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데이터 센터는 전세계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내부에는 서버가 들어찬 선반들이 천장까지 켜켜이 쌓여 있다. 운영 중인 CPU의 수가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비용에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실제로 설비 에너지 비용을 높이는 주범이 온도 조절 장치일 수 있다.
컴퓨터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약 18~27°C 온도 범위에서 가장 잘 작동하며 스위트 스팟은 약 24°C다. 데이터 센터는 2030년까지 약 848테라와트시(TWh)의 전력량을 필요로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40%는 오로지 데이터센터 내부의 제반 열을 시키는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버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면 에너지 소비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을 놓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한편에선 데이터 센터를 시원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따뜻하게 유지하면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지난달 18일 셀 리포츠 피지컬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은 따뜻한 냉각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국제 전자기기 회의(2022 International Electron Devices Meeting)애서 발표된 논문과 상반되는 비전이다.
관련 업계도 혼란스러울 듯 하다.
한 의견은 데이터 센터를 땀나는 41°C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의견은 황량한 100켈빈(약 –173°C)으로 냉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유지하는 길이 될까. IEEE 스펙트럼이 양측의 주장과 잠정적 해결책이 될 의견도 함께 소개했다.
결론은 단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펜실베이니아대 벤자민 리 교수는 “궁극적인 승리는 비용 대비 성능의 균형뿐만 아니라 각 데이터 센터의 위험 임계값으로 귀결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따뜻한 데이터 센터와 차가운 데이터 센터는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을 수 있다”며 “따뜻한 데이터 센터는 현재의 기술 수준을 넘어서는 점진적 최적화와 개선을 의미하는 반면 극저온 냉각 데이터 센터는 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투기적인 솔루션을 의미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다만 이 따뜻한 데이터 센터의 미래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따뜻한 온도를 처리할 수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트랜지스터가 광범위하게 확산돼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 붙는다.
극저온 냉각의 경우
극저온 냉각을 주장하는 논문의 공동 저자로는 아르노 베커스와 알렉산더 그릴이 있다. 베커스와 그릴은 각각 벨기에 나노 일렉트로닉스 및 디지털 기술 회사인 아이멕(Imec)의 엔지니어와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 센터를 극저온으로 냉각하는 것이 건물 전체를 얼음 큐브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대신 이들의 아이디어는 서버 시스템을 액체 질소와 같이 극도로 차갑고 전도성이 없는 액체를 사용해 담궈 냉각시킨다.
이러한 극도로 추운 온도에서 컴퓨팅 시스템은 기계 저항 및 트랜지스터 스위칭과 같은 장애를 줄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베커스와 그릴은 냉각기가 항상 더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이러한 고전적 서버를 양자 컴퓨터에 필요한 온도(1켈빈 또는 -273°C)까지 냉각한다고 해서 컴퓨터가 극도로 효율적이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베커스, 그릴 그리고 공동 저자들은 극저온 냉각을 통해 서버의 온도를 낮춤으로써 데이터 센터가 컴퓨팅 성능을 16배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효율성은 이 과정에서 냉각 시스템 전력 공급용 에너지가 4배 증가하기 때문에 함으로써 부분적으로 상쇄된다.
베커스와 그릴은 “콜드 데이터 센터에서는 대부분의 에너지가 냉각으로 이동하고, 극히 일부만이 컴퓨팅을 위한 것이다. 목적은 컴퓨팅 에너지를 최대한 낮춰 순 편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따뜻한 데이터 센터의 사례
이와 반대로 데이터 센터를 뜨겁게 유지하면 전력 사용 요금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과 실천 사례가 있다.
락시드 살리그램은 극저온 컴퓨팅에 초점을 맞춘 조지아 공대의 전기 및 컴퓨터 공학 대학원생이다. 그는 극저온 서버 냉각을 위한 작업이 최근 몇 년 동안 설득력을 얻었지만, 여전히 냉각 시스템을 변형시키기 위한 엄청난 비용과 시스템의 새로운 고장 지점의 도입을 포함해 많은 현실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러한 어려움들을 염두에 둘 때 아마도 더 따뜻한 데이터 센터가 해결책일 것이라고 제안한다.
이는 왕 셩웨이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香港理工大學) 스마트에너지 연구소장 팀의 주장과 같다. 이들은 최신 셀 리포츠 피지컬 사이언스 논문에서 데이터 센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지구 에너지 절약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왕과 그의 동료들은 데이터 센터의 온도를 올리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평가했고, 온도가 41°C에 도달하도록 하면 전세계적으로 56%의 에너지 절감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극저온 냉각이 컴퓨팅 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 비용 저감을 꾀하는 것과 달리, 따뜻한 데이터 센터는 주변의 외부 공기로부터 ‘자유로운 냉각’을 선호해 에어컨과 같은 ‘냉방’의 전반적 사용을 줄임으로써 에너지 비용을 줄이게 되리라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데이터 센터 내부 온도를 높이면 내-외부 온도 간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적극적인 냉각이 덜 필요하다.
왕은 “서버는 전통적으로 차갑게 유지돼 왔지만, 재료와 서버 기술의 발전은 이것이 더 이상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왕과 그의 동료들은 논문에서 미국 냉난방공조기술자협회(ASHRAE)의 서버 성능 가이드 라인을 인용했는데, 이 가이드라인은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 프로세서의 경우 이미 최대 45°C의 작동 온도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따뜻한 데이터 센터의 미래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여전히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더 따뜻한 온도를 처리할 수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트랜지스터의 광범위한 확산이 그것이다.
이전에 IEEE 스펙트럼에 데이터 센터에 대해 글을 쓴 벤자민 리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전기 및 시스템 공학 교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그 트랜지스터들은 더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될 수 있지만, 그것들의 성능은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류 누설은 온도에 따라 증가하는데, 이것은 더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같은 답을 계산하기 위해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랜지스터들은 누설을 더 잘 제어하도록 조정될 수 있지만, 그러한 해결책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을 손상시켜 계산이 더 느려지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인 승자는
벤자민 리 교수는 궁극적으로 “따뜻한 데이터 센터와 차가운 데이터 센터는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궁극적인 승자는 비용 대비 성능의 균형뿐만 아니라 각 데이터 센터의 위험 임계값으로 귀결될 것이다.
리 교수는 “따뜻한 데이터 센터는 현재의 기술 수준을 넘어서는 점진적인 최적화와 개선을 의미하는 반면 극저온 냉각 데이터 센터는 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투기적인 솔루션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는 “따뜻한 데이터 센터는 성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냉각 비용을 절감한다. 극저온 데이터 센터는 성능을 더욱 향상시킬 목표로 냉각 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1년 4월에는 끓는 물로 데이터 센터 서버를 냉각하는 모습을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적용중인 모습을 발표했다. 끓는 액체는 MS 데이터 센터의 컴퓨터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운반한다. MS는 운영 환경에서 2상 침지(immersion, 浸漬) 냉각을 실행하는 최초의 클라우드 제공업체라고 자사 데이터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MS는 또 전년도인 2020년 9월에는 바닷속 데이터센터 냉각방식이 의존 가능하고 실용적이라고 실험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아래 동영상에서 MS의 바닷속 데이터 센터 냉각 실험, 그리고 MS의 끓는 물 서버 냉각 발표 내용을 사진과 함께 볼 수 있다.
https://news.microsoft.com/source/features/innovation/datacenter-liquid-coo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