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1990년 수교 이후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며 경제·문화적인 교류가 한층 강화됐다. 이후 최근까지 러시아는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소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비롯 쿠릴 열도 개발 사업 참여를 요청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호적인 협력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러시아의 한류 열풍은 팔도 도시락과 오리온 초코파이로 대표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케이팝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러시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면 함께 떠오르는 인물이 지난달 세상을 떠난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1990년 12월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정상으로서는 최초로 당시 소련이었던 러시아를 방문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듬해 4월 고르바초프 대통령 역시 소련 최고지도자로서 처음 우리나라를 방문, 제주도에서 한·소 정상회담을 가지며 그렇게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수교는 시작됐다. 이어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관계는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며 경제·문화적인 교류가 한층 강화됐다.
1990년 수교 이후 우리나라는 소련에 경협차관을 제공하는 협정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소련연방이 해체되는 혼란기를 거치며 상환이 미뤄졌고, 이는 소련의 뒤를 이은 러시아 정부와 1993년 현물 방식으로 상환이 합의되며 우리나라에 러시아 무기가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불곰사업’의 시작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차관 상환은 2010년대까지 이어졌는데, 초기 전차, 장갑차 등의 재래식 무기 도입 수준의 ‘불곰사업’은 이후 ‘한·러 군사기술협력사업’으로 변경되며 무기 기술 이전이라는 질적 전환이 추진됐다. 덕분에 2010년 이후 우리나라에는 러시아 첨단무기 기술 등이 이전됐으며 이는 한국 방산 산업이 발전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최근까지 러시아는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소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비롯 쿠릴 열도 개발 사업 참여를 요청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호적인 협력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러시아의 한류 열풍은 1990년 우리나라와 수교가 이뤄진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이끈 것은 다름아닌 ‘러시아 국민라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팔도 도시락이다. 1991년 러시아 진출 이후 팔도 도시락은 50억개가 넘게 팔렸고, 지난 10년간 러시아 용기 라면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도시락’이라는 명칭은 러시아 특허청에서 상표권도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라면이 한끼 식사라면, 국민간식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2003년 러시아에 법인을 설립한 오리온의 ‘초코파이’다. 오리온은 2006년 러시아 트베리에 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 22조원 규모의 러시아 제과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러시아 진출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온 오리온의 초코파이 판매 실적은 올해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오리온은 트베리주 정부로부터 법인세 등 세제 혜택과 대출 지원 기금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받으며 세 번째 공장 착공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식품의 인기 비결은 현지화다. 특히 오리온은 차와 케이크를 즐기는 러시아인들의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연이어 내 놓으며 오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오리온은 지난해부터 ‘제주용암수’ 판매로 음료시장 진출에 나서는가 하면, 초코파이 이외에 비스킷 등 제품 라이업을 다양화하며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이커머스 채널인 ‘와일드베리’ ‘오존’ 등에 입점해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역시 BTS가 주도하는 케이팝 열풍이 강타하며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공식적인 케이팝 팬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BTS의 멤버 ‘뷔’는 ‘러시아 팬클럽 랭킹 톱 100’에서 3년 연속으로 개인 아티스트 최고 순위인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러시아에서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며 한류열풍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4% 성장한 2조 7000억 루블(약 44조 4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견인한 것은 매년 30~50%가 넘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러시아 온라인 쇼핑 이용자는 오는 2023년까지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의 인터넷 이용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79%에 해당하는 9,670만명으로 일일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190분에 달한다. 더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측정하는 인터넷 포용지수에서 100개국 중 2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접속 비용’ ‘현지어 콘텐츠 보급 수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인 경직성과는 별개로 러시아의 디지털 마케팅 관련 정책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플랫폼 사용이 자유로우며 디지털 마케팅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광고법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인터넷 광고에 관한 법률 핵심 내용’을 위반하거나 SNS 플랫폼이 자국의 디지털 콘텐츠를 검열·제재하면 러시아 통신 규제 당국이 나서 해당 플랫폼을 차단 조치하는 법이 러시아 하원을 통과하기도 했다.
넓은 국토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보급률이 낮지 않은 러시아는 소비자의 23%가 SNS를 통해 쇼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쇼핑 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채널이 브콘닥테(VK, V Kontake)라 불리는 자국 SNS라는 것이다. 브콘닥테는 2006년 파벨 두로프가 만든 SNS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지의 구 소련 독립국가연합권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제공하는 서비스와 기능, 비즈니스 모델은 페이스북(현 메타)와 유사하며 UCC, 오디오 파일 제공 등의 기능도 있어 유튜브의 일부 기능과도 유사하다. 이는 과거 소련연방 시절 러사아어가 공용어로 사용된 지역에서 큰 인기를 거두며 이미 2018년 5억개가 넘는 계정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 외에도 러시아에서는 유튜브를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코트라 모스크바무역관에서 3주 동안 열린 코리아 세일 페스타 2020에 구독자 85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레드오텀 등 유명 인플루언서 10명이 참여해 한국제품 리뷰 영상과 사진을 게시하고 온라인판촉전 방식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러시아에서 더욱 커지는 상황인데 특히 미용, 패션 등 시각적인 품목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별로 팔로워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인플루언서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은 자사의 마케팅 타깃이 해당 인플루언서 팔로워와 일치하는 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틱톡이 러시아 젊은 세대 사이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미 많은 틱톡 하우스가 생겨 많은 젊은 블로거들이 협업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마케팅 수단으로서 틱톡과 같은 숏폼 영상 공유 플랫폼을 공략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의 경우 초기 단계를 지나 시장 확장을 추진할 경우 대형 온라인 플랫폼 등 이머커스를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형 온라인 플랫폼 입점 시에는 현지 물류창고와 배송을 처리해주는 물류센터 기능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는 영토가 넓어 중소도시 단위로 전사상거래가 발달하는 상황인데 현지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은 OZON, Utkonos, Wildberiees, Sbermarket 등이다. 특히 2010년 출시된 OZON 모바일 앱은 디지털 마케팅 최적화를 위한 광고 컨설팅 서비스를 이용, 최근까지 매월 1000만 이상의 사용자 수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초기 진출 기업의 경우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서두르는 것보다는 벤더를 통한 납품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플랫폼 입점 시에도 대부분 벤더를 통해 납품을 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러시아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의 경우 신뢰할 수 있는 벤더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초기에는 대형 유통망보다 지역 기반의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초기 단계를 지나 사업 확장을 하는 기업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 입점과 함께 현지 법인설립, 물류창고, 배송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에도 초기 단계에 관계를 형성한 러시아 현지 파트너 기업의 힘을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현지 기업과의 장기적인 상생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좋다.
러시아는 지역 및 세대에 따른 온라인 쇼핑몰과 인터넷 이용 격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이용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수도인 모스크바로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인접한 지역,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극동지역인 연해주, 상트페터르부르크 등 지방도시의 온라인 쇼핑몰 이용률은 34%에 불과해 수도와의 격차가 크다.
우리나라 기업에 유리한 점은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가 2040세대로 이들은 주로 모바일을 통해 인터넷을 접하며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 등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 우리나라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디지털 마케팅을 진행 할 시 현지어 적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러시아어를 단순 번역해 비속어 등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해프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버거킹 캠페인인데, 당시 버거킹은 러시아어 발음을 고려하지 않고 캠페인 문구에 ‘E-point’를 직역하면서 문제가 됐다. ‘E-point’는 러시아어로 ‘이발람’이라 발음이 되는데, 이는 다른 사람 얼굴을 모역적으로 부르는 러시아 비속어 발음과 같았다. 결국 해당 캠페인 광고는 한화 약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이렇듯 러시아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이 현지 디지털 마케팅을 진행할 시 러시아어라는 특수한 언어적 환경에 대한 고려는 필수가 되고 있다.
*참고_ KOTRA 자료 ‘한권에 담아낸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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