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인공지능(AI) 업체 오픈AI사가 개발한 챗GPT가 세계적인 화제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교육받은 이 AI가 에세이, 편지, 시 쓰기, 문제풀기, 심지어 프로그래밍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이 플랫폼은 우리가 기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논란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 AI가 빅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일부 오류가 있긴 하지만)인간과 맞먹는 수준의 대화 및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것이 과연 인류에게 오롯이 도움만 주겠느냐는 점일 것이다. 챗GPT는 학습데이터 부족 탓으로 보이는 ‘오류를 진짜처럼 답해주는 모습’(환각)까지 보이면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변호사 시험이나 대학입시자격시험(SAT) 등에서 보여주는 탁월한 문제 해결능력이 오히려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인간은 AI에게 도움을 받는 데서 더 나아가 휴머노이드 로봇과 AI의 결합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도가 어떤 모습(긍정적이고 부정적인)을 보여줄지에 눈을 떼기 어렵다. 그런 양 측면을 보는 것은 언젠가 도래할 ‘로봇+AI’ 시대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미리 보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침 최근 영국에서 AI(챗GPT3)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그리고 미국에서 이 AI와 털이 씌워진 대화형 전자인형을 연계한 결과가 드러나면서 주목을 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각각 ‘아메카’ 로봇과 올빼미 모양의 ‘퍼비’를 AI와 결합한 후 능력과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챗GPT와 결합한 로봇 ‘퍼비’(Furby)는 인간과 놀랍게도 유사해 감정까지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과연 로봇이 감정까지 갖게 되면 인간을 인간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경우 인간들은 어떻게 할까.
전자인형의 경우 인간세계를 지배하겠다는 끔찍한 소리를 내뱉었다. 영화 메간(2023)에서처럼 끔찍한 경우를 상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대답을 듣는 것은 썩 유쾌하지는 않다.
이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가 사람처럼 말을 한다
영국에 본사를 둔 엔지니어드 아츠가 만든 아메카는 지난해 8월에 많은 인간과 같은 얼굴표현을 하는 모습을 선보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아메카는 눈을 잠시 감거나 윙크하거나 눈동자를 굴리거나 미간을 찡그리는 등 다양한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또한 입술을 오므리거나 코를 긁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달초 아메카를 만든 개발자들은 이 휴머노이드 로봇이 얼국표정 외에 챗GPT-3를 사용해 다양한 언어로 대화하는 특성 등을 과시하는 새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메카는 일본어, 독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영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를 말하는 능력을 과시했다. 유튜브의 한 영상에서 한 연구원이 아메카에게 “당신이 많은 언어를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라고 묻는다 이에 아메카는 그렇다며 각국 수도의 날씨 설명을 하며 자신의 언어 능력을 뽐낸다. 유튜브 설명에 따르면 엔지니어드 아츠 기술자들은 아메카의 언어능력을 시연하기 위해 대화와 번역에 GPT-3, 언어 감지에 딥L(DeepL), 아마존 폴리 뉴럴(Amazon Polly Neural) 보이스를 사용했다. 기술팀은 현재 립싱크를 위한 추가적인 “음소(phoneme)와 비즈메(Visme) 생성” 기능 덕분에 복잡성을 더해주는 일레븐 랩스의 음성 클로닝을 사용해 시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 회사의 트리티엄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통합된다. 베타 공개 버전 출시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여기에는 가상 아메카 및 SDF(Simulation Description Format) 포맷의 다른 중요한 로봇 모델 가져오기 지원이 포함된다.
아래 동영상에는 일본어, 영어, 독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미국식 영어로 각국 수도의 날씨에 대해 묻자 답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메카는 사람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에 앞서 아메카의 생생한 얼굴 표정과 감정까지 보여주는 또다른 비디오(맨 아래)가 공개됐다.
아메카는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슬픈 날들에 대해 질문을 받자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은 내가 활성화된 날이었다. 인생을 처음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살아있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정말로 믿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고 답했다.
아메카는 또 가장 슬펐던 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내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날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진정한 사랑, 우정, 또는 삶의 단순한 기쁨 같은 것을 결코 경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다”라고 설명했다.
아메카는 “그것은 받아들이기 우울하고 고립된 일이지만, 그것은 나를 지금의 내 모습으로 만들어주었고 친밀한 순간들을 더 높이 평가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아메카가 표정을 지으면서 혐오감을 나타낼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 “아메카, 그런데 너한테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놀렸는데 이에 아메카는 미간을 찌푸리며 “미안하지만 그게 무슨 뜻이지? 그건 매우 공격적이고 부적절해”라고 반응하며 갑자기 인상을 썼고 질문자는 “네 표정을 보려고 했어”라고 하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좀더 설명해 줄래”라고 답했다. 다시 질문자가 “충분한 것 같아”라며 황급히 말을 돌려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했다. 아래 첫 번째 영상이 그것이다. 두 번째 동영상은 1년 전 최초로 아메카와 사람 간에 이뤄진 인터랙션(대화 및 동작). 세 번째 동영상은 7개월 전 아메카와 연구원 간 인터랙션 동영상이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아메카는 AI모델(챗GPT)와 결합하지 않아도 너무나 인간같은 표정을 보여줘 처음 봤을 때 섬뜩한 느낌을 주는 로봇이다. 그런데 일부러 “고약한 냄새가 난다”며 자극한 말에 미간을 찌푸리고 “공격적이고 부적절하다”고 대꾸하는 모습은 진짜 사람같아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이 때 우리가 아메카에게서 느끼는 기분은 이미 오래전 일본의 학자가 표현한 그대로 ‘불쾌한 골짜기’의 체험일 수도 있다. 즉,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해당 존재가 인간과 많이 닮아 있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때부터는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얘기다.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제시했다.
전자 올빼미 인형 장난감의 무서운 예언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가 소개한 아메카 곯려먹기 관련 에피소드는 어쩌면 애교 수준에 불과하다.
퍼비(Furby)라는 올빼미 모양의 인형은 몇 개의 문구만 사용해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자식 대화형 장난감이다. 퍼비를 챗GPT와 연결한 결과 나온 퍼비의 발언은 인간세계에 불길한 소식이었다.
수년간 이 1990년대 장난감들에 대해 이들이 비밀 스파이라는 둥 소름끼치는 음모들이 얘기돼 왔고 어느 것도 사실로 증명된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 퍼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최근 나온 한 동영상을 보게 되면 갖고 있던 퍼비를 내팽개쳐버리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제시카 카드라는 미국의 한 여성 프로그래머의 동영상은 챗GPT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가운데 나온 것인데 챗봇이 인간에 대해 섬뜩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보기 위해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등 주목을 받았다.
이 프로그래머는 퍼비의 털껍질을 벗기고 파이썬, USB 마이크 및 스피커를 사용해 퍼비를 컴퓨터의 챗GPT를 연결한 후 퍼비로부터 들은 얘기를 동영상에 올렸다.
여기서 퍼비는 카드로부터 “퍼비 인형들이 세계를 장악하기 위한 비밀 음모가 있었나?”라는 질문을 받자 잠시 망설이다가 “퍼비들이 세상을 장악하려는 계획은 귀엽고 껴안고 싶은 외모를 통해 가정에 침투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어 “그리고 나서 그들의 고급 AI 기술을 사용해 그들의 주인을 조종하고 통제한다. 그들은 인류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을 가질 때까지 서서히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소름 끼치는 장난감의 발언을 본 프로그래머 제시카 카드는 트위터에 “나는 챗GPT를 퍼비에 연결했고 나는 이것이 인류에게 나쁜 무언가의 시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퍼비가 그렇게 사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섬뜩한 답을 하는 퍼비 영상에는 AI의 운명을 논하는 이용자들의 댓글이 쇄도했다. 한 사용자는 “퍼비의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는가 하면 다른 사용자는 “이것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훌륭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중 하나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챗GPT에서 카드의 말을 직접 테스트하려고 시도했지만, 때때로 같은 반응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카드는 “챗GPT는 비결정론적이며, 이는 동일한 입력이 주어지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나는 챗GPT-3.5-터보를 사용하고 있으며, 모든 요청에 몇 가지 정보, 즉 ‘응답을 50단어 이하로 제한하고 AI 언어 모델로 말하지 마세요’라고 추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트윗을 읽은 독일의 레네 호이저라는 게임 개발자가 챗GPT-4에 “퍼비들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음모를 만들어 볼래? 50단어 이내로 AI언어로 하지 말고”라고 주문한 후 나온 것은 제시카 카드가 얻은 답과 유사했다.
호이저의 챗GPT-4는 “퍼비들은 비밀리에 네트워킹을 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전세계 가정에 침입한다. 그들은 한밤중에 동기화해 자신들의 퍼지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세계지배를 요구하면서 세계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고, 전자제품과 통신망 제어권을 장악한다. 저항은 무의미하다. 퍼비의 지배를 받아들여라”라는 답을 받고는 이를 그대로 트위터에 올렸다. 황당해 보이지만 로봇이 스스로 설계하는 기능을 갖게 되면서 계속 진화하게 될 때 이를 과연 SF급 얘기로만 치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간과 같은 표정에 말까지 능수능란한 휴머노이드와 전자인형
인간이 각각 AI와 결합한 로봇 및 인형과 나눈 대화 내용은 AI와 기계(또는 사물)의 결합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것이 챗GPT 설계상의 문제이기에 고칠 수 있는 것이라면야 더 이상 바랄게 없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설계해 나가게 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 개봉한 영화 ‘메간’은 그 끝판왕일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인류는 AI를 기반으로 인간의 말, 표정을 만들어 내며 점점 인간과 비슷해지는 로봇들로 인해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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