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됐지만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시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에 입주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의 오늘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아이가 태어났다”는 말은 여러가지 변화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부부 중심이었던 라이프스타일은 오롯이 아이에 초점이 맞춰진다. 먹고, 자고, 생활하는 모든 순간의 1순위는 아이가 된다. 그간 자신을 혹은 서로에게 쏟아왔던 모든 관심과 정성이 아이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는 쉽지 않다. 아이의 무수한 몸짓과 손짓, 표정의 변화, 알 수 없는 보챔의 이유까지 알기 위해서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가진 부부들은 이전까지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맘카페의 열혈 유저가 되기도 하고, 쇼핑몰 장바구니를 육아 용품 리스트로 가득 채우기도 한다. 그러면서 부부는 부모가 된다.
문제는 이렇듯 챙겨야할 것,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점점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가 되기 전에는 이 조그만 녀석을 입히고 먹이고 놀아주는 일이 이렇게 어렵고 복잡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한다. 더구나 의외로 이러한 힘겨움이 존재하는 육아 시장, 그리고 육아 정보는 파편화돼 있고 부정확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부모가 되자마자 이러한 시장의 불편함을 일찌감치 확인하고 해결해 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이가 있다. 바로 강경윤 원더윅스컴퍼니 대표다. 강 대표는 “여전히 육아 정보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20년 전 만들어진 온라인 맘카페이며, 아이의 성장에 따른 교육, 양육, 여가 정보의 영역은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그 습득 과정은 정체돼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 의식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컨설팅 분야와 스타트업을 거치며 키운 오랜 창업의 꿈
마루180에서 만난 강 대표의 첫 마디는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였다. 사업을 했던 부친의 영향도 있었지만, 성장 과정에서 창업은 변치 않은 그의 막연한 장래 희망이었다. 덕분에 고려대학교 입학 당시에도 전공은 큰 고민 없이 ‘경영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졸업을 할 무렵 그는 현실을 직시했다. 아무런 경험 없는 창업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고, 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경쟁적인 환경에서 각 분야의 비즈니스 이해도를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전략 컨설팅 회사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에 입사하기로 마음먹었죠. 면접을 볼 때 ‘컨설팅을 왜 배우고 싶냐’고 물어보셔서 ‘비즈니스의 본질을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고, 창업을 할 거라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나갈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감사하게도 채용해 주셔서 근무하게 됐죠.”
강 대표는 그렇게 2년 반을 전략 컨설팅 분야에 몸담으며 경험을 쌓아갔다. 하지만 주로 대기업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탓에 창업 계획을 세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결국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직접 부딪혀 보는 것’이었다.
“제가 창업을 하게 된다면 어차피 두세명의 인원으로 시작하게 될 텐데, 당시 제 경험만으로는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바로 창업하는 것보다 스타트업의 일원으로 참여해 그 세계를 경험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가 향한 곳은 당시 ‘보통 사람을 위한 보통이 아닌 금융’을 표방하며 핀테크 시장에 도전장을 냈던 스타트업 ‘피플펀드’ 였다. 그곳에서 그는 주특기인 사업 전략을 담당하며 신규 사업이 기획되고 개발을 거쳐 론칭되는 과정을 비롯해 사업을 안정화시키는 과정 등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핵심 사업부를 리드하던 그가 창업을 결심한 것은 피플펀드 입사 4년이 됐을 무렵이었다.
“처음 입사 당시 전체 직원 수가 20명이 채 안됐지만, 퇴사할 때는 제 팀만 30명 정도 됐어요. 결과적으로 팀 빌딩 과정을 비롯해 조직 관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동기부여 등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이해도가 생겼죠. 그러면서 ‘이제는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부모가 된 순간 뛰어든 창업의 세계
공교롭게도 그가 창업을 결심한 순간은 첫째 아이가 태어난 시기와 일치한다. 바꿔 말하자면 그 어느 순간보다 안정적인 가장의 역할이 필요한 순간이기도 했다. 당연히 아내, 그리고 가족들의 반대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강 대표는 의외의 대답을 이어갔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굉장히 오래 전부터 창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고, 아내에게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창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사업하는 남편이 싫으면 결혼할 수 없다고도 했죠(웃음). 그렇게 이미 동의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내는 적극 지지해줬어요. 물론 첫째 아이가 태어난 순간이라는 타이밍은 좀 공교롭긴 했죠. 더구나 이어서 둘째도 태어났으니 안 힘들었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래도 이왕 맞을 매라면 한 번에 맞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제 성향이 약간 이상할 수도 있는데, ‘힘든 일들이 이어질 때 사람은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그가 정한 사업 아이템은 ‘육아’였다. 강 대표는 “아내와 함께 출산을 준비하고, 실제로 육아를 하게 되면서 이 시장이야 말로 파편화된 정보구조로 인해 높은 강도의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육아 카테고리는 도합 40조원에 달하는 적잖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명확한 혁신이 없던 분야였어요. 정보 습득 과정은 매우 파편화돼 있었고, 그나마 유통되는 정보 중에도 상당수가 오염돼 있기도 했고요. 정보의 불균형과 비대칭성이 매우 강한 시장이라고 생각했죠. 저는 스타트업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혁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스타트업의 사회적 혁신이란, 사업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저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명의 부모로서, 이 시장에서 반드시 혁신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치 않았어요."
2021년 3월, 강 대표는 자신을 포함한 4명의 멤버로 ‘원더윅스컴퍼니’를 창업했다. 원더윅스란 갓난 아기가 20개월이 되기까지 신체적·정신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경험하며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평소보다 더 많이 울고 보채며 부모를 힘들게 시기를 뜻한다. 강 대표는 이러한 도약적 성장을 통해 육아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사명을 정한 것이다.
창업 만 2년을 앞둔 지금, 원더윅스컴퍼니는 10여명이 넘는 멤버로 늘어났으며 대표 서비스인 ‘맘맘’을 통해 팁스 선정과 더불어, 500GloBal 등의 시드투자, GS리테일 등이 참여한 프리 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데이터와 콘텐츠로 자발적인 이용자 커뮤니티 형성하는 ‘맘맘’
원더윅스컴퍼니는 설립 3개월 만에 육아 콘텐츠 커뮤니티 플랫폼 ‘맘맘’을 선보였다. 그 사이 여러가지 기능 테스트가 이어졌고 몇몇 기능이 빠지거나 추가되는 과정을 거쳤지만, 초기부터 고수한 ‘국민템랭킹’과 ‘맘맘꿀팁’은 지속적인 고도화를 거치며 이용자를 끌어 모으는 핵심 콘텐츠가 됐다.
“초기에는 아기를 양육하는 부모가 가장 궁금해 하는 육아용품에 포커스를 맞춰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0세부터 7세까지 아기의 월령별로 필요한 육아용품 브랜드의 인기도, 검색 쿼리량 등의 데이터를 측정해 순위를 소개하는 것이 ‘국민템랭킹’이죠.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는 다 모아서 정확도 높은 랭킹을 제공하는 식이예요. 실질적인 제품 판매에는 관여하지 않고요. 또 실 사용자들의 리뷰도 ‘국님템랭킹’ 내 ‘템공유’ 기능을 통해 소개하고 있어요. 모두 현재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직접 써 주시는 콘텐츠죠.”
즉 원더윅스컴퍼니의 전략은 국민템랭킹, 꿀팁 등의 실제 이용자가 경험한, 신뢰도 높은 육아용품 정보, 육아 정보를 아이의 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후 ‘육아’라는 관심사로 모인 이용자들은 원더윅스컴퍼니가 제공하는 전문적인 ‘육아 소비 관심사 콘텐츠’외에도 자신의 이용 경험을 콘텐츠로 올리며 자발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모인 이용자 수만 15만명에 달한다. 다시 말해 원더윅스컴퍼니는 모든 브랜드사가 갈구하는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 막강한 고객 커뮤니티를 이미 확보한 셈이다.
더구나 이러한 육아 콘텐츠는 현재 육아 용품을 넘어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여행지 정보를 제공하는 ‘아이와함께’, 좋은 육아 용품 브랜드를 선별하고 디지털 팝업 스토어 개념을 도입한 ‘쇼케이스’가 추가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쇼케이스’는 육아 브랜드들과 협업해 원더윅스컴퍼니가 직접 제품 소개와 판매에 관여하기 시작한 첫 시도다. 즉 원더윅스컴퍼니는 맘맘 플랫폼 전략 1단계인 콘텐츠와 커뮤니티 구축에 이어 2단계인 커머스로의 진화를 거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강 대표는 “쇼케이스 기능은 수익화의 첫 시도라 할 수 있다”며 “거래액 기준 일주일 간 약 2억원 가량의 트랜젝션까지 발생하며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저희는 여전히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으로서 아직까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처음부터 모든 콘텐츠를 저희가 다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기존에 파편화된 데이터를 최대한 조직화하고, 동시에 육아를 실제로 하고 있는 이용자들이 직접 컨텐츠 제작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어요. 그러면서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죠. 그래서 창업 초기 멤버부터 데이터사이언티스트를 영입해 데이터 정확도를 확보하려 노력했어요. 그 외에도 지그재그에서 신사업을 리드했던 분, 네이버, P&G 등에서 업무 경험을 쌓았던 분, 스냅챗 투자 유치를 경험한 CTO를 비롯해 무신사, 오늘의집, 핏펫, 룩핀 등에서 활약한 정예 멤버로 구성돼 있죠.”
인터뷰 내내 강 대표가 가장 많이 언급하 말은 ‘신뢰’와 더불어 ‘Move Fast, Break Things’였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해 성공한 스타트업들 종종 인용하는 이 말의 의미는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관습을 파괴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도 그와 같은 원칙은 원더윅스컴퍼니의 변함없는 모토가 될 듯하다.
“맘맘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어요. 우선은 부모님들이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앱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도 여러가지 기능들을 빠르게 적용하고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고 있어요. 제가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실제 창업을 하며 느낀 핵심은 유저와 밀접하게 연계해 피드백을 반영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시도가 중요하다는 거예요. 좋은 비즈니스 기회는 그 과정에서 만들어 질 거라 생각해요.”
소셜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