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급등세를 보이던 가상화폐(암호화폐)가 급락했다. 이번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입' 탓이다. 요동치는 코인 시장에서 이른바 '머스크 리스크'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
12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는 것을 중단(suspend)한다고 선언했다. suspend라는 단어의 뜻이 전면 중단 보다는 유예, 연기라는 의미가 포함된 만큼 탈출구는 열려 있지만, 파급력은 컸다.
비트코인 전도사이자 도지파더(도지코인의 아버지)로 자칭하는 일론 머스크의 기습 선언에 코인 시장이 바로 반응했다. 한국시간으로 13일 오전 기준 비트코인은 7%대, 도지코인은 9%대, 리플은 6%대 하락했다. 최근 대장 코인으로 올라선 이더리움은 1% 대 하락으로 그나마 낙폭이 적은 편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비트코인 결제 중단 선언을 한 이유로는 '친환경' 이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쌓아온 테슬라이기에,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엄청난 전력에 대한 비판에 민감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언에 대해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 때 화석연료 사용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점"을 우려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력 생산 방식을 들여다 보면, 그 근원은 화석 연료를 태워서 전력을 생산해 낸다. 테슬라가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비트코인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최근 재생에너지를 통한 채굴 작업도 이뤄지고 있지만, 비트코인 채굴은 대기오염을 촉발시키는 사업 이미지가 강하다.
다만 테슬라 차량에 대한 비트코인 결제 중단에 대해, 일시적인 중단을 표현한 것은 가상화폐에 대한 머스크의 가치 판단이 바뀌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머스크는 "가상화폐는 좋은 아이디어이고 우리는 가상화폐가 미래를 약속한다고 믿지만 환경에 악영향을 줘선 안 된다"면서, "테슬라는 당장 비트코인을 팔지 않을 것이며, 비트코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 이하가 소모되는 다른 가상화폐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가상화폐 채굴이 지속가능한 에너지 쪽으로 전환되는 순간엔 다시 비트코인을 거래 수단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