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배터리 대체 가능한 저렴한 알루미늄 배터리 주목

현재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2차 전지의 대부분은 리튬 배터리다. 문제는 이 자원이 특정국가들에 몰려있어 자원 고갈과 가격앙등, 그에 따른 자원 무기화 같은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주도의 국제 연구진은 이런 우려를 씻어줄 연구결과를 내놨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15%에 불과한 싼 값에다 용량도 높아 리튬배터리를 대체할 유력 후보군이라는 게 연구진의 자랑이다. 이 알루미늄 배터리가 물 끓는 수준인 90℃에서 작동한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MIT뉴스·아스테크니카 등이 이 대학 주도로 개발한 차세대 배터리 가능성을 보여주는 알루미늄 배터리의 경제성과 고효율성 등 차세대 배터리로서의 가능성 등을 소개했다.

알루미늄이 리튬 배터리를 대체? 성능 향상·저렴한 가격

알루미늄. (사진=위키피디아)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싸고 빠른 충전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빠른 충전을 원한다면 용량을 포기해야 한다. 리튬은 알려졌다시피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데다 매장량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리튬 배터리가 기술 및 제조 능력이 엄청나게 앞서가고 있음에도 대체 배터리 연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른 화학 물질로 배터리 가격을 크게 낮추거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섀도웨이 MIT 교수와 중국, 캐나다, 켄터키, 테네시 등 15개 대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특히 여러 측면에서 커다란 성능 향상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 가능성을 보이는 알루미늄 배터리 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이들이 제시한 것은 알루미늄-황 배터리다. 즉, 알루미늄과 황을 두 전극 재료로 사용하고 용융염(소금물) 전해질을 그 사이에 두고 작동하는 새로운 배터리 아키텍처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저렴한 원재료, 경쟁력 있는 크기에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같은 무게당 더 큰 전력용량을 제공하며,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내에 완전히 충전할 수 있다는 큰 이점을 제공한다.

알루미늄 배터리 재료 가운데 황은 모든 비금속 중 가장 저렴하기에 두 번째 전극 재료가 됐다.

섀도웨이 MIT 교수는 전해질에 대해 “당초부터 휘발성, 인화성 유기 액체를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때때로 자동차와 다른 리튬이온 배터리에 활용할 때 화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몇몇 중합체들을 사용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물의 끓는점에 가까운 녹는 점들을 가진 소금에서 섭씨 537℃ 가까이에서 녹는 소금까지 다양한 소금들을 보게 됐다. 그는 “일단 체온에 가까워지면, 특별한 절연과 부식 방지 조치가 필요 없는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 실용적이 된다”고 말했다.

관심 밖이었던 알루미늄 전극을 만들려는 시도

노스볼트 자회사 큐버그가 시도하고 있는 리튬메탈 배터리 파우치 셀. (사진=큐버그)

사람들은 높은 이론 용량에 이끌려 알루미늄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를 한동안 고민해 왔다.

각각의 알루미늄 원자는 리튬보다 약간 무겁지만, 알루미늄 원자와 이온은 물리적으로 더 작다. 원자핵의 높은 양전하가 전자를 약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루미늄은 원자당 3개의 전자를 쉽게 버리게 되는데, 이는 관련된 각 이온에 대해 많은 전하를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큰 문제는 알루미늄이 화학적으로는 형편없다는 것이다. 많은 알루미늄 화합물은 물에 용해되지 않고 산화물이 매우 안정적이다. 몇 번의 충전/방전 사이클 후에 사소한 부반응(side-reaction)으로 인해 배터리가 손상되기 쉽다. 그래서 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높은 이론적 전력 용량은 종종 실제로 실현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알루미늄이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소재 중 하나라도 이를 배터리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선 전극 금속을 고르게 증착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해결해야 할 커다란 큰 장애물이었다.

금속은 배터리 전극에 균일하지 않게 침전되는 경향이 있으며, 결국 덴드라이트라고 불리는 수상(樹狀)가시를 만들어 다른 배터리 구성 요소를 손상시키거나 셀을 완전히 단락시키기 때문이다.

MIT 연구진의 새로운 배터리 개발 작업의 핵심은 이미 알루미늄 금속 전극을 만드는 데 있어서의 큰 문제 중 하나를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해결해 놨다는 것이다. 이미 알루미늄을 고르게 증착하는 방법은 이미 널리 퍼진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 금속에 전기도금을 하고 싶을 때 항상 그렇게 하고 있다.

알루미늄은 특별히 까다롭지는 않다. 또한 연구팀은 이 알루미늄 배터리 화학이 단순하기에 배터리 수명이 다했을 때 재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지적했다.

우연히 선택한 소금물 샌드위치 용융염의 놀라운 성질과 주의사항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알루미늄 배터리를 구성하는 세가지 주요 구성 재료. 알루미늄(왼쪽부터), 황. 소금결정. 이들은 리튬보다 훨씬 풍부한 매장량에 가격도 엄청나게 싸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사진=MIT뉴스)

연구진이 단순히 녹는점이 낮다는 이유 때문에 선택한 소금물 전해질도 우연히도 엄청난 이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연히도 이 특별한 소금은 배터리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덴드라이트가 쌓여서 오작동하는 것을 매우 잘 막아준다. 이에따라 용융염 내에서 알루미늄 이온은 한 전극에서 다른 전극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나온 배터리의 한쪽 전극은 알루미늄 금속이었고, 전해액은 액체 염화 알루미늄이었다. 염화알루미늄이 192°C에서만 녹는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연구진은 염화나트륨과 염화칼륨을 약간 섞어 물의 끓는점보다 낮은 90°C까지 낮췄고 더 넓은 범위의 추가 재료들과 호환되도록 했다.

이 배터리가 아주 우수한 충전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배터리가 약 110°C여야 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실험 결과 전해질(용융염)의 온도가 110℃일 때의 충전 속도는 25℃일 때에 비해 25배나 빨랐다.

절연 상태가 양호하다면 작은 히터만으로 배터리 내부 소재들을 녹일 수 있다. 그 이후 충방전 사이클 중 발생하는 열은 배터리를 계속 작동시키게 된다. 절연은 배터리 부피를 약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일부 리튬이온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냉각 하드웨어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배터리 재료가 물에 오염될 경우 배터리에서 독성이 있고 높은 인화성을 가진 높은 황화수소가 생성되기 시작한다는 점도 주의사항이다. 배터리는 일부 리튬이온 옵션처럼 불이 붙지 않는 반면 그 내용물이 외부 환경에 노출되면 소금이 식어 응고되기 전에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되므로 설계 시 주의해야 한다.

알루미늄셀, 안정적 사이클과 뛰어난 용량 유지 확인

알루미늄은 지각에서 산소, 실리콘 다음으로 많은 자원이다. (사진=월드아틀라스)

전체적으로 알루미늄 셀은 수십 번의 사이클에 걸쳐 안정적 성능과 알루미늄이 제공해야 하는 중량당 고용량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연구팀은 그들이 정말로 관심이 있는 배터리 셀을 만들어 테스트했다.

방전 속도가 느릴 때 알루미늄-황 배터리의 무게당 충전 용량이 리튬이온 배터리의 3배 이상이었다. 이 수치는 충전/방전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감소했지만 성능은 여전히 우수했다.

배터리를 2시간 이상 방전하고 6분 내 충전해도 무게당 충전 용량은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25% 더 높았고 500회 충방전 사이클 후에도 전력 용량은 약 80%를 유지했다. 이는 대부분의 리튬 배터리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충전 시간을 1분 이상으로 약간 줄인 경우, 무게당 용량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거의 같았고, 200사이클 이후에도 여전히 80% 이상의 용량을 사용할 수 있었다. 배터리 셀의 무게당 용량이 리튬 이온에서 얻을 수 있는 용량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20초 이내에 완전히 충전됐다.

아울러 가격 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부피당 전하량이 기존의 일부 리튬 화학 물질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으며 원자재 비용은 극적으로 낮다. 연구진은 이 배터리 가격을 KWh 당 9달러 이하, 즉 리튬 이온의 약 6분의 1인 15%로 계산했다.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회사가 이미 하나 설립됐지만 이미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을 전담하는 거대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으며 그 기술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주류 배터리를 위한 원료 공급이 제한된다면, 날개를 펴려고 대기 중인 풍부한 화학 물질만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섀도웨이 교수팀이 선택한 염화-알루미늄 소금은 “실질적으로 이러한 폭주 덴드라이트를 제거함과 동시에 매우 빠른 충전을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높은 충전 속도로 실험을 했고, 1분 이내에 충전했다. 그리고 덴드라이트 합선으로 인해 셀이 손실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배터리는 작동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 열원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모든 연구의 초점이 녹는점이 가장 낮은 소금을 찾는 데 맞춰져 있었지만, 결국 염화알루미나가 합선 문제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에게도 역사적으로 유명 과학자에서 간혹 등장하는 시렌디피티(우연)가 나타났다.

“수십 KWh의 전기차 충전, 가정, 중소기업용으로 이상적”

알루미늄은 ㎥당 23메가와트시(MWh)라는 엄청난 에너지를 품는다. (사진=SPF솔라테크 연구소)

섀도웨이 교수는 이 새로운 배터리가 수십 KWh의 스토리지 용량의 단일 가정이나 중소기업 전력 공급용으로 이상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수십~수백MWh의 대형 공공 설비의 경우, 섀도우이 교수와 학생들이 앰브리(Ambri)라는 스핀오프 회사까지 세운 메탈배터리를 포함하는 다른 기술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내년 안에 첫 제품을 납품하기를 희망한다. 그 발명으로 섀도우이 교수는 최근 올해의 유럽 발명가상을 수상했다.

섀도웨이 교수는 이보다 작은 크기의 알루미늄 황 배터리는 전기차 충전소와 같은 용도로도 실용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MIT뉴스에 따르면 이 알루미늄 황 배터리 신기술 개발을 위해 아반티(Avanti)라는 새로운 자회사가 설립됐다. MIT연구진의 논문 내용은 네이처지 8월 24일자에 실렸다. 이 연구팀은 중국 베이징 대학, 윈난 대학,우한 공과 대학,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대학, 테네시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 캐나다 워털루 대학, 그리고 MIT 연구원으로 구성돼 있다.

과연 알루미늄 배터리는 전기차 급증세에 따른 리튬이온 배터리 대체재로 부상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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