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개는 전쟁을 꿈꾸는가?···미공군·호주육군에 도입된 '살인 로봇'

로봇개는 이제 전쟁을 꿈꾸는가?

빈 말이 아니다. 등에 저격총을 멘 4족 보행 로봇이 등장했다.

수십 년 동안 디스토피아 공상과학(SF)소설과 영화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경고해 왔는데 결국 이 상황까지 와 버렸다.

군사용 로봇 제조사인 미국 고스트 로보틱스가 지난 12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육군 주요 연례 대회에서 저격용 라이플‘스퍼(SPUR)’로 무장한 로봇 개를 전시했다.

▲등에 소총을 멘 미국 고스트 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개(Q-UGV). 지난 12일 워싱턴 D.C.에서 공개됐다. (사진=고스트 로보틱스 트윗)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총기 공급사 스워드 인터내셔널(SWORD International)의 6.5mm 크리드 무어 라이플을 장착한 Q-UGV(4족 무인 지상 차량)의 이미지를 트위터에 공유했다.

‘특수 목적 무인 소총(Special Purpose Unmanned Rifle·SPUR)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1-1▲고스트 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비전60’. (사진=미 국방부)
▲총기 제조사인 스워드 디펜스 시스템은 오는 18~21일에 조지아주 컬럼버스시에서 열리는 NDIA 미래 화력 컨퍼런스 및 전시회(NDIA Future Force Capabilities and Exhibitiony)에서 등에 총을 멘 고스트 로보틱스사의 로봇 개 ‘비전-60’을 선보인다. (사진=스워드 디펜스 시스템)

영혼 없는 하드웨어

스워드 인터내셔널은 별도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자사와 스퍼의 관계에 대해 “치사율 혁신물로 무장한 [특별 작전] 팀들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워드 인터내셔널은 웹사이트에서 “스퍼는 고스트 로보틱스의 ‘비전-60’과 같은 무인 플랫폼(로봇개)에서 정밀 사격을 제공하도록 특별 설계됐다. 스퍼는 고성능 센서 덕분에 밤낮으로 다양한 조건에서 작동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스워드 인터내셔널이 지난 12일(현지시각) 트위터로 로봇개에 장착된 스퍼의 제원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스퍼 시스템은 1.2km 떨어진 목표물을 저격할 수 있으며 무게가 17파운드(7.7kg)다. 텔레다인의 30배 광학줌 기능을 가진 FLIR 보손 열 카메라로 구성돼 주야간 구별없이 타깃을 확인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반동이 약한 6.5mm 크리드 무어 소총, 또는 7.62 x 51mm 나토(NATO) 탄환을 10발짜리 탄창으로 발사한다.

이 시스템에는 야간 비전 시스템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설계된 세라믹 코팅이 돼 있다. 그러나 원격 운영이 되는지, 어느 정도 자율 운영되는지는 알 수 없다. 또 이 로봇이 특정 고객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인지, 아니면 군 조직과의 계약의 일부로 설계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스워드 인터내셔널은 자사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스퍼 시스템에 6.5mm 크리드무어 저격총이 사용됐다고 알렸다. (사진=인스타그램)

즉각 이 이미지와 고스트 로보틱스 트위터에 댓글이 붙었는데 대다수 댓글은 킬러로봇의 디스토피아적 모습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반박하기 어렵다. 고스트 로보틱스와 스워드의 합작 로봇은 전쟁터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인공지능(AI) 능력과 전쟁 드론 및 기타 최첨단 군사 장비로 쉽게 연결될 수 있는 고정밀 살인 병기다. 스퍼를 장착한 로봇개도 전장에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금기시 되는 주제일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 온 로봇 개는 주로 공공 장소에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살인 로봇 금지 촉구

이는 이미 수년전부터 킬러로봇에 대해 위험성을 경고한 전문가 그룹의 경고와도 일맥상통한내용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일론 머스크, 노암 촘스키, 스티븐 호킹을 포함한 전세계 116명의 인공지능(AI), 로봇 전문가들은 “대다수의 AI 연구자들이 ‘AI 무기를 만드는 데 관심이 없다’면서 유엔에 살인 로봇을 전면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지난해 3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스톱킬러로봇캠페인 모임. (사진=스톱킬러로봇닷오알지)

이와 별개로 ‘킬러 로봇 중지 캠페인(Stop Killer Robots Campaign)’도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끌었고 미군 드론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킬러드론을 만드는 메이븐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 구글과 같은 거대 기술 회사 출신 직원들도 동참했다.

‘킬러 로봇’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사람 가운데 주목받는 인물로 구글 소프트웨어 개발 수석 책임자였던 로라 놀런이 있다. 주목을 받는다. 그녀는 2018년 미국의 군사용 드론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중 사임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시용 이동카메라로 활용…뉴욕선 시민 반발에 철수

전쟁용 킬러무인항공기(드론)과 달리 싱가포르에서는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통제 및 단속을 위해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SPOT)을 활용했다.

이 로봇은 또한 미국에서 법 집행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다.지난해 12월 뉴욕 경찰청(NYPD)는 스팟을 법 집행을 위해 사용하려고 시범 운용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항의로 인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의 9만4000달러 짜리 스팟 대여 사용 계약을 취소해야 했다.

▲뉴욕경찰청은 지난해 말 보스턴 다이내믹스로부터 대여해 ‘디지독’이란 이름으로 운용하던 스팟을 지난 4월 철수시켰다.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뉴욕 하원의원이 트위터에 반대 의견을 올렸다. (사진=트위터)

지난 4월30일 뉴욕경찰청(NYPD) 관계자는 “당초 8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디지독(DigiDog)’ 시범 사용을 더 이상 하지 않고 반환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여론의 거센 반발에 따른 것이었다.

스팟은 짧은 기간 동안 뉴욕경찰에 의해 ‘디지독(Digidog)’으로 불렸고, 종종 잠재적 적대 지역을 위한 모바일 카메라 역할을 요구하는 임무에 6번 투입됐다. 하지만 이는 시민들로부터 뉴욕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을 소름 끼치게 만들면서 심한 비난을 받았다.

▲싱가포르에 지난해 5월 8일부터 22일까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거리두기 단속을 위해 스팟을 시범 운용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트위터)

앞서 지난 2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뉴욕 하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현재 감시용 로봇 은 자원이 부족한 학교가 있는 저소득 유색인종 지역사회를 겨냥해 시험 배치되고 있다. 이 기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금으로 학교 상담과 같은 투자를 해야한다”고 제안하면서 로봇의 사용을 비판했다.

디지독은 지난 4월 맨해튼의 한 공공주택 건물에까지 배치돼 반발을 더욱 부채질했다.

소총 무장 앞서 호주 육군 훈련 참여에 미공군 비행장 경비 등에 활용돼

그런데 우리속담에 ‘말타면 경마잡히고 싶다’고 했듯이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

고스트 로보틱스가 자사의 4족 보행로봇에 저격총을 탑재하기 전까지 이미 다양한 군사훈련에 참여했다. 이는 누구나 언젠가 로봇개에 총까지 탑재하면 그대로 병사 몫을 하게 될 것이란 짐작을 낳게 했다.

▲고스트 로보틱스의 4족 보행로봇 개가 지난 2019년 4월 호주 육군과 함께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호주국방부)

실제로 지난 2019년 11월에는 호주에서, 지난해 11월에는 미공군에서 이 회사의 4족 보행로봇을 데리고 전투에 시범 참여하거나 경비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물론 이때에는 총까지 메진 않았지만 실전을 방불케 하는 자율방식 전환 탱크까지 동원한 전투 훈련에 로봇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당시 이 로봇개는 정찰 플랫폼을 위한 몇 가지 접근 방법 중 하나로만 소개됐다. 훈련장의 자욱이 피어 연기 기둥 뒤 숲속에서 쿼드콥터가 전투병을 추적하고 기계화 보병들 사이에 개 크기의 작은 로봇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나타난다.

고스트 로보틱스에 의해 만들어진 이 로봇 개는 로봇과 자율성에 초점을 맞춘 호주 육군의 스타로 떠올랐다.

미공군, 지난해 11월 미군 최초로 로봇개 도입

미국 플로리다의 틴달 공군기지 보안대는 지난해 11월 10일 미군 최초로 로봇개를 공군기지 순찰용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발표 내용은 총기 사용을 제외한 나머지 킬러로봇개의 운용 방식을 읽게 해 준다.)

당시 공군 제 325보안 대대는 당시 플로리다 팬핸들 기지를 지키는 동안 추가 보안을 위해 고스트 로보틱스가 개발한 반자율 로봇을 곧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 산하 부대 최초로 이 기술을 확보한 보안대는 11월 10일 로봇들과 함께 시연회를 열었다.

보안대대장인 조던 크리스 소령은 "이 로봇 개들은 인간과 차량에 바람직하지 않은 지역을 순찰함으로써 상황 인식을 강화하기 위한 힘을 몇배나 증강시키는데 사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스트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개가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 틴달 미공군기지에서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공군)

발표에 따르면 이 로봇개들은 어떤 식으로든 실제 군대에서 일하는 개들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순찰 경로로 프로그램 될 것이며 현장에 있지 않은 보안부대 당직사관을 통해 전자 보안 센서 시스템에 의해 모니터링된다.

그는 “우리는 기지 방어 작전 센터 내의 가상 현실 헤드셋을 통해 그것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우리는 로봇개가 모바일 카메라와 센서 플랫폼을 통해 감지하는 것을 정확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또한 개들에게 부착된 무선통신을 통해 병사들에게 구두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 소령은 이 로봇 개들이 비행사들을 자유롭게 해 늘어난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잠재적 비상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스트 로보틱스와 공군은 이전에도 협력해 일해 왔다. 공군은 지난해 11월 작전을 보완할 스마트 기술의 사용을 증명하기 위해 이 로봇개들을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에 보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곳의 다양한 무기와 우주선으로부터 수집한 정보 수집 센서로 모은 데이터를 융합하는 데 초점을 둔 최첨단 ‘첨단 전투 관리 시스템’프로그램 테스트의 일환이다.

미군은 특히 작전을 방해하는 소형 무인기(드론)나항공기 염탐으로부터 기지를 안전하게 보호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밖에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로봇개를 데리고 훈련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고스트로보틱스의 킬러로봇개가 현 시점에서 자율적일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 하지만 이 기술은 확실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장치가 어느 시점에서는 적어도 반자율적 킬러머신으로 군에 투입되는 것을 보게 되는 것도 놀랄 일만은 아닐 듯 싶다.

호주 퀸즐랜드 로스쿨에 따르면 현재 국제법은 자율무기 시스템이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별하고, 민간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한 모든 예방책을 강구하고, 그들이 합법적인 목표물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가능한 한 민간인에게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사전 경고를 제공한다면 이를 금지하지 않는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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