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브랜드의 위기 : 나이키, 구찌

최근 나이키와 구찌 관련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찌하고 나이키는 한때는 정말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천하무적이었죠. 구찌가 명품이 대중화되는 현상을 보여줬다면, 나이키는 대중적인 브랜드가 명품 수준으로 자리잡는 것을 보여줬죠. 명품의 대중화 현상은 SNS로 대변되고 있는 미디어 환경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은 20, 30대들이 구찌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 자신의 소셜 계정에 사진을 찍어올리는 것에서 명품의 대중화가 만들어졌다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구찌’라는 가사가 들어간 팝송들이 꽤 많이 쏟아진 것도 이러한 시대상황을 보여주었죠.

그런데 요즘 구찌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합니다. 나이키도 다른 신발 브랜드에게 밀리는 상황까지 가고 있구요. 매출이 폭락하고, 회사 주식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이키하고 구찌, 이 두 브랜드의 하락 요인분석 기사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유튜브 영상도 많이 올라와 있구요. 대부분 혁신의 부족을 요인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여러 분석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를 저는 소비자들의  '지루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쪽에 종사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 콘텐츠 소비자들이 유행하는 콘텐츠나 스타(스타도 일종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죠) 등 한 때 세상을 흔들던 것들에 갑자기 무관심해 지는 것을 많이 느껴왔거든요. 유행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지루함을 느끼고, 그것이 어떻게 트렌드를 변화시키는가를 수없이 봐왔습니다. 가슴속에 뭔가 반란군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쫓아하면 자신은 그거하고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거든요. 인간의 지루함이라고 하는 것을을 당해낼 수 있는 콘텐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 구찌나 나이키에 대해 소비자들이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두 브랜드가 가진 위기의 본질입니다.

두 브랜드 제품처럼 명품의 반열에 오른 것들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서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집니다. 브랜드 제품은 상품 자체 그 이상의 이미지와 스토리를 판매합니다. 이제 두 브랜드의 이미지와 스토리가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시시해진 것이죠. 엔터업계에서 기존의 스타가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도, 항상 새로운 신인들이 등장하여 시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콘텐츠 소비자들의 ‘지루함’ 때문입니다. 새로운 이미지와 스토리를 우리 인간은 항상 갈구합니다. 

구찌나 나이키는 여전히 업계의 스타지만, 예전처럼 뜨거운 사랑을 다시 받으려면 소비자들이 놀랄 정도의 새롭고 재미있는 이미지와 스토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시장에서는 다른 브랜드의 이미지와 스토리가 훨씬 더 사람들에게게 새롭다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세상의 관심이 넘어간 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구찌나 나이키 같이 굉장한 인기를 끈 브랜드들의 위기 뒷면에는 인간이 느끼는 지루함이라는 감정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고, 인간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지루함이 유행과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인간은 놀이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놀이를 즐기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인간의 특징이 놀이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네덜란드의 호이징가라는 문화사학자가 만든 단어입니다. 호이징가는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놀이를 하기 때문이며 인간의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놀이는 생존을 위해 다른 생물들이 보여주는 특징들과는 차원이 다른 별개의 것으로, 오직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인간만이  놀이가 주는 즐거움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생존의 욕구만큼이나 즐거움을 추구하는 욕구가 강한 인간에게 즐겁지 않은 시간이 지속되는 ‘지루함’이라는 감정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놀이를 만들고 즐기려는 모습으로 지루함이란 감정이 발현되어 세상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특성이 문화를 만들어내고 유행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의 한계 즉 인간 뇌의 한계때문에 완벽하게 새로운 놀이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옛날 문화가 다시 유행하고,  유행했었던 놀이를  조금 새롭게 바꾼 것들이 트렌드가 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그런 현상을 ‘레트로’라고 부릅니다. 과거의 유행이 다시 지금의 트렌드가 되는 현상의 원인은 인간이 가진 놀이의 즐거움에 대한 집착과 완벽하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때문인 것입니다. 

지금 인기가 있는 브랜드들도 결국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이키나 구찌 같은 전통의 브랜드들은 사람들의 욕망을 만족시키며 오랫동안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준 저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력으로 지금 지루함으로 생긴 위기를 극복해내는 묘안을 찾아낼 수도 있죠. 다시 또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서 훨씬 높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지금 인기가 갑자기 생긴 브랜드들이 위기 상황이 됐을 경우에 대처가 어려울 수 있거든요. 갑자기 생긴 인기는 또 갑자기 사라지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늘 새롭고 즐겁다는 이미지를 보여주여 변덕스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이 어려운 것을 해낸다면 금전적인 성공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콘텐츠를 창작하는 것과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런 점에서 일맥상통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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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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