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침공 제재받자, 전세계 우주 협력 뒤흔들어···우리도 피해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세계 우주개발에서 미국보다 앞서 우주선을 쏘아올린 우주기술초강국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국가들의 제재에 맞닥뜨리자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자국 소유즈 발사체를 이용한 위성 발사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가운데 올해 러시아 로켓으로 발사하려던 아리랑6호를 포함해 총 2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하지 못할 위기에 직면했다. 게다가 서방국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는 냉전체제 이후 국제우주 협력의 표본이었던 국제우주정거장(ISS) 유지 협력을 중단한다는 취지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유럽우주국(ESA)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제재에 동참해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과 추진해 오던 화성 탐사로봇 공동개발 및 발사에 협력하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지상에서는 물론 우주에서의 평화적 개발 협력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러시아 침공사태가 불러온 깨지는 세계 우주개발협력 질서의 모습들을 짚어본다.

() 탐사·인터넷위성·EU 갈릴레오 올스톱 위기

(하) 깨지는 국제 우주 개발 협력···중국조차 러 외면


우리나라, 러시아가 쏘아줄 2기의 첨단 인공위성 무산 위기

올 상반기에 발사될 ‘CAS500-2’ 원격 탐사위성이 KARI 연구팀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이 위성은 계획대로라면 상반기 중 러시아 소유의 바이코누르 코스모드롬에서 소유즈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하지만 우리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한 상황에서 발사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과기정통부와 항우연(KARI)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사진=항우연)

우리나라가 적어도 올해 인공위성 2기를 러시아 로켓에 실어 발사하는 계획을 추진중이지만 주무 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KARI)조차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이 임무가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발사 지연 위기를 맞은 위성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의 원격탐사위성 ‘CAS500-2’로서 올 상반기 중 카자흐스탄에 있는 러시아 바이코누르 우주발사기지(코스모드롬)에서 러시아 소유즈 로켓으로 발사될 예정이다.

다른 하나는 하반기에 발사될 합성 개구 레이더(SAR)를 탑재한 다목적 위성 콤샛-6(KOMPSAT-6·아리랑6호)로서 러시아 북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앙가라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이 위성은 좋지 않은 기상상황이나 구름이 낀 지상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는 지형공간정보 확보·첩보용 등 다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위성이다.

스페이스뉴스는 2일 항공우주연구원(KARI) 관계자의 말을 인용, “위성 발사 계획이 바뀐 것은 없다. 이 상황이 우리의 임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전개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항우연 관계자는 인공위성이 계획대로 발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모든 것이 평화적으로 조속히 해결돼 임무가 원래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러시아 로켓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올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에 가해지는 국제 제재 조치가 장기간 유지된다면 이것이 한국의 우주 프로그램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는 민간 부문과 협력해 국가 안보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차세대 네트워크 통신을 시험하기 위해 2031년까지 100개 이상의 소형 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국방부가 국가안보를 위해 개발하는 SAR 위성 40개, 그리고 과기정통부가 6G 기술 탐사를 위해 구축하는 14개의 통신위성이 포함돼 있다.

이 항우연 관계자는 “이들 중 일부는 자체적으로 만든 로켓에 실려 우주로 갈 것이고, 일부는 다른 나라 로켓에 실려 발사될 것이다. 만약 이용 가능한 (로켓 사용) 선택지에서 러시아가 제외된다면…그것은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KSLV-1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0년 국산 위성발사체 KSLV-2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10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KSLV-2가 우주에 도달하는 동안 더미 페이로드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했다. 두 번째 KSLV-2는 오는 6월 15일 발사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3년 1월까지 한국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세 차례나 발사된 KSLV-1 로켓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로켓의 1단은 러시아의 NPO 에네르고마시(Energomash)가 개발한 ‘RD-151’ 엔진으로 작동됐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 일본도 인공위성 발사 일정에 차질을 빚을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가 돌연 프랑스령 기니아 우주발사대에서 소유즈 발사체 지원 기술자들을 철수시켰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몽니에 기아나서 발사될 갈릴레오 위성 발 묶여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가장 최근에 이뤄진 소유즈 발사는 지난달 10일이었다. 소유즈 로켓은 영국 원웹의 위성 34기를 싣고 발사됐다. (사진=ESA-CNES-아리안네 스페이스 등)

로스코스모스는 지난달 26일 트위터에서 드미트리 로고진 국장의 말을 인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럽의 제재에 대응,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소유즈 발사와 관련한 유럽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발사장에서 전문 인력을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이어 “소유즈 로켓 발사를 지원하는 여러 러시아 기업의 직원 87명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4월 5일로 예정됐던 지구위치측정용 갈릴레오 위성 2기와 올해 말 또 다른 소유즈 위성으로 발사될 예정인 또 다른 한 쌍의 갈릴레오 위성 발사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우주국(ESA)은 내년에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공동 개발한 지구과학 임무 수행용 ‘어스 케어(Earth Care)’ 위성을 유클리드 적외선 우주망원경과 함께 소유즈 로켓으로 쏘아올릴 계획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또한 내년초에 소유즈에 ‘CSO-3’ 정찰 위성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계획들이 모두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크리스티 브레튼 유럽연합(EU) 우주분야 집행위원은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이 결정이 갈릴레오 측위 시스템의 ‘지속성과 품질’이나 지구과학 우주선 코페르니쿠스 시리즈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 결정에 대한 모든 관련 결정을 내릴 것이며 EU가 주권을 가진 이 2개의 우주 인프라 2세대를 단호하게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로켓발사서비스 중단은 몇안되는 서방 제재 대응수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에 에 대응, 러시아 로스코스모스가 오는 4월 5일 발사될 예정이었던 프랑스령 기아나 소유즈 로켓 발사대(사진) 기술자들을 철수시켰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이에 실려 우주로 갈 예정이었던 갈릴레오 항법 위성도 우주로 가기 어렵게 됐다. (사진=아나톨리 자크 @러시안스페이스웹)

프랑스령 기아나에서의 소유즈 발사 중단 결정은 러시아가 ISS 등 자체 우주 능력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도 서방의 제재에 대응해 끌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응 지렛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 당시 러시아는 미국의 경제 제재에 대응해 ISS로 가는 소유즈 우주선 좌석 접근을 차단하고 미국 ‘아틀라스5’ 발사 시스템 사용된 ‘RD-180’ 엔진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을 정도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의 러시아우주시스템과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지난 8년간 크게 낮아진 게 사실이다.

소유즈 로켓을 발사하는 프랑스령 기아나 발사장 사용은 로스코스모스 발표 전부터 의문이었다. 지난 1월 스테판 이스라엘 아리안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소유즈를 사용해오던 유럽 기관 고객들이 올해 말 첫 발사가 예정된 베가C와 아리안6 로켓으로 옮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원웹 인터넷 위성 발사도 불투명

최근 영국 원웹의 최신 인터넷 인공위성이 로켓에 실려 발사되기 위해 위성 제작장소인 미국 플로리다에서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로 보내졌다. (사진=아리안 스페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4일로 예정된 36기의 원웹 인터넷통신 위성 발사 계획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국장은 지난 2일 트윗을 통해 원웹의 위성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야 하며 영국 정부가 원웹에 대한 지분을 포기해야 이 위성 36개를 발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무리한 요구다. BBC는 하룻 만인 3일 영국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원웹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계획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영국 원웹의 광대역 인터넷 통신용 최신 인공위성들은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는 카자흐스탄의 발사장인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있으며, 유럽의 아리안스페이스는 4일 이곳에서 러시아 소유즈 로켓으로 원웹의 위성 36기를 발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발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소유즈를 이용해 러시아의 카자흐스탄 발사대, 프랑스령 기아나 발사대에서 위성을 쏘아 지구 저궤도에 배치해 온 아리안스페이스는 스페이스뉴스의 발사 계획 업데이트 계획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위원회는 3월 2일 발사대에 소유즈-2.1b 운반 로켓 롤아웃 및 설치를 승인했다. 발사는 3월 4일 22시 41분(UTC)으로 예정돼 있지만 사실상 물 건너갔다. 다. 원웹은 이미 러시아에 비용을 지불했지만 러시아가 영국정부의 지분 철수를 요구하면서 발사는 성사되기 어려워졌다. (사진=로스코스모스 트위터)
지난 2020년 발사를 앞두고 점검중인 36개의 원웹 인공위성 스택. (사진=아리안스페이스)

맥로플린 원웹 임원에 따르면 이 회사는 러시아 측에 발사 서비스 잔금을 이미 지불했다. 따라서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국제 금융 결제망(SWIFT)서비스 접근을 제한하려는 노력이나 제재로 인해 차단될 결제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성사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바이코누르가 개방돼 있는 가운데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대 러시아 수출 제한이 향후 원웹 위성 제조사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카자흐스탄 발사대로 위성을 무사히 운송하는 데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

원웹의 또 다른 잠재적 고민은 미국에서 제작된 인공위성을 발사대까지 옮기는 문제다. 원웹은 자사의 인공성 운반을 위해 통상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안토노프 공항이 운용 및 유지 관리하는 ‘An-124’ 항공기를 사용해 왔다. 가용성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유럽 영국의 비행제한은 평소라면 문제없었던 물류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맥로플린 이사는 원웹이 지리정치학적 상황이 계속 진화함에 따라 남아있는 위성 발사를 “매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리안스페이스는 그동안 13개 미션을 통해 원웹이 계획한 648기 이상의 위성 중 428기를 발사했다.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2기, 카자흐스탄에서 5기, 러시아 보스토크니 우주기지에서 6기를 각각 발사했다.

지난 2020년 아리안스페이스와 원웹은 지구저궤도에 인공위성을 배치하기 위해 소유즈 로켓으로 총 19회에 걸쳐 위성을 발사하는 데 합의했다며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밝혔다.

맥로플린에 따르면 원웹은 글로벌 인터넷통신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는 8월 말 이전에 완전하게 위성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프랑스령 남미 기아나 발사대에서의 소유즈 발사 기술자 철수로 이 계획이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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