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코인 '변동성' 그리고 일론 머스크 '리스크'

자칭 '도지 파더(도지코인의 아버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입이 또 한번 도지코인 변동성에 영향을 줬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의 인기 TV쇼 'SNL'에 출연해 한 농담 한 마디에서 비롯된 일인데요, 이 프로그램에서 "도지코인은 사기다"라고 한 농담 탓에 도지코인은 방송 직후 35% 이상 급락했습니다. 

머스크의 SNL 출연 전까지만 해도 기대감이 상당했습니다. 머스크가 해당 프로그램에서 어떤 발언을 할 지 등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도지코인은 30% 급등, 73센트를 돌파해 신고가를 기록했죠. 

그러나 막상 SNL의 콩트에서 한 농담(도지코인은 사기)의 파급효과는 컸습니다. 방송 직후인 9일 오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도지코인은 24시간 전보다 35.56% 폭락한 46.02센트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업비트 거래소에서도 24시간 전보다 24.81% 폭락한 583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도지코인은 이후 10일 오전 11시 현재 24시간 대비 15% 가량 하락한 624원 수준으로 다시 상승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SNL 라이브에 출연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스페이스X CEO가 도지코인은 사기라고 언급했다. (사진=SNL라이브 화면 캡쳐)
SNL 라이브에 출연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스페이스X CEO가 도지코인은 사기라고 언급했다. (사진=SNL라이브 화면 캡쳐)

이렇게 요동치는 도지코인의 근원적인 문제는 그 내재 가치입니다.

도지코인은 가상화폐(암호화폐)가 얼마나 개발하기 쉬운 것인지, 일종의 희화화를 목적으로 장난 삼아 만들어진 것입니다.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IBM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 빌리 마커스는 비트코인의 열풍을 보고 '나도 가상화폐 하나 만들어야지'라며 개발 계획을 장난삼아 인터넷에 올렸고, 어도비의 마케팅 담당자인 잭슨 팔머가 시바견 밈(Meme)을 보여주며 이름을 제안했고 개발이 실행된 것이죠. 

그러던 것이 비트코인 전도사로, 가상화폐 추종자들을 거느린 일론 머스크의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머스크가 아들을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는 소식 등을 거치면서 엄청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머스크가 SNL에 출연해 도지코인이 사기(hustle)이라고 말한 것은 코미디 프로그램 특성상 나온 농담이었습니다. 이러한 농담을 빼고 머스크는 SNL에서 "(도지코인은)미래의 화폐다. 세계를 장악할 멈출 수 없는 금융수단이다"라고 홍보를 하며, 급등할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폭락이었습니다. 무엇인가 대단한 멘트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준 보다 못 미친 언급이었고, 사기라는 단어까지 입에 담았으니 말이죠. 

SNL 라이브에 출연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SNL 라이브 화면 캡쳐)
SNL 라이브에 출연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SNL 라이브 화면 캡쳐)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의 '입'을 통해서만 내재 가치가 있는, 아직 내재 가치가 없는 사이버 상의 가상 자산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죠. 특히 도지코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주류 가상화폐 외 잡코인 중 '폰지 사기'를 대표하는 코인의 경계에 있습니다. 

폰지사기는 '아무런 사업도 벌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내주는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과 흡사합니다. 특히 엄청난 급등으로 투자자가 몰려있는 도지코인은 언제 폭망할 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내재돼 있습니다. 

SNL 출연으로 도지코인이 급락하자, 일론 머스크가 다시 나섰습니다. 자신의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달 탐사 계획에 도지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한다고 언급한 것입니다. (이는 비트코인이 테슬라 자동차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과거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합니다)

9일(현지시간) CNBC 등 주요 외신은 스페이스X가 지오메트릭에너지라는 민간기업의 달 탐사 계획에서 도지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오메트릭에너지는 통신시스템, 카메라, 센서 등을 통해 달의 정보를 습득하는 프로젝트에 '도지-1 달 탐사'라는 프로젝트명을 부여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 전액을 도지코인으로 지불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는 머스크가 만우절(4월1일) 트윗한 "스페이스X는 말 그대로 도지코인을 달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한 것을 실행하는 계획입니다. 가상화폐가 지구를 넘어 행성 간 상업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쓰이게 한다는 원대한 계획이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도지코인의 내재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스페이스X의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의 내재 가치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 동안 보여줬던 높은 상승률을 뛰어넘어 계속 상승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만약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 한 명이 없었다면, 혹은 없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미국 최대의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과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 온라인 화상 기업 줌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도지코인에 대한 내재 가치를 판단하는 데에는 좀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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