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블록체인 시장은 현재 약 2000조 규모를 형성하며 거래소, 블록체인 기업(Defi, NFT, 메타버스 등), 미디어 등 블록체인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블록체인 산업은 본격적인 제도권 진입 이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과세 등 규제 진통을 겪고 있고 일반 투자자들은 금융 당국의 명확한 정책 가이드라인 수립이 늦어지며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블록체인 업계가 나서 현 상황을 개선하고 블록체인 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지난15일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른바 ‘한국 블록체인 컨퍼런스(Korea Blockchain Conference, 이하 KBCC)’다. 테크42는 국내·외 주요 블록체인 업체와 투자자가 함께한 이번 자리에서 논의된 블록체인, NFT 관련 현안을 살펴봤다.
블록체인 솔루션 및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는 HS88 주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1회를 시작으로 향후에도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국제 컨퍼런스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KBCC 관계자는 “KBCC는 기존 컨퍼런스와 다르게 기업 후원, 광고 등을 통한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에 대한 방향성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부스 또한 무료로 제공해 NFT, 메타버스 등 블록체인 스타트업에게 홍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NFT 산업의 혁신, 컨텐츠, 보안, 그리고 트렌드는?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공유하고 제안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행사는 그 공적인 취지에 공감을 표하며 국내외 다수 블록체인 기업 인사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김호성 HS88 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오프닝 세션은 박훈기 부산 블록체인산업협회 사무총장,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 대학원 특임교수가 연사로 참여해 각각 블록체인의 실현, 암호화폐와 디지털 경제 주제로 현안을 발표했고,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크립토 시장과 외환시장의 연결’을 주제로 공식 연설을 선보였다.
본 세션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세션1은 최근 가장 핫한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주요 기업 대표들의 연설, 세션2는 다수 연사가 한번에 참여해 의견을 나누는 패널 토론으로 마련됐다.
세션1 첫 연사로 나선 임선묵 데이터젠 대표는 ‘NFT가 가져올 자산 유동화 및 디지털 금융 대혁신’을 주제로 연설을 시작했다. 데이터젠은 지난 2018년 메인넷 ‘다프체인’을 출시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상용화된 블록체인 서비스를 실시한 기업이다.
임 대표는 “NFT 마켓이 자산에 대한 유동화를 엄청나게 불리고 있으며, 이런 형태의 시장이 지속되면 금융이 바뀔 것”이라며 “자산 가치 유동화는 검증할 수 있고, 인증할 수 있는 기존의 법률에 맞춰야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NFT의 확장성과 필수 요소 등을 설명했다.
다음 연사로 나선 이정륜 블록체인기술연구소 대표는 ‘NFT 데이터 보안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을 주제로 연설을 시작했다. 블록체인연구소는 전통 산업 영역에서 블록체인을 적용 하는 관점에서 2017년부터 블록체인 관련 플랫폼 기술 개발과 DID, 아이덴티티 데이터 허브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 대표는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으로 NFT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현재 NFT는 저작권이나 디지털 콘텐츠의 진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라며 기술적 관점에서 NFT가 지닌 문제점을 언급했다.
특히 이 대표는 디지털 에셋에 소유권을 증명해주는 등기권리증으로서 NFT를 정의하며, “데이터 형태로 돼 있는 디지털 에셋의 NFT는 권리 증명을 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대표는 “웹 서비스에 해당하는 데이터 베이스가 해킹이 되면 굉장히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NFT의 원본 데이터에 해당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진위 정보, 즉 해시 퍼밋을 블록체인 상에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NFT 소유권 문제에 있어서도 “NFT 최초 발행 시 발행할 수 있는 사람의 진위 여부와 발행한 디지털 콘텐츠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적법한 법적 효력을 부여할 수 있는 전자적 행위가 수반되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며 “이러한 NFT의 위험 요소들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NFT 보안 기술이 앞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 연사로 나선 신선호 GDA 부회장은 ‘NFT가 만들어갈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시장’을 주제로 연설을 시작했다.
신 부회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온 미디어 시장에 VR,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이 연결되며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가 성장, 진화하고 있지만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NFT”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 부회장은 BTS, 영화 ‘기생충’ 등 최근 글로벌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나라의 콘텐츠 파급력을 설명하며 “많은 엔터사들과 배우들이 NFT를 접목하고 있다”고 엔터업계의 현황을 분석했다.
신 부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현상을 통해 ‘콘텐츠가 단순한 문화 콘텐츠만으로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K-콘텐츠와 NFT 기술이 결합할 경우 막강한 ‘디지털 유니버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신 부회장의 전망이다.
나아가 신 부회장은 “아쉽게도 아직은 우리가 콘텐츠를 만들어 송출하는 역할을 하지만, 향후에는 우리나라 자체적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유저를 우리의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며 “우리 콘텐츠로 채워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무대에 선 전명산 소셜인프라테크 대표는 ‘디파이, NFT 이후 트렌드는?’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시작했다. 소셜인프라테크는 올 여름 프로토콘이라는 차세대 메인넷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기업이다.
전 대표는 “”가장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는 메인넷의 비싼 수수료, 변동성 문제를 해결했다”며 향후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 두 가지 중요 키워드로 ‘디지털 라이제이션’과 ‘글로벌 라이제이션’을 강조했다.
블록체인 산업의 흐름을 짚기도 한 전 대표는 “이미 세계 경제는 글로벌화돼 있으며 이는 디지털라이제이션과 같이 가고 있다”며 “이제까지는 블록체인 내부데이터만으로 형성된 산업이었다면, 최근에는 블록체인의 영역이 외부로 확장되고 있다”는 말로 블록체인이 ‘산업적 경계선’에 도달했음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 존재하는 몇 가지 해결이 필요한 장애 요소다.
전 대표는 “디지털 원본이라는 개념의 법적 정의, 권리가 규정돼야 하며 여전히 사용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아날로그 데이터의 디지털 전환 방법론이 확보돼야 하지만, 어쨌든 미래는 정해져 있고,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어 채훈 블루헬릭스 CEO가 ‘한국블록체인업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정성훈 파우누스 재단 대표가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통한 논휴먼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을 주제로 오후 세션1을 마무리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혁신과 기회는?
오후 세션2에서는 ‘블록체인 기술과 혁신, 그리고 기회’를 주제로 Jenny Zheng 블록캐스트(Blockcast) 대표의 진행 하에 앤디 리안(Anndy Lian) 빅원(Big One) 거래소 의장, 데이비 고(Davy Goh) 패션VC(Passion VC) 대표, (조 루)Joe Lu 오리진 스토리지(Origin Storage) VP,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가 토론을 진행했다.
빅원 거래소는 인블록체인이 만든 중국의 가상자산 거래소로 세계 50위에 자리잡고 있다. 앤디 의장은 투자가이자 펀드 매니저로서 유명한 인물이다.
패션VC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벤처캐피탈사다. 데이비 고 대표는 “35년간 금융업계에 일을 해오며 최근에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과 손을 잡고 싱가포르에 블록체인, NFT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소개된 조 루 VP의 오리진 스토리지는 비트코인 등의 채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황병선 대표의 빅뱅엔젤스는 약 100여개의 초기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는 투자사다.
각 패널들은 저마다 자국에서 진행되는 블록체인 트렌드를 설명하며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데이비 고 대표는 “싱가포르는 물론 글로벌 NFT 시장 트렌드가 ‘미술품’에 집중돼 있다”고 의견을 밝히며, “개인적으로는 NFT의 영역이 다른 시장이나 산업으로 확장되는 것, 혹은 다른 산업 간에 통합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다음으로 리안 의장는 “블록체인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고, 사실 커뮤니티와 관계가 깊다”며 “블록체인에 대해 관심이 높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이 니즈를 충족하는 아카데미가 설립된다면 한층 더 큰 성장을 거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조루 VP는 “NFT와 디파이가 데이비 고 대표님의 말씀처럼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지만 디파이 웹3가 또 다른 큰 트렌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돈의 흐름을 보면 트렌드를 볼 수 있는데, 이 두 개 분야에 1000억 달러 이상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황병선 대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제조사들 조차도 NFT를 TV에 결합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각 제조사의 TV 판매량 중 1%만이라도 이 기능을 탑재한다면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NFT를 더 잘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국내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각 패널들은 인상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한국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며 향후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전망했다.
디지털 자산의 희소성을 강화한 NFT, 향후 전망은?
오후 세션2의 두 번째 토론의 주제는 ‘NFT의 가치, 보편화를 위한 방향성’이었다. 신창섭 HS88 기획/마케팅 리더가 진행을 맡은 이 토론의 패널로는 김윤수 세번째 공간 대표, 전준호 크립월드코리아 대표이사, 정학수 코리아앱 대표이사가 참여했다.
두 번째 토론의 첫 의제는 ‘왜 사람들이 NFT에 열광할까’였다. 이에 정학수 대표는 “극소수의 특별한 무엇인가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자연스러운 인간 본성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 놨다. NFT가 특별한 순간이나 창작성을 토큰화 함으로서 희소성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김윤수 대표의 경우는 “웹 3.0으로 대변되는 서비스의 확장성과 개인 간의 거래 자기 주권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인터넷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 NFT가 유력한 기술로 기대감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전준호 대표는 “가상자산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의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시장 저변 확대가 늦었다”며 “NFT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희소성을 타깃으로 해 대중들에게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는 말로 최근의 현상을 설명했다.
각 패널이 공히 동의하는 부분은 NFT로 인해 디지털 자산이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시장 상황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가격에서의 버블 우려와 정부 대책의 부재 등이다. 이에 대해 각 패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 놨다.
전 대표는 “버블은 경제 호황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상승하는 것과 같이 NFT도 그와 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NFT 시장이 형성되는 상황이고 고가로 거래된 NFT는 이러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전 대표의 생각이다.
정 대표 역시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처음 오픈됐을 때도 사람들은 버블이라고 칭했다”며 “훌륭한 예술 작품들이 NFT를 통해 대중성의 힘을 업었기 때문에 향후 디지털 에셋으로서 가장 큰 효자 상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정 대표는 “NFT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도 확장된다면 진정한 디지털 에셋으로서 가치를 키워갈 수 있는 시장이 펼쳐질 것”이라며 “정부와 기관이 인프라 확대 등의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대표의 경우는 “일부 고평가 된 부분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대책 부제 때문”이라며 “많은 참여자들이 더 많은 서비스와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정당한 가격이 형성될 것이고, 산업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각 패널들은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NFT가 낯선 영역인 상황에서 보편성을 획득하는 방안을 비롯해 정책 규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 외에도 패널들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인프라 확대’ ‘교육을 통한 저변 확대’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을 위한 업계의 노력과 정책 제안’ ‘사용 경험의 편리성 증대’ 등이었다.
약 6시간 동안 이어진 KBCC의 열기는 뜨거웠다.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공유됐고,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점이 공론화되기도 했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적지 않지만 블록체인 산업이 글로벌 대세가 됐다는 점 만큼은 명확하게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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