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인산철 아니더라도···배터리 화재시 스스로 불끄는 배터리

중국 중심의 연구진이 차량용 배터리가 발화되면 스스로 진화하는 기능을 갖는 새로운 배터리 전해질(전해액) 설계를 내놓았다. 이들은 이미 소화기, 전자 테스트 및 클리닝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저렴한 상용 냉각제를 배터리 전해질로 기능하도록 적응시켰으며, 이 대체 전해질이 현재 사용되는 전해질과 비슷한 물성을 갖기 때문에 기존 배터리 생산라인과 쉽게 통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 지난 5일자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안전한 긴 주기 알칼리 이온배터리용 전해질’(Safe electrolyte for long-cycling alkali-ion batteries)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불 안나지만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는 리튬인산(LiF) 배터리를 대체해 생산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연구진은 6일(현지시각) 더컨버세이션에서 “특히 가연성(可燃性) 유기 분자가 여전히 전해질 형성을 지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전성은 배터리 지속 가능성에 필수적”이란 점을 강조하며 “이 배터리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해질인 리튬염과 유기 용매로 구성된 높은 가연성 전해질을 상용 소화기에서 볼 수 있는 물질로 대체한다”고 자신들의 개발 성과를 소개했다.

연구진이 내놓은 가연성 높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가 불이 나지 않도록 하는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저렴한 상업용 냉각제를 배터리 전해질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함으로써 배터리에서 발생한 불을 스스로 끄는 배터리로 만들 수 있었다. 전해질은 전하를 운반하는 리튬 이온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양극 단자와 음극 단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을 가로질러 이동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이 전해질로 만든 배터리가 배터리에서 열을 아주 잘 전달했고, 내부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도입해 사용한 새로운 전해질은 –75~+80°C의 넓은 온도 범위에서 잘 작동했다.

연구진은 이 배터리들로 가장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성 평가 방법인 못 관통 시험도 통과했다. (맨아래 동영상)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못을 충전된 배터리에 관통시키면 내부 단락상황이 발생하며, 만일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시험은 실패다. 하지만 연구진이 이 전해질을 사용한 충전된 배터리에 못을 관통시켰을 때 이 배터리는 충격을 견뎠고 불이 나지 않았다.

우리 업계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 배터리 업계는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소재를 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다 중국업계로부터 리튬인산철(LiF) 배터리 선제공격을 받고 뒤늦게 반격에 나선 마당이다.

중국 연구진 중 한명이 더 컨버세이션에 설명한 연구성과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리튬배터리 화재 안전성이 중요한 이유

전기차 배터리 일부분(실버박스)을 보여주는 사진. (사진=위키피디아)

리튬 배터리의 온도는 리튬이온의 흐름에 대한 배터리 내부의 저항으로 인해 충방전을 하는 과정에서 온도가 변한다. 높은 외기 온도나 전지팩 내의 고르지 못한 온도는 전지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전자제품이나 전기자동차에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 버전처럼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는 가연성이 높은 유기 분자가 지배하는 전해질 공식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열 폭주의 위험을 더욱더 높이는데, 이는 배터리 내부의 과도한 열이 원치 않는 화학 반응을 가속화해 더 많은 열을 방출하고 추가 반응을 유발하는 통제할 수 없는 과정이다. 배터리 내부의 온도는 1초도 안돼 수백 도씩 상승해 화재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너무 빨리 충전할 때에는 또 다른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은 배터리의 음극(음전하를 띤 전극)에 덴드라이트라고 불리는 리튬으로 된 바늘처럼 가늘고 매우 날카로운 얽힌 나뭇가지 모양(樹枝狀)을 생성하는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결국 바늘이 분리막을 관통해 다른 전극에 도달하면서 배터리 내부를 단락시키고 과열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에너지 생성, 저장 및 변환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구성됐으며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전한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연성 전해질을 난연성 전해질로 대체하는 것이 리튬 이온 배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고유의 과열 및 열 폭주 위험을 줄이는 장기적 개선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보고 이 연구를 진행했다.

어떻게 연구의 결실을 보게 됐나

리튬이온 배터리가 기기에 에너지를 전달하면 전하를 운반하는 원자인 리튬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며 방전된다. 충전시에 양극의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움직인다. (사진=알곤국립연구소/플리커)

연구진은 불연성(不燃性)이고, 배터리 팩으로부터 열을 쉽게 전달할 수 있고, 넓은 온도 범위에서 기능할 수 있고, 매우 내구성이 있으며, 어떤 배터리 화학과도 호환될 수 있는 전해질을 개발하고자 했다. 그러나 알려진 대부분의 불연성 유기 용매는 불소와 인을 포함하고 있어,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대신 이미 소화기, 전자 테스트 및 클리닝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저렴한 상용 냉각제가 배터리 전해질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적응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연구진은 독성이 적고 불연성이며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지 않는 성숙하고 안전하며 가격이 저렴한 상업용 유체인 노벡7300(Novec 7300)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이 유체를 내구성이 더해진 여러 가지 화학물질과 결합함으로써 원하는 특성을 갖추고 배터리가 1년 내내 큰 용량을 손실없이 충전과 방전을 할 수 있는 전해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차량의 리튬이온 이온 배터리 화재는 배터리가 매우 높은 온도에서 장기간 연소된다. 이는 소비자는 물론 소방관들의 주요 관심사다. 배터리 화재에서 보다 안전하다고 알려진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인기를 얻으며 기존의 이른바 니코망(NMC)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IEEE스펙트럼 동영상)

알칼리 금속인 리튬은 우리 지구의 지각에 별로 없는 희귀금속이기 때문에 칼륨이나 나트륨 같은 다른 풍부한 알칼리 금속 이온을 사용하는 전지의 성능과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이유로 자신들의 전해질이 스스로 불을 끄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만들 때도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긴 했지만, 주로 스스로 불을 끄는 ‘칼륨 이온 배터리’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목표는 이온 종류에 상관없이 실용적이고 환경 친화적이며 지속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자신들이 개발한 대체 전해질이 현재 사용되는 전해질과 물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기존 배터리 생산라인과 쉽게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업계가 이 기술을 수용하면 기업들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설비를 활용해 불연성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찾아낸 전해질이 현재 개발 중인 다른 종류의 배터리(나트륨 이온, 알루미늄 이온, 아연 이온 배터리)에서도 똑같이 잘 작동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 저자로는 중국 후난대, 미국 클렘슨대, 중국 중남대 재료과학공학대, 중국 중산대 연구원들이 참여했다.

연구진이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 논문 서두에 요약한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단일 전해질 화학의 경우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종종 비용과 배터리의 전기화학적 성능을 희생시킨다. 여기에서 우리는 칼륨-이온 및 리튬-이온 배터리 모두에서 난연성, 비용 이점 및 우수한 사이클링 성능과 결합돼 기존 배터리의 균형을 전해질을 보여준다. 우리의 합리적인 설계는 시장에서 각각 노벡7300(Novec7300) 냉각수 유액 및 다이킨-T5216(Daikin-T5216)으로 알려진 불소화 액체 및 비극성 솔벤트(용매)를 도입함으로써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글라임(glyme) 용매의 가연성을 길들이는 것이다. 우수한 화학적 및 열 안정성을 갖도록 공식화된 전해질은 타지않는다는 것(不燃性)을 입증하며, -75~80°C의 넓은 온도 범위에서 작동한다. 칼륨 금속 배터리에 조립될 때, ‘칼륨||칼륨’(K||K) 배터리 셀은 12개월 동안 사이클링을 유지했으며, ‘칼륨||흑연’(K||흑연) 배터리셀은 2400 충방전 사이클 후에도 초기 용량의 93%를 유지했다. 가혹한 조건(N/P=1.08, E/C=3.0 gAh-1) 하의 18650 리튬-이온 배터리 셀도 200회 이상 사이클링 후 용량 유지율이 96.7%일 정도로 높았다. 저렴한 비용과 함께, 이 전해질 형식은 배터리 지속 가능성에 중요한 거의 모든 요소가 균형을 잘 이룰 수 있는 전해질 설계의 새로운 공간을 제시한다.”

아래 동영상은 표준 리튬이온 배터리가 못 관통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화재를 일으킨 모습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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