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간과의 대화 시대···‘인간-컴퓨터’ 인터랙션 대전환

영화 ‘허(Her·2013)’에서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가 ‘사만다’라는 인공지능(AI)과 컴퓨터 화면으로 대화하면서 연애에 빠진 내용 전개를 기억하는가? 영화 ‘트랜센던스(2014)’에서 죽음에 이르게 된 조니 뎁이 결국 컴퓨터와 일체가 돼 부인 역의 레베카 홀과 대화하던 모습은 또 어떤가?

▲영화 ‘허(Her·2013)’에서 디지털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역의 호아킨 피닉스. (사진=워너 브라더스)
▲영화 ‘허(Her·2013)’에서 디지털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역의 호아킨 피닉스. (사진=워너 브라더스)

7~8년 전에 등장한 두 영화의 공통점은 ‘디지털 인간(Digital Humans)’과의 대화(인터랙션)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그런 대화는 더 이상 SF영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물론 디지털인간의 지능은 영화 속에서만큼 높지는 않은 것 같지만.)

IT업계가 다음 단계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수단으로 ‘디지털 인간’을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현실에서 점점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인간은 그동안 사용되던 단순한 챗봇이나 아바타에서 더 나아가 실제 사람같은 얼굴과 표정은 물론 감정반응까지 보여주는 쪽으로 진화했다.

IEEE엔지니어링은 6일(현지시각) 인간과 디지털인간 사이의 인터랙션 시대의 도래와 이를 촉진하는 IT 회사들을 짚었다.

인간-디지털 인간 간 교류 확대 기술 업체 증가

인간-디지털인간 간 교류 확산의 주요 실마리는 AI 스마트기기로 아바타와 교류하는 인구 증가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영화나 TV의 가상 세계에서는 AI가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고도의 지능을 가진 것처럼 그려진다. 분명 현실의 IT업체들은 그에 못미치지만 AI가 사고하고 느끼는 세계를 점점더 현실과 가깝게 만들고 있다.

IT업체 유니큐(UneeQ), 오벤(ObEN), 소울 머신즈(Soul Machines),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이 그들이다.

유니큐의 디지털인간 아바타들은 고객 서비스 챗봇, 가상 비서 및 기타 애플리케이션의 시각적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유니큐가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디지털 인간.(사진=유니큐)
▲유니큐가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디지털 인간.(사진=유니큐)

유니큐의 디지털 인간들은 언어나 목소리 톤은 물론 얼굴 움직임까지 실제 생명체처럼 생동감 있게 만들어졌다. 눈썹을 치켜 올리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미소를 짓고, 심지어 윙크까지 한다. 그들은 거래를 상호 작용으로 바꾼다. 오싹하지만 놀랍고, 인간적이기는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 회사 디지털 인간의 3D 얼굴은 실제 인간의 특징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다. 음성 인식은 아바타가 사람이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며, 자연어 처리는 정교한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사용된다. 아바타가 단어를 말하기 전에 특정한 감정과 얼굴 표정이 반응 속에 암호화된다.

유니큐가 컴퓨팅을 인간화하는 트렌드에 참여한 유일한 회사는 아니다.

오벤의 디지털 아바타는 유명 인사, 인플루언서, 게임 캐릭터,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 기타 인물들의 가상 실체 역할을 한다.

▲오벤(ObEN)사가 만든 인플루언서의 디지털 인간.(사진=오벤)
▲오벤(ObEN)사가 만든 인플루언서의 디지털 인간.(사진=오벤)

 

소울 머신즈는 인간 두뇌의 양상을 시뮬레이션한 디지털두뇌로 더 생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두뇌’를 사용한 자사의 ‘디지털 인간’이 느꼈거나 표현한 감정을 조절한 리얼한 모습을 보여준다.

▲소울머신즈가 ‘디지털 뇌’를 사용하는 디지털인간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소울 머신즈)
▲소울머신즈가 ‘디지털 뇌’를 사용하는 디지털인간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소울 머신즈)

아멜리아의 디지털 인간 ‘아멜리아(Amelia)’는 ‘디지털 직원’으로서 쿼리에 반응하기 위해 기억과 관련된 뇌의 일부를 모방하고, 각각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매력적이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도록 배운다.

아멜리아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통신 회사에 제공돼 고객들과 얼굴을 맞대고 사람같은 표정과 감정으로 이해심을 갖고 상담에 응하고 있다. 그녀는 최고 8만번의 상담 대화를 했고 고객사 IT서비스 데스크업무의 82%를 취급했고 혼자서 70%를 처리했다. 아멜리아 고객이 투자를 회수하는 데 24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아멜리아사의 디지털 인간 ‘아멜리아’. 
▲아멜리아사의 디지털 인간 ‘아멜리아’. 

 

인간처럼 보이면서 수요 늘지만 ‘불쾌한 골짜기’ 경험 줄 수도

그렇다면 이러한 디지털 인간이 곳곳에 등장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쉬왈리 모한 팰러앨토연구소(PARC) AI 시스템 과학자는 이러한 ‘디지털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다. 즉 인간처럼 보여도 영화 속에서처럼 ‘인간에 근접한 존재’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모한은 “디지털 인간들은 외모와 말투로는 인간처럼 보이지만, 그것 자체가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 “인간이 되는 것은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문제에 접근하고, 어떻게 그것들을 깨뜨리는지에 대한 것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알고리즘적 디자인을 필요로 한다. 인간 수준의 지능을 설계하는 것은 인간처럼 행동하는 그래픽을 설계하는 것과는 다른 노력이다. 우리가 이러한 아바타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면, 인간과 유사한 것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올바른 해결 경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 아바타들은 인간에 가까운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不気味の谷現象)’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불쾌한 골짜기 구간. (자료=모리 마사히로)
▲불쾌한 골짜기 구간. (자료=모리 마사히로)

모한은 이와 관련 “만약 뭔가가 사람처럼 보인다면, 우리는 그들에 대해 높은 기대를 하게 되지만 디지털 인간들은 다른 인간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인간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차이는 불쾌한 골짜기 느낌을 낳는다”고 설명한다. (‘불쾌한 골짜기’란 로봇이 완전하게 인간을 닮기 전까지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의 이론이다.)

그러나 아멜리아는 금융, 의료 및 소매유통 분야에서 높은 디지털 직원 채용을 경험하면서 수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체탄 듀브 아멜리아 최고경영자(CEO)는 “리스크 회피 성향을 보이는 은행과 보험사들이 이처럼 파괴적 기술을 도입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은 조기 도입의 위험보다 채택하지 않을 때의 위험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디지털 방식으로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만들지 않는 한 그들은 뒤처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의료 및 소매유통 분야에서 디지털 직원의 채택을 가속화했다고 설명한다.

이젠 노코드 플랫폼으로 직접 디지털인간 만들 수도

아멜리아, 소울머신, 유니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디지털 존재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고 있다.

즉 조직들이 낮은 수준의 코드(low-code), 또는 노코드(no-code) 플랫폼을 사용해 그들 스스로 직접 아바타들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에픽게임즈의 디지털인간을 만드는 작업 툴인 ‘메타 휴먼 크리에이터(MetaHuman Creator)’. (사진=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의 디지털인간을 만드는 작업 툴인 ‘메타 휴먼 크리에이터(MetaHuman Creator)’. (사진=에픽게임즈)

 

이같은 플랫폼으로는 아멜리아의 디지털 임플로이 빌더(Digital Employee Builder), 유니큐의 크리에이터(Creator), 소울머신즈의 디지털 DNA스튜디오(Digital DNA Studio)가 꼽힌다.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게임 엔진인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은 누구나 사진처럼 사실적인 디지털 인간을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도구인 ‘메타휴먼 크리에이터(MetaHuman Creator)’와 같은 작업을 가능케 해 준다.

아래는 언리얼엔진의 메타휴먼 크리에이터 소개 영상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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