼핑백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쇼핑백에는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가이드인 범례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데이터가 생소한 사람의 이해까지 도우려는 작가의 세심함이 묻어나는 디자인이네요.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웹사이트를 참고해 주세요!)
지금까지 세 가지의 데이터 아트 사례를 살펴보았는데요. 화면으로만 보던 데이터를 만질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데이터 아트 사례를 살펴보면서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는데요! 데이터 아티스트는 세상의 이야기를 데이터와 예술을 통해 사람과 연결하고자 했다는 점입니다. 데이터를 아름답게 표현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내포함으로써 사람들의 생각에 깊이를 더해 주었어요.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데이터에 감성을 불어넣어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내는 창작자의 고뇌가 작품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다. 첫 번째 사례에서는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조형물로, 두 번째 사례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영상과 음향으로, 세 번째 사례에서는 아름다운 패턴으로 표현되었죠!
오늘 이야기한 데이터 아트 사례는 데이터의 다양한 활용의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는데요. 최근 AI 개발 기술 발전에 따라 공개된 ChatGPT를 통해 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AI를 이용해서 방대한 데이터 중 필요한 정보만을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AI의 무분별한 데이터 활용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AI가 미래에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모두 대체할 것이라는 걱정 등이 있어요.
그렇지만 데이터 아트 사례를 보면, 걱정을 잠시 접어 두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데이터를 통해서 예술적 영감을 얻고, 그 영감의 결과로서 만들어진 창작물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생각 때문입니다. 예술이 개인의 창작물에서 나아가 사회의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우리 또한 이런 작품을 감상하며 느낄 수 있는 예술적 감수성을 잃어버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덧붙여 봅니다. 데이터 아트, 여러분에게는 어떤 울림을 주었나요?
* 글에 언급된 단체, 작품명 등은 에디터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번역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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