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직역 수호’ 내건 변협에 ‘읍소’ 하는 수밖에…

[AI요약]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로톡 서비스가 법조계 반발로 생존을 위협받으며 한시적 무료 광고를 제공하는 고육책을 쓰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2014년 선보인 ‘로톡’ 서비스는 저렴한 법률 서비스 이용료와 변호사 광고비로 한때 회원 변호사가 4000명을 넘어서며 성공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서울지방변호사회와 갈등이 시작되며 상황은 급반전했다.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개정 등 연 이은 변협의 압박으로 로톡 내 변호사 회원수는 지난해 3966명에서 1901명으로 50% 이상 줄었다.

로톡과 변협 등 변호사 단체 등의 대립은 수년 째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미지=픽사베이)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로톡 서비스가 법조계 반발로 생존을 위협받으며 한시적 무료 광고를 제공하는 고육책을 쓰는 상황에 직면했다. 사회 각계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속속 등장하는 혁신적인 서비스와 기존 이익단체 간의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는 가운데, 로톡과 변협의 갈등 역시 수 년째 쳠예하게 이어지고 있다.  

2012년에 설립된 로앤컴퍼니는 지난 2014년 ‘로톡’을 론칭하며 대중들에게는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변호사들에게는 홍보 채널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법률 서비스를 소액으로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며 ‘로톡’의 월 이용자는 한때 100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또한 로톡은 변호사들에게도 월 25만~50만원 정도로 가능한 광고 서비스를 제공했다. 대형 포털보다 저렴한 광고비로 회원 변호사도 한때 4000명이 넘어가며 성공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로톡 상대로 소송까지 한 변협, 결과는 ‘문제없다’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서울지방변호사회 간의 갈등은 로톡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듬해부터 본격화됐다.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5년과 2016년 연이어 로톡을 상대로 변호사법 위반 사유로 법적 소송을 벌렸기 때문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법원은 로톡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양측은 한동안 합법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공생을 택하는 듯했다. 하지만 상황은 지난해 급반전됐다. 지난해 2월 ‘직역 수호’를 내세운 이종엽 변협 회장 취임 후 로톡에 대한 공세가 재개됐기 때문이다.

변협의 공세는 지난해 5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본격화됐다. 변호사들의 로톡 가입과 광고 게시를 금지하고 위반 시 징계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사실상 플랫폼을 통한 변호사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같은 시기에 소속 변호사들에게 로톡 탈퇴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 등의 강경 대응은 변호사가 3만명을 넘어가며 포화 상태에 이른 법률 시장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미지=픽사베이)

변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10월부터는 로톡을 탈퇴하지 않고 있는 변호사 200여 명을 특별조사위원회에 회부하며 탈퇴 압박을 이어갔다. 특별조사위원회는 로톡을 정조준한 조직으로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의 변호사법 위반과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여부 등을 조사·징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연 이은 변협의 압박으로 로톡 내 변호사 회원수는 3966명에서 1901명으로 50% 이상 줄었다. 로톡에 따르면, 매출액 역시 67.4% 감소했다. 변호사 참여 없이는 운영할 수 없는 로톡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서비스 효용성과는 상관없이 사지로 몰린 셈이다.  

이러한 변협의 강경 대응을 두고 변호사 3만명을 넘어가며 포화 상태에 이른 법률 시장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로톡의 변호사 회원이 4000명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법조계 내에서도 로톡을 지지하는 여론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직에서 활동하는 A 변호사는 “변호사 입장에서 홍보 채널이 확대된다는 장점도 있고, 법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로톡의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한편으로 변협의 대응이 “단순히 배타적인 직역 보호만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역시 현직 변호사 B 씨는 “변협의 대응에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며 “강경 대응 이유 중에는 향후 로톡이 가져올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한 우려도 있고, 변호사가 단순히 수익만을 보는 상인과 같은 직역이 아니라는 일종의 사명감도 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공정위, ‘변협의 행위가 위법하다’

지난해 한국법조인협회에서 '로톡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발표한 성명서(좌), 로톡 홈페이지(우). 로톡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변협 외에도 한국법조인협회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변호사 업계의 강경 대응을 바라보는 여론은 로톡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로 변협 등의 행위가 정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변협과 로톡의 갈등 상황을 지켜보는 의견은 갈리고 있지만, 여론은 로톡에 우세하다. 국민의 75%가 로톡과 같은 법률 서비스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 역시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로톡을 비롯, 온라인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한 변협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의견과 함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또 공정위는 변협이 로톡 광고를 ‘변호사의 공공성이나 공정한 수임 질서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로 규정, 변호사법 23조를 적용한 것을 두고도 “변협이 해당 변호사법 조항의 위임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는 법무부 유권 해석 등을 근거로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이를 지켜보는 법조계 일각에서도 “법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지는 이미 오래됐고, 그 결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필요성 측면에서 로톡 서비스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즉 로톡의 인기는 변호사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홍보 필요성을 느낀 변호사들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고, 수요자 입장에서 봤을 때 여전히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시장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읍소를 택한 로톡, 무료 광고로 인식 전환 유도

변협 등의 강경 대응에 최근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 측은 몸을 낮추며 변협과 마찰 요소가 되는 '형량예측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변협은 이를 '사필귀정'이라며 로톡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서비스 중단 사류로 언릅한 것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미지=로앤컴퍼니, 변협의 보도자료)

갈등이 지속되고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던 서비스가 좌초 위기에 처하자 결국 자세를 낮춘 것은 로앤컴퍼니 측이다. 따지고 보면 로톡의 서비스는 변호사 역시 고객이기도 했고, 강경 일변으로 가는 변협과 대립을 지속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셈이다.

로톡은 일단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형량예측 서비스’를 중단했다. ‘변호사 등이 아님에도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의 처분∙법원 판결 등의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취급∙제공하는 행위’를 하는 개인∙법인∙기타단체에게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 또는 협조하지 못하도록 한 변협의 개정 광고 규정을 고려한 조치다.

로톡의 형량예측서비스는 1심 형사 판결문 약 47만건으로 통계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기초로 형량에 대한 통계 정보를 보여주는 것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를 통해 범죄 유형별로 가장 높은 비율로 선고된 형량 정보, 형량 선고 추세, 형량 분포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로앤컴퍼니 측에 따르면 형량예측서비스 누적 이용자 수는 출시 이후 중단되기 전까지 16만건에 달했다.

이어 로앤컴퍼니는 내달부터 로톡의 변호사 유료 광고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변협과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목적도 있지만, 무료 광고를 통해 변호사들에게 로톡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를 체험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이를테면 읍소하는 셈이다.

반면 변협은 로톡과의 갈등과 별개로 서울지방변호사회와 함께 TF팀을 꾸려 자체 플랫폼으로 ‘변호사 공공정보센터(가칭)’ 출시를 위한 실무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이 내 세우는 명분은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변협이 추진하는 ‘변호사 공공정보센터’는 로톡보다 약 2.5배 비싼 금액으로 상담을 제공하는 유사 플랫폼이라는 지적이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변협이 로톡에 문제를 제기했던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불문한다’는 사항은 이 플랫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한편 지난 20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23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지난해 완료했다고 밝혔다. 로앤컴퍼니는 2019년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투자 유치 누적액은 400억원 규모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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