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 플래티어 IDT부문 수석
본 글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가 연구하고 있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이라는 학문적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모든 조직의 팀들이 두려움 없는 환경속에서 마음껏 즐겁게 일하며 혁신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어디 아이디어들 좀 내봐.
본부장으로부터 새로운 업무 과제를 할당 받은 박팀장은 자신의 팀원들을 회의실에 소집하여 강한 어조로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종용하고 있다.
조용한 침묵속에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몇몇 팀원들은 몇 가지 아이디어가 머리 속에 스쳐갔지만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하고 힐긋힐긋 자신들의 팀장 눈치만 볼 뿐이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아주 용감하게 말을 꺼냈다.
“저기… 팀장님…”
김대리다. 그래도 김대리는 평소에 동료들 사이에서 자신의 의사를 좀 표현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없었고 오히려 두려움이 살짝 묻어나 있었다.
“제가 생각해 본 것이 있는데요. 고객들에게 XXX하는 것은 어떨까요?”
박팀장은 팔짱을 낀 채 눈을 치켜 뜨며 김대리가 하는 얘기를 듣고는 이내 표정이 더 굳어졌다.
“아니,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니? 상황이 지금 YYY한데 XXX하면 어쩌자는 거야? 그 머리 속엔 뭐가 들었어? 생각이란게 있는거야 없는거야?”
한 차례의 폭풍이 짧고 굵게 휩쓸고 지나갔다. 박팀장은 잠시 달궈진 감정을 추스리는 한숨을 내뱉고는 말을 이어갔다.
“자, 또 다른 아이디어 제안해 볼 사람?” “……”
“………”
이전보다 더 짙은 적막이 흐른다.
모두가 조용히 박팀장의 눈치만 보고 침묵할 뿐이다.
우리 주변의 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풍경을 가상의 이야기로 꾸며봤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는가? 이런 상황속에서 팀원들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마음껏 의욕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까?
팀원들은 왜 침묵하는 것일까? 그리고, 팀원들의 침묵이 왜 좋지 않은 것일까?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거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혁신한다
2020년 초반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 사태는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MZ 세대(MZ Generation)가 기업의 주요 구성원으로 등장하고 있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 클라우드 컴퓨팅, 5G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최신 기술들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일환으로 빠르게 기업에 도입되고 있으며, 저성장, 저금리로 대변되던 뉴 노멀(New Normal)이 이제는 비대면 경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급격한 변화는 현재도 여전히 진행중이고,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지금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뷰카(VUCA) 스럽다.
VUCA = Volatility(변동성) + Uncertainty(불확실성) + Complexity(복잡성) + Ambiguity(모호성)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기업의 목적은 고객 창조다. 그래서 모든 기업에는 두 가지 기본 기능이 있다. 마케팅(Marketing)과 혁신(Innovation)이다.” 라고 말했다.
마케팅과 혁신, 이 두 가지만이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인 고객 창조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은 기업이 고객을 창조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활동이라 할 수 있고, 혁신은 기업이 고객 창조라는 목적을 지속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하는 모든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전보다 더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 이전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일하는 것, 그래서 고객에게 이전보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혁신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기업은 마케팅과 혁신을 통해 시장을 창조한다. 혁신은 기업의 핵심 기능이다.
기업은 오늘날의 복잡하고 불확실한 환경속에서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빠르게 혁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닌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는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에 국내의 크고 작은 많은 기업들이 애자일(Agile),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등 사람과 고객 중심의 수평적이고 협업을 중시하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조직 문화를 지향하고, 경영 전략으로써 이러한 조직 문화를 도입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다.
한때는 세계 시장을 점유하며 번영을 누려왔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혁신하지 못하여 도태된 기업들의 사례가 있다.
디지털 카메라라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산 직전까지 간 필름 카메라 회사, 피처폰으로 핸드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외면하면서 혁신적인 스마트폰의 등장에 날개 없이 추락한 핸드폰 회사,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웃으며 오프라인 우편 대여를 고집하다가 신생 벤처 기업에 의해 파산된 비디오 대여 회사 등의 이야기는 살아남기 위해 빠르게 적응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기업의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 혁신이 단발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혁신은 그 자체가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자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이는 기업을 이루고 있는 팀의 협업 능력과 학습 능력에 달려 있다.
협업과 학습이 혁신을 이끈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요소는 팀의 협업 능력이다.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 혼자서 할 때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할 때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 팀(Team)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집단으로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개개인 능력의 합보다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 상호 의존적인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한 개인의 특성에서는 나올 수 없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해결 방법들이 창발(Emergence) 되어야 한다. 뛰어난 협업 능력을 발휘하는 탁월한 팀들로 이루어진 기업은 지속 가능한 혁신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팀을 운영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에서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세세하게 지시하고 철저하게 통제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다루었다. 한 명의 똑똑한 관리자가 모든 것을 생각하여 방법을 만들고 노동자는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는 무지하고 게으르다는 믿음은 그들을 지시와 통제를 통해 관리해야만 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과거에는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을 수 있다. 실제로 지시와 통제 방식으로 많은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식 노동자(Knowledge Worker)가 주축을 이루는 지식산업에서는 노동자의 지식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었고,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양산되어 온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한 사람이 모두 다 잘 아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여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발휘해야만 더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남들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협업 능력과 학습 능력, 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의 요소
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두 번째 요소는 팀의 학습 능력이다. 여기서 학습이란 단순히 기존에 이미 알려진 지식과 정보를 누군가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아직 아무도 모르는, 지금까지 아무도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하여 경험하고 교훈을 얻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다. 우리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복잡한 상황이나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한마디로 복잡계(Complex System)다. 복잡계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비선형적으로 명확치 않고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복잡계의 문제는 자율과 권한을 가진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 된 팀이 계획하고 시도하고 결과에서 배운 것을 통해 개선하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하는 경험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하여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도다. 시도는 혁신을 위한 도전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그러나 도전에는 실패가 따른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도전할 수 없다.
시도하고 실패하고 학습한다
미국의 신용보증 회사인 던앤브래드 스트리트(Dun&Bradstreet)의 CEO 제프 스티벨(Jeff Stibel)은 자신의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힌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사무실의 휴게실 벽에 본인의 이름을 쓰고 실패 경험을 적었다.
그러자, 직원들이 이것을 보고 자신의 실패 경험을 벽에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실패의 벽(Failure Wall )'의 시작이다. 실패의 벽에는 자신이 저지른 크고 작은 실수와 그 실수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적는다.
제프 스티벨은 자신의 가장 성공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인 실패의 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하고 학습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핀란드의 게임 회사 슈퍼셀(Supercell)은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대박을 쳤다. 그 외에도 크게 성공한 몇 개의 게임을 자랑한다. 이 회사가 성공한 게임만 만들었을까?
아니다. 개발을 한참 진행하다가 중단하거나 출시 이후에 인기를 얻지 못해 버린 게임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면, 실패한 게임을 만든 직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회사는 이 직원들을 위해 실패를 축하하는 샴페인 파티를 열어준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새로운 게임 개발에 활용하라는 의미다.
슈퍼셀의 CEO인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실패를 축하한다. (…) 우리는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얻는다. (…) 우리는 우리가 배운 것을 축하하기 위해 샴페인을 터트린다.”
실패는 나쁜 것인가?
구글 엑스(Google X)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의 연구소다. 이들의 목표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획기적인 기술, 이른바 문샷(Moonshot)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연구소에서 추진한 '포그혼 프로젝트(Project Foghorn)'는 바닷물을 연료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시작된 지 2년후에 가격 경쟁력이 턱없이 낮다는 결론을 내고 아무런 소득 없이 종료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은 이후에 모두 해고됐을까? 아니다. 회사로부터 두둑한 보너스를 받았다. 구글 엑스의 CEO인 아스트로 텔러(Astro Teller)는 이렇게 말했다.
“위험 요소가 많은 대형 프로젝트에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실패가 나쁜 것인가? 누구도 실패를 원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성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실패는 항상 나쁜 것이고 실패한 사람에게 낙인을 찍는 문화라면 실패는 두려운 것이고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것이 된다.
실패는 혁신하기 위한 도전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무시하고 성공만을 추구하여 평가한다면 누구도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어렵고 불확실한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차별화된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만 남는다. 실패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것이 나쁜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문화를 구축한다. 시도하고 실패하고 학습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 이것이 지속 가능한 혁신의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그러면 어떻게 서로 협업하고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그 밑바탕이 되는 요소는 신뢰와 안전이다.
(2편 읽기: 두려움 없는 조직 문화 만들기 - 우리도 즐겁게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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