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는 어떻게 우리나라 검색어 1위가 됐나?

[AI 요약] 올해 우리나라에서 구글을 통해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인 것으로 드러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로블록스의 가치는 450억 달러(약 53조 5000억원)으로 치솟았다. 당장의 가치가 그렇고,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봤을 때 향후 로블록스가 만들어 낼 가치는 그 이상으로 평가 받고 있다. 과연 로블록스의 어떤 점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을까?


올해 우리나라에서 구글을 통해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인 것으로드러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2위를 기록한 ‘코로나 백신 예약’ 3위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 등을 능가하는 것으로 올 한 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엄청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초딩들의 놀이터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로블록스는 게임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게임의 수준을 뛰어 넘어 사회·경제적인 파급력을 만들어내며 확산되고 있다.

최근 로블록스의 가치는 450억 달러(약 53조 5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연초부터 최근까지 주가는 81% 이상 상승했다. 여전히 영업이익은 적자지만 그 잠재력만큼은 엄청나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 평가의 근거는 하루 평균 4300만명(올해 1분기 기준)에 달하는 접속자다. 당장의 가치가 그렇고,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봤을 때 향후 로블록스가 만들어 낼 가치는 그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연 로블록스의 어떤 점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을까?

게임을 넘은 확장성, 로블록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로블록스 웹사이트에 들어가자 수천만개의 게임을 배경으로 가입 창이 뜬다. (이미지=로블록스 사이트 캡처)

로블록스에 접속하면 바둑판처럼 늘어선 수천만개의 게임을 만날 수 있다. 사용자는 이 각각의 게임을 만들 수도 있고 참여할 수도 있다. 게임 속에 아이템 역시 사용자가 모두 직접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게임과 아이템 거래에는 로블록스 자체 화폐 체계인 ‘로벅스’로 할 수 있다. 이는 실제 현금화도 가능하다.

사용자들의 활동은 게임을 만들고 참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공간 속에서 친구를 사귀고, 콘텐츠를 소비하며 구매 등의 경제 행위도 이뤄진다. 현실 사회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사용자가 크리에이터가 되어 게임을 만들고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하는 수익은 로블록스와 사용자가 나눠 갖는다. 올해 6월에는 로블록스 내에 만들어진 ‘플레이댑 타운’에서는 사용자가 타 게임에서 획득한 NFT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로블록스의 메타버스 구현 방식과 운영 방식은 많은 기업들에게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게임업계가 대표적이고, 그 외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그렇다. 몇몇 글로벌 브랜드들은 로블록스 내에 자사 브랜드 홍보하며 디지털 전용 제품을 내놓고 판매를 하기도 한다.

지난 6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로블록스에 내 놓은 한정판 상품 ‘구찌 퀸 비 디오니소스’ 가방은 35만 로벅스에 판매됐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4115달러(약 465만원)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이 제품이 현실에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로지 가상공간에서만 보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최초 구찌가 내 놓은 가격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5월 구찌가 로블록스 내 마련한 ‘구찌가든’에서 처음 판매 당시 가격은 475로벅스, 약 5. 5달러에 불과했다. 최초 구매자가 이를 가격을 더해 재판매하고 그것이 반복돼 4115달러 수준으로 가치가 폭등한 것이다.

화제가 된 나이키랜드에 들어가 봤다. 막상들어가 보니 입점 수준이 아닌 그야 말로 나이키 세계를 구축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안에서 사용자는 나이키가 제공하는 다양한 메타버스 경험을 접할 수 있다. (이미지=나이키랜드 캡처)

그 외에도 치폴레,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 들이 로블록스 내에 가상공간을 개설하고 많은 사용자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나이키의 경우 지난달 디지털 스니커즈와 의류 판매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를 출원하며 본격적인 가상세계 사업 확장을 선언했다.

나이키가 로블록스에 만든 ‘나이키랜드’는 오리건주 나이키 본사를 본뜬 것으로 로블록스 모든 사용자에게 개방돼 있다. 여기서 사용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나이키 디지털 신발과 의류를 구입해 입을 수 있으며, 다른 사용자들과 피구, 술래잡기 등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나이키의 나이키랜드 구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향후 월드컵이나 슈퍼볼 같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가상세계에서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현실세계와 이어져 있는 로블록스의 전략

지난 11월 로블록스는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자사의 장기 확장 전략을 밝혔다. 이는 정체성, 친구, 몰입감, 낮은 마찰(가능한 한 원활한 경험), 다양성, 경제성, 안전성 등으로 설명됐다.

정체성은 사용자가 아바타를 통해 커뮤니티 내에서 실제로 자신을 표현하며 상호 작용할 수 있게하는 측면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용자의 상호작용은 다양한 콘텐츠 환경 속에서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실제와 유사한 경제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진행 중이고 상당 부분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로블록스는 그간 사용자들이 쓰는 아바타나 디지털 아이템의 그래픽이 투박하다는 지적에도 대응해 보다 실제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선보인 것은 레이어드 의상과 베타버전으로 공개된 다이내믹 헤드라는 기술이다.

로블록스는 아바타 등 디지털 아이템이 투박하다는 지적에 대응해 보다 실제처럼 보이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미지=로블록스)

레이어드 의상의 경우 말 그대로 다양한 디지털 의상이 아바타 주위에 걸쳐지고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장면을 구현하는 것이다. 다이내믹 헤드는 지난해 로블록스가 인수한 디지털 아바타 스타트업 룸닷아이의 기술이 적용돼 실제 사용자가 말하는 내용에 따라 아바타의 입을 움직일 수 있게하는 기술이다.

한편 로블록스가 강조하는 다양성은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넘어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브랜드 및 음악 관련 파트너십으로 연결되며 현실세계 기업들을 로블록스에 유도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어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로블록스의 경제적 측면이다. 무한한 가상세계에서 로블록스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현실세계의 경제와 동일한 구조의 경제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그 안에서도 광고, 구독 서비스, 커머스 등의 비즈니스가 고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나이키랜드를 통해 나이키가 가상판매 특허 신청을 한 것과 같이 디지털 제품의 가치는 이미 현실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한편 로블록스는 장기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글로벌 확장, 연령층 확대, 플랫폼 확장, 수익화 등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하나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서 메타버스 열풍이 부는 이유는?

로블록스가 엄청난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고,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바꾸며 메타버스 기업을 천명하는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도 메타버스 분야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로블록스와 대적하며 나름대로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도 빼 놓을 수 없다.

이에 대항해 우리나라 역시 게임업계를 비롯해 빅테크, 엔터테인먼트 업계들이 저마다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선언하며 글로벌 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다. 특히 게임업계는 메타버스 게임과 NFT를 연계해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세우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이 모두 주목하는 것은 메타버스의 확장성이다. 게임이든, 가상세계든 일단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사용자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창출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이인화 교수 역시 매체 인터뷰를 통해 “미래에 메타버스에 무관한 산업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한 최근 미국 법무부가 애플의 독점 금지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에픽게임즈의 항의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로블록스가 웹사이트에 있던 ‘게임’이라는 단어를 ‘경험’으로 수정한 것도 이와 같은 확장성을 염두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1세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알려진 다다월즈(좌), 세컨라이프

다시 우리나라에서 메타버스 열풍이 부는 이유를 찾아보자면 그 기원을 따질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를 처음 시도한 것이 미국과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미 2002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메타버스인 ‘다다월즈(Dadaworlds)’가 나온 바 있다. 미국의 ‘액티브월드’를 가지고 와 최초로 상용화 한 것이라고 한다. 당시 10만명이 넘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고, 삼성증권, 삼성전자, 외환카드 등 많은 업체가 비용을 지불하고 입점 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등장한 ‘세컨드라이프’는 이 다다월드에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당시 1세대 메타버스는 기술 인프라와 콘텐츠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부분 실패했다.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콘텐츠는 물론 기술적인 여건도 완비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어느 나라보다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수많은 기업이 불나방처럼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드는 상황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를 두고 과거 2000년 무렵 닷컴 버블 전후 수많은 기업의 운명이 갈린 상황과 비슷하다고 하는 전문가도 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경쟁을 통해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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