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요약]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에서 로보락은 27%를 기록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가전 1위 명성의 LG 전자는 14%로 이미 큰 격차를 벌이고 있다. 로보락은 ‘올인원’ 로봇청소기 분야에서는 이미 시장점유율 45%로 1위를 기록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로보락이 로봇청소기 분야 통합 1위 등극도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미국 월풀을 제치고 매출 기준 글로벌 가전 1위를 차지했다. TV 부문은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가전 강국’인 우리나라가 유독 맥을 못추는 분야가 다름 아닌 로봇청소기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 수준으로 매년 3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며 올해는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실내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최근 내수 시장에서 중국 로봇청소기의 점유율이 심상치 않다. 여러 업체가 있지만, 그 중에서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로보락의 행보가 특히 위협적이다. 올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의 중국 업체 합산 점유율은 32%인데, 그 중 22%를 로보락이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샤오미, 에코백스 등이 뒤를 따르고 있지만 이들 점유율은 4~6% 정도다. 적어도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로보락의 소비자 반응은 국내 기업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올해 기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에서 로보락이 27%를 기록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가전 1위 명성의 LG전자는 14% 불과해 이미 로보락에 추월 당한 상황이다. 더구나 ‘올인원’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은 로보락이 45%를 기록, 1위를 달성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로보락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통합 1위에 등극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중국 가전 업체들이 저마다 삼성전자, LG전자 타도를 외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분야에서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그런데 유독 로봇청소기만은 예외인 이유는 뭘까? 로봇청소기에 진화 과정과 함께 이 분야에서 중국 가전 업체들의 경쟁력을 분석해 봤다.
20년 역사의 로봇청소기, 진화 속도에 ‘깜짝’
세계 최초의 로봇청소기는 2001년 스웨덴의 글로벌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가 선보인 ‘트릴로바이트(Trilobite)’였다. 그 이름처럼 모양은 흡사 고생대 생물인 삼엽충을 닮았다. 초기에는 청소기의 역사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력과 가성비였다. 기존 진공청소기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면서도 가격은 비쌌다. 시끄러운 소음과 짧은 배터리 시간도 문제였다.
이후 첨단 기술이 보강되고 가격을 낮춘 경쟁사 제품이 등장하며 결국 트릴로바이트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외에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트릴로바이트 이후 로봇청소기는 눈부신 진화를 거듭했다. 진화를 견인한 핵심 기술은 소프트웨어와 배터리였다.
소프트웨어가 발달하며 하드웨어도 초기 먼지청소 기능에 더해 물청소 기능이 추가됐다. 주행 방식도 이동을 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정해진 각도로 방향을 바꾸는 초기 ‘랜덤(random)’ 방식에서 지그재그 경로로 이동하며 청소 영역 정보를 기억하고 청소 효율을 높이는 ‘매핑(mapping)’ 방식으로, 다시 카메라 센서가 더해진 ‘비전(vision) 방식’으로 진화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레이저 센서가 탑재된 제품이 출시되며 공간 자체를 인식해 3D 맵핑화를 하는 로봇청소기가 등장했다. 문지방을 넘어 청소를 하는 기능, 물청소와 진공청소를 병행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춘 것은 물론이다.
말 그대로 로봇, 미래 성장 가능성 상상 이상
최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고성능 로봇청소기의 가장 큰 특징은 멀티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자율주행 기능이다. 레이저로 공간을 인식하는 라이다 센서는 기본 탑재돼 있고, 여기에 더해 ToF (time of flight, 거리측정 센서)와 3D 센서가 정확성을 높여 완벽한 청소가 가능하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자사 로봇청소기에 AI 기술까지 적용해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하고 딥러닝을 통해 공간을 학습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중국 업체인 로보락과 에코백스의 로봇청소기는 여기에 빛과 밝기를 감지하는 RGB 센서를 더했다.
본체에 스피커와 마이크를 탑재하고 AI와 연동되는 '로봇청소기의 AI 스피커화'도 최근의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로보락은 구글홈과 알렉사, LG전자는 클로바 등을 지원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와 중국 로봇청소기가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홈 IoT(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기능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LG전자는 LG씽큐를 적용, 로봇청소기를 스마트폰 등 다른 가전제품과 연동해 사용하기 쉽게 하고 있다. 경쟁에 나선 중국 업체 중에서는 샤오미가 자사의 미홈 플랫폼과 연결한 방식을 선보이고 있고, 에코백스는 자체 앱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 로봇청소기에 비해 중국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올인원’ 기능이다. 말 그대로 진공청소와 물걸레를 활용한 물청소, 자동 먼지비움, 물걸레 자동 세척 기능을 로봇청소기에 모두 적용한 것이다. 여러 중국 업체들 중에서도 로보락은 이러한 ‘올인원’ 기능을 적용한 자사 로봇청소기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내세우는 마케팅 슬로건은 ‘한국의 온돌문화를 고려한 제품’이다. 반면 아직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는 물걸레청소와 진공청소 기능을 구분한 로봇청소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인원 로봇청소기로 한국 시장 공략하는 중국…보안성은 우려
‘올인원’ 기능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로보락의 프리미엄 제품 가격은 150만원을 훌쩍 넘어서며 80만원에서 120만원 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가격을 이미 능가하고 있다.
최근 로보락은 분당 최고 3000회에 달하는 초음파 진동 물걸레, 카페트 구간에서 물걸레를 자동으로 들어 올리는 ‘오토 리프팅’ 등의 기능을 갖춘 로봇청소기를 선보이며 한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올 봄 선보인 이 신제품은 사전 예약 판매 시작 16시간 만에 준비된 수량 1000대가 완판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능을 더욱 업그레이드 한 제품을 출시하며 무서운 기세로 한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업체들의 시장 공략 방식은 최근 엔데믹 상황을 맞이하며 오프라인 매장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보락은 지난달 롯데하이마트 오프라인 매장과 아이나비 직영점에 입점하는 등 전국 49개 매장에 들어간 상태다. 에코백스는 이달 말부터 숍인숍(Shop in Shop) 방식으로 하남 스타필드 일렉트로마트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다. 앞서 지난 4월에는 SK네트웍스서비스와 사후서비스(AS)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등 5개 광역시에 방문 접수가 가능한 서비스센터를 마련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나라 시장은 중국의 로봇청소기 시장에 규모 면에서는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이른바 ‘한국 프리미엄’으로 꼽고 있다. 한국에서 1위를 한 제품이라는 타이틀로 다시 중국을 비롯한 유럽 등 글로벌 시장 마케팅에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로봇청소기 보급률은 아직 8%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중국 로봇청소기의 시장 규모는 94억위안(약 1조6000억원), 2021년에는 108억위안으로 평가됐다. 더구나 최근 중국에서는 편리함을 위해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인 ‘란런경제(懒人经济, 게으름뱅이 경제라는 뜻으로 게으른 사람들의 소비 경향에서 파생되는 경제효과를 의미함)가 떠오르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 시장에서 중국업체의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고 있다. 40.9%를 기록한 에코백스를 시작으로 샤오미, 로보락, 나르왈, 메이디까지 1~5위를 모두 중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미국 ‘아이로봇(iRobot)’, 독일 ‘Tomefon’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LG전자 제품은 9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중국산 로봇청소기의 경우 우리나라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지만, IoT(사물인터넷) 보안 인증은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IoT 보안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인증 받은 중국산 기기는 로봇청소기를 포함해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로보락 등은 유럽 컨슈머 IoT 보안 표준을 충족하고 독일 인증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 보호 및 안전 인증서를 받았다고 홍보하고 있다. 내장 카메라가 이미지를 저장하지 않고, 먼지통 비움, 물걸레 세척이 완료되면 카메라 위치 부분이 도크 안쪽으로 움직인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보안 문제에도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로봇청소기의 점유율은 한국 기업을 따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로보락의 경우 세계 최초로 로봇청소기를 선보인 스웨덴을 비롯해 노르웨이, 독일, 싱가포르, 루마니아 등에서는 시장점유율 1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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