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코로나바이러스 2(SARs-CoV-2),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을 일으키는 병원체의 명칭이다. 인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이번 비극으로 처음 마주한 것이 아니다. 첫 번째로 마주친 것은 2003년 중국과 홍콩에서 7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1(SARs-CoV-1)이었다. 두 번째로 마주쳤던 코로나바이러스는 최근의 일이다. 바로 2012년 85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이다. 이 세 번의 비극을 통해 아마도 미래에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네 번째 비극도 생겨날 수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사실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는 알려진 것만 수백 종에 달할 만큼 다양하다. 그중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위의 3종을 포함해 7종류이다. 나머지 4종류는 가벼운 감기 증상만을 일으키는 계절성 인간 코로나바이러스(HCoVs)다. 이들 모두 왕관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 돌기를 갖고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세포와 결합해 '막 융합'을 일으킨 후 바이러스 입자를 세포 안으로 침투시킨다.
한데 이 스파이크 단백질에 RNA 염기서열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양한 돌연변이가 출현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아미노산 1,000여 개로 이루어져 있어, 순번을 매겨 변이의 종류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번째 아미노산이 아스파르트산(D)에서 글리신(G)으로 바뀌면 D 200G라 부르는 식이다.
수많은 변이 중 전파력이 올라갔거나 유행 양상에 해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와 감염 증상이 바뀌었거나 병독성이 강해진 경우, 마지막으로 백신/치료제/진단검사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경우 가운데 한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우려 변이(Variants of Concern, VOC)'라 분류된다.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이 바로 이 '우려 변이'이다.
처음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는 영국의 '알파'로, 기존의 코로나 19보다 인체 세포에 대한 접합력이 높아 60% 이상 높은 전파력을 보인다. 게다가 위중증 전환율도 두 배 높다. 비슷한 시기 남아공에서 확인된 바이러스는 베타라 불리는데, K417N 돌연변이로 면역을 회피하는 성질이 있다. 올해 1월에 나타난 브라질발 변이인 '감마'는 전파력이 높아 미국 질병 전문가들을 떨게 할 정도로 우세종이 되기도 했다.
현재 주목받기 시작한 델타형의 경우, 2020년 10월 인도에서 발견되었다. 델타형의 스파이크 단백질에는 T478K, L452R, P681R 같은 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되는데(T:트레오닌, K:라신), 이러한 변화가 알파형 코로나와 백신의 효능을 저해하면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나온 변이 중 가장 전파력이 높다고 한다. 기초감염 재생산지수(R0)는 5 이상으로, 기존 오리지널 코로나 19의 R0인 2.5보다 2배 이상 높은 전파력을 보인다.
일례로 국민의 70%가량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한 영국의 경우, 델타 변이로 인해 5월 초 1,600명대의 확진자 수에서 6월 말엔 2만 명 이상의 확진자 수를 보이고 있다. 이 신규 확진자의 90% 이상이 델타 감염이다. 백신을 미접종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영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백신을 2회 접종했을 경우 준수한 방어 효과를 내고 중증도로 가는 것을 잘 막아주고 있다. 아귀가 딱 맞지 않더라도 백신이 유도한 중화항체는 오리지널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것만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방어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반면 델타형에 대한 항체 치료제 성능은 현저히 떨어진다. 셀트리온 항체 치료제, 미국 일라이 릴리 모두 마찬가지 결과를 보인다. 이런 와중에 델타 변이의 변이인 델타 플러스 변이가 검출됐고, 이 델타 플러스 변이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감염자 옆에서 걷기만 해도 감염될 정도로 그 전염성이 강력하다.
그나마 백신이라는 무기가 생겼으니 최대한 빠르게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 이에 대한 이견은 없으나 방역 수위에 대한 문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할 때까지 미룰 것을 주문한다. 결국 7월 12일부터 우리나라를 잠식하기 시작한 델타 변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권은 4단계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소수의 부유한 선진국 위주의 백신 접종으로는 코로나 19를 종식하기 어렵고 특히나 변이 바이러스의 출몰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해 델타 플러스보다도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만한 토양은 세계 곳곳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이를 마주할 때마다 인류는 새로운 대답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WHO의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선진국들이 백신을 공유하고 기술을 공개해주길 요청했지만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다른 해법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영국 최고 의료 책임자인 크리스 위티 교수는 "다양한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다가(多價)백신'이 5년 내로 나오면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더라도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중화시키는 현재의 백신과는 달리 다가 백신은 에피토프(epitopes)라 알려진 면역 체계를 자극하는 단백질 조각 자체를 공격 목표물로 삼는다. 진화해도 변하지 않는 바이러스 부분의 항체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다가백신은 개발 중이고 코로나 19의 상황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다. 인도는 백신 최대 생산국이었지만 선진국의 하청이었을 뿐, 자국민들은 백신을 맞지 못해 델타 변이와 델타 플러스 변이가 출현한 지역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의 전문가들에게서 백신 접종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지구촌이라는 세계에서 단절된 상태로 살아갈 수는 없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재난의 상황 속에서 가장 약자를 생각해야 한다는 오래된 가르침이 다시금 생각나는 때이다.
김인수 님은 젊은 연구자들의 지식커뮤니티 ‘오베이션’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위인터랙트’의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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