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잠시 쉬고 있는 찰나 스마트폰 알림이 울린다. 즐겨찾기 한 쇼핑몰에서 지금 곧 라 이브방송을 시작한다는 알림이다. 날이 선선해져서 간절기 옷이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한번 봐볼까?
…
음, 이 티셔츠는 색상이 다양하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색상을 선호하지? 채팅창에 물어봐야겠다.
(채팅) “어떤 색상의 티셔츠가 인기가 많나요? 하늘색도 착용 샷을 보고 싶어요!”
(방송) 네! 하늘색상도 한번 입어볼게요. 코디하실 때는 이 조합으로 입으면 예쁠 것 같아요.
COVID-19(코로나 19)로 인해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이 선포되고 우리의 일상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소비 방식의 변화’이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재택근무 등 이동 제한이 생기면서 오프라인 제품 구매나 서비 스 이용에 제약이 생기자, 반대 급부로 온라인 소비가 급증했다. 그리고 이러한 비대면 방식의 소비는 전자상 거래를 주요 소비 방식으로 부상시켰다. 매장 영업이 제한된 기업들은 온라인 판로를 모색하고, 소비자들은 매장 방문 대신 온라인 쇼핑을 선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 가장 많이 화두가 되고 있는 온라인 쇼핑은 ‘라이브 커머스’다.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란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의 ‘온라인’ 채널을 말한다. 코로나 확산 이후 국내에서는 대형 오프라인 유통 뿐만 아니라 브랜드, 미디어 커머스 기업,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한 세일즈 프로모션을 적극 활용하는 경향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라이브 커머 스 관련한 솔루션과 플랫폼 등도 대거 등장하는 등 시장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라이브 커머스가 가장 활발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3~4년 전부터 ‘왕홍’(중국의 유명 인플루언서)을 앞세워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매출 증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기업들은 매장 투어, 신제품 출시 또는 할인 프로모션, 패션쇼 등 다양한 부분에서 왕홍을 섭외하여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하는데, 대다수 상품들이 품목과 상관없이 단번에 매진될 뿐 아니라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한 영상 자체도 평균 수천 만의 조회수를 기록 하는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에서는 라이브 커머스가 ‘세일즈’와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모두 효과적인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라이브 커머스가 상대적으로 덜 발전한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로나 19에 따른 소비방식 변화로 우리나라에서도 라이브커머스 붐이 빠르게 일고 있다. 그에 따라 본 글에서는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라이브 커머스는 어떤 단계까지 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라이브 커머스와 가장 비슷한 포맷인 ‘TV 홈쇼핑’을 살펴보자. 생방송으로 소개하는 물건을 보고 전화를 걸어 구매하는 것은 물론, 배송, 반품/교환, 환불까지 모두 집에서 이루어지는 ‘TV 홈쇼핑’은 등장 직후부터 ‘상거래 (Commerce)’ 시장에서 온라인 쇼핑(이커머스)과 함께 혁신적인 고객경험(CX)을 제공하며 2000년대 이후 국내 커머스 시장의 거대한 축을 담당해왔다.
세계에서 홈쇼핑을 최초로 시작 나라는 미국이다. 다만 홈쇼핑이 처음 시작된 매체가 TV가 아닌 라디오라는 점은 흥미롭다. 1977년 미국 플로리다 주의 라이도 방송국 광고 담당자는 광고주로부터 밀린 광고비 대신 전기 오프너를 대량 받게 된다. 이 전기 오프너를 처분하기 위해 라디오 토크쇼를 통해 판매했는데 모두 처분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순식간에 팔리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후 방송국 관계자들은 라디오 홈쇼핑 방송 채널을 편성하게 되었고, 1985년 세계 최초의 TV 홈쇼핑 채널인 ‘HSN(Home Shopping Network)’를 설립했다.
국내 최초의 TV홈쇼핑은 미국보다 10년 늦은 1995년(8월 1일), 케이블 TV의 개국과 함께 시작되었다. 당시 개국 했던 24개 채널 중 2개의 채널이 홈쇼핑 전용 채널로 배정이 되었는데, CJ오쇼핑의 전신인 39쇼핑(사업자명 hstv)과 GS홈쇼핑의 전신인 하이쇼핑(사업자명 한국홈쇼핑)이 그것이다.
백화점이나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것에 익숙했던 그 당시 소비자들에게 TV 홈쇼핑은 아직 낯선 방식이었다. 39쇼핑은 ‘굿모닝 홈쇼핑’이라는 프로그램 제목으로 총 174개의 제품을 팔았으나 매출은 1570만원에 그쳤는데, 그나마 가장 많이 팔린 것은 뻐꾸기 시계였다. 하이쇼핑의 실적은 더 낮아서, ‘만능 리모 컨’의 경우 주문량이 10개를 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홈쇼핑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 다. 당시 IMF가 터지면서 홈쇼핑 시장은 1998년도부터 2000년도까지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87%에 달하 는 등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경험했다. 2001년도에는 3개 의 홈쇼핑이 추가 승인이 되면서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 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홈쇼핑총 5개사의 경쟁구도가 열렸다.
이러한 홈쇼핑 시장은 2014년을 기점으로 실시간 방송을 통한 ‘TV 홈쇼핑’과 양방향성에 기반을 둔 ‘데이터 홈쇼핑(T커머스)’으로 나누어졌다. 이 때 두 커머스 방식을 나눈 가장 큰 기준은 ‘양방향성(Interactive ways)’ 이다. 모바일 커머스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에서, 주력 매체를 TV로 하는 기존의 홈쇼핑 방식으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데이터홈쇼핑(T커머스)이란 TV와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로 디지털 텔레비전을 기반으로 한 상품 검색 및 조회 구매가 가능한 상거래 방식이다. T커머스는 기존 TV홈쇼핑의 한계인 한정된 시간에 일방적인 전달 (One-Way)의 문제를 보완하여 반복적인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성시간에만 맞추는 것이 아닌 고객이 원하 는 시간에 언제든지 리모콘으로 주문/결제 및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TV 시청 및 매체 영향력이 확연히 줄어든 상황에서 셋톱박스를 통해 TV로 송출되는 데이터홈쇼핑(T 커머스)의 방식으로는 상품의 프로모션 및 판매를 높이기엔 한계가 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실시간 방송, 양방향 소통에 대한 니즈가 커졌고 이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가져와, 온라인 매체가 TV를 앞지르는 현상을 가져왔다. 게다가 2020년을 강타한 ‘코로나 19’라는 외적 요인이 더해 지면서, ‘라이브 커머스’가 새로운 쇼핑 대안으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상거래 채널의 특성상 가장 높은 등급의 방송심의규정을 받는 TV홈쇼핑은 소개 문구 등 세세한 꼼꼼 히 살펴야만 방송이 가능하다. 이는 실시간 대응 니즈가 커지는 작금의 모바일 환경에서 TV 홈쇼핑이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제약사항으로 작용한다.
반면 라이브 커머스는 기본적으로 ‘온라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방송심의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콘텐츠 구성이 보다 자유롭다. 또한 정형화된 쇼호스트가 아닌 ‘인플루언서’나 ‘브랜드 관계자’ 등이 출연하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보다 친근한 느낌도 받게 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년 6월 기준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중 모바일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가량(66.8%)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채널이 커머스 시장에서 필수불가결한 메인 채널이 되었다는 것은 이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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