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는 꽤 유명한 슈퍼카 브랜드가 여럿이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파가니, 마세라티 등 분명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제조사들이 있는데 람보르기니나 페라리는 들어봤어도 란치아(Lancia)는 생소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생산 차종이 많아서 란치아의 로고를 달고 여기저기 도로 위를 누비고 있었다면 알 수도 있을 테지만 현존하는 생산 차종이라고 해봐야 입실론 하나뿐이란다.
란치아는 1906년 세워진 자동차 회사다. 창업자는 빈센초 란치아(Vincenzo Lancia)다. 현재는 스텔란티스(이탈리아와 미국 기업인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와 프랑스 기업인 PSA 그룹 합병으로 세워진 거대한 자동차 회사) 산하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창업자인 란치아, 그도 자동차에 진심이었던 사람이다. 고작 19살에 피아트의 테스트 드라이버가 되었고 테크니션이기도 했으며 레이서도 활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란치아라는 회사를 차리면서 자동차를 생산해 왔는데 디자인도 그렇고 상품성과 성능도 콘셉트도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더구나 차량에 관한 (크리티컬 하든 마이너 하든) 퀄리티 문제도 도마 위로 오르며 우하향 했다고 한다. 그래도 입실론이라는 차량은 꽤 오랜 시간 유지되었다. 나름 판매량도 좋았다고 한다. 란치아는 알파, 베타, 델타도 이어지는 준중형 시리즈부터 경차인 Y10, 몬테카를로라 불리는 스포츠카, 3Ro 트럭에 1ZM 같은 장갑차까지 만들어낸 회사다. 물론 입실론을 제외하고 모두 단종되었다.
입실론 1세대. 출처 : Auto-Data.net
입실론(Ypsilon)은 1996년 처음 만들어졌다. 소형 해치백 모델이고 경차였던 Y10 후속모델로 개발되었다가 바디가 (Y10보다) 커지면서 소형 해치백 사이즈가 되었다고 한다. 다 단종되었다고 하니 란치아 브랜드로 생산되는 유일무이한 차량인 셈이다. 란치아에서 생산되는 차량들 일부는 디자인 측면에서 아주 기이하고 그로테스크한데 입실론 1세대도 만만치 않았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참 되게 못생겼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파워핸들 적용에 최고 시속 177km/h, 1.2리터 8 밸브 엔진 + ECVT 오토매틱도 가능했는데 처음 출시된 후 2개월간 무려 4만 대 이상을 팔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도 차량 생산은 꾸준했다. 2003년부터 2세대를, 2011년부터 3세대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2024년부터 란치아 브랜드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기차를 양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고출력 156마력, 완충 이후 주행거리는 WLTP* 기준으로 250마일(약 402km)이다.
* 여기서 말하는 'WLTP'는 UN 유럽경제위원회에서 정한 자동차의 성능 측정 기준을 말한다. '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s Test Procedure'의 줄임말이다.
란치아 입실론 HF 출처 : stellantis
차세대 입실론이라는 단순한 개념보다 란치아의 '고성능 브랜드이자 서브브랜드' 개념의 HF까지 부활시키며 더욱 강력한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름은 입실론 HF다. 순수전기 차량이며 최고출력은 237마력이다. 제로백은 5.8초다. 벤츠에는 AMG가 있고 BMW에는 M 시리즈가 있는데 입실론에는 HF라는 고성능 및 서브 브랜드를 갖추고 있으며 입실론 HF에도 HF라는 엠블럼을 여기저기 새겨 넣었다고 했다. 란치아의 입실론은 랠리 무대에서도 꽤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는데 이번 '입실론 랠리 4 HF'라는 랠리 전용 자동차를 통해 글로벌 랠리 무대 복귀를 알리기도 했단다.
새롭게 등장한 란치아의 입실론. 출처 : stellantis
사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양산하는 차종이 통상 수십대는 될 텐데 란치아는 입실론 1개의 차종만 내놓고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건 란치아의 능력 부족인 건가 아니면 '하나라도 잘 키우자'는 입실론에 대한 고집인 건가.
※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 <Lancia previews the Ypsilon HF, the Ypsilon Rally 4 HF and is back to rally>(2024.5.27), media.stellant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