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만난 사람] 김상이 블랙탠저린 대표 “스타트업·대기업·인플루언서 다 겪어봤지만… 결론은 창업, 퇴직금 탈탈 털어 만든 코콘 스토리”

새해가 됐지만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시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에 입주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의 오늘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마루180에서 만난 김상이 블랙탠저린 대표. 열정이 가득한 마루 입주 스타트업 대표들 사이에서도 김상이 블랙탠저린 대표는 유난히 ‘넘치는 에너지의 소유자’로 통한다. (사진=블랙탠저린)

열정이 가득한 마루 입주 스타트업 대표들 사이에서도 김상이 블랙탠저린 대표는 유난히 ‘넘치는 에너지의 소유자’로 통한다. 그런 기세는 기자 역시 인터뷰 일정을 잡는 문자에 느낌표 세 개를 연이어 달아 보내는 답변에서부터 일찌감치 감지했다. 마루180에서 만난 인터뷰 당일 역시도 전날 밤을 꼬박 샜다고 하지만, 그 에너지 만큼은 유쾌한 스토리를 털어 놓기에 충분해 보였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마루180 입주 기간이 끝나 곧 졸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창업 후 1년 반 중 마루180에서 보낸 시간이 적지 않아요. 마루는 그야말로 ‘사랑’이에요(웃음). 제가 일주일에 한번 집에 가는데 수면실부터 샤워실까지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고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에요.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매니저님을 비롯해 청소해 주시는 분들 조차 모두가 ‘스타트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바라는 것이 느껴져요. 처음 입주했을 때 ‘우리에게는 12발의 총알이 있다(마루 입주 기간 12개월을 의미)’고 했는데, 한 달씩 지날 때 마다 한 발 씩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 아까웠어요. 떠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죠.”

김 대표가 블랙탠저린을 창업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우여곡절, 산전수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 스토리를 ‘유쾌하다’고 표현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수없이 몰아 닥친 위기와 고민의 순간에 그녀를 이끈 것은 다름 아닌 긍정의 마인드였기 때문이다.

‘잃을 것 없다’는 생각으로 도전을 감행했던 시간들, 그리고 양보 못할 자존심으로 쌓아 올린 실력으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우당탕탕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그녀가 앞으로 써 나갈 또 다른 흥미진진한 도전을 공개한다.

지나고 보니 쌓인 13년의 경력, 돌아보니 꽤 버라이어티한 ‘허스토리’

“와~ 진짜 몇 달만 지나면 일을 한지 13년이 되네요. 그래도 30대 입니다! 아직은…”

경력을 묻는 질문해 지난 시간을 돌이키는 김상이 블랙탠저린 대표의 첫 마디는 스스로도 새삼스러운 듯했다. 그녀는 그 과정을 년 수로 헤아리기보다 장면으로 떠올렸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류학과 06학번, 학부 시절에는 그야말로 의류 디자이너 지망생으로 살았다.

김 대표는 당시를 “옷 패턴 뜨고 다리미, 재봉틀만 붙들고 살던, IT와는 전혀 상관없었던 사람”으로 스스로를 기억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 시절 역시 열심이었던 덕분에 전공을 살려 일을 할 기회도 있었다. 글로벌 SPA 브랜드인 ‘H&M’의 아시아 첫 마케팅 부서 인턴으로 선발된 것이다. 좋은 평가와 함께 입사 제안도 받았지만 끝내 고사했다.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열심히 일해서 파이를 키운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세상은 안될 것 같다는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련 없이 돌아선 그녀가 택한 무대는 다름 아닌 스타트업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당시 신생 스타트업이었던 ‘울트라캡숑’에 인턴으로 일하게 됐다. 처음 접한 IT의 세계는 그녀에게 엄청난 도전으로 다가왔다.  

“그전까지 전 굉장히 아날로그형이었어요. 뭔가를 준다는 온라인 이벤트 조차도 개인정보를 적는 것을 주저할 정도였죠(웃음). 그런데 울트라캡숑에서 활동을 하며 IT 스타트업 팀을 경험하고, 제품에 대한 애착도 생기게 됐어요. 2011년 무렵이었으니 지금과 같이 스타트업 지원 시스템도 많지 않았고, 정말 허슬링(Hustling, 악착같이 노력한다는 의미)한 환경이었어요. 일을 하면서 스타트업이 어떻게 실험을 하고 규모를 키우는지, 또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게 어떤 것인지를 체감하게 됐죠. 일을 해 나가며 ‘나중에 기술 창업을 한다면 지금 시기는 나에게 어릴 때 경험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사이클이겠다’는 생각까지 하기도 했어요.”

물론 경험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앞서 언급했듯 ‘IT와 전혀 상관이 없었던’ 그녀가 제대로 일하기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밥 먹듯 철야를 하며 간이 침대도 없는 공간에서 맨 바닥에 슬리핑백을 놓고 눈을 붙이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집에 오지 않고 연락 없이 일만 하는 그녀를 보며 부모님은 농담 반 걱정 반으로 ‘딸이 실종된 줄 알았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울트라캡숑에 재직하던 당시 김상이 대표. (사진=김상이 대표)

“진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어요. 솔직히는 일을 배우는 재미보다는 무시당하기 싫었죠. 이전까지 IT와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다가 막상 일을 해보니 초반에는 어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예요. 진짜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고, 어떻게 하면 팀의 밸류를 만들 수 있을까에만 몰두했던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젊음을 끌어다 썼던 시기’였죠(웃음).”

인턴으로 당시 울트라캡숑의 서비스였던 ‘클래스 메이트’ 마케팅을 담당했던 그녀는 이후 정직원이 됐고, 서비스는 피봇을 거쳐 셀카 대결 앱, 나중에는 셀카 기반의 SNS로 확장됐다. 그 사이 그녀는 절치부심으로 실력을 쌓아가며 6개 프로덕트 마케팅과 온·오프라인 PR CS를 모두 담당하는 능력자로 거듭났다. 그런 그녀를 실력 인정한 회사는 급기야 당시 대표 서비스인 ‘너말고내친구’의 총괄 PM의 자리를 맡겼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이 서비스는 한때 140만 다운로드의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울트라캡숑에서 일을 하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돈이 없는 스타트업 마케터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를 하는 거였어요. 그때 제게 ‘B급 드립’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웃음). 당시에 막 활성화된 페이스북 광고를 적절하게 활용해 콘텐츠 마케팅 6개월만에 20만 팔로우 페이지를 만드는 성과를 올렸어요.”  

그녀는 그 외에도 당시에는 드물었던 신인 아이돌과 콜라보한 ‘스쿨 어택’ 이벤트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소속사와 접촉해 기획을 하고, 현장 영상을 촬영하고 아이돌 팬덤을 활용해 확산시키는 전략은 마치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홍보 방식을 듣는 듯했다. 그 모든 것을 직접 해 내며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성장 시켰다.

짧고 굵게 경험한 인플루언서의 삶... 대기업 스카웃으로 이어져

울크라캡숑에서 버라이어티한 3년을 보낸 그녀에게 또 다른 선택의 시간이 닥쳤다. 울트라캡숑이 카카오에 인수되며 팀은 사실상 해체된 상황이었다. 다른 이들처럼 카카오에 합류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선택은 달랐다.

“당시에는 카카오를 비롯해 몇 가지 옵션이 있었어요. 울트라캡숑 당시 같이 협업했던 대기업에서 제안을 받기도 했고, 글로벌 게임회사 PM 자리도 제안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그때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창업’이었어요. ‘아직 어리고 잃을 건 없다’고 생각했죠.”

울트라캡숑에서 바닥부터 시작해 메인 프로젝트 PM까지 올라가며 적잖은 경험도 쌓았고 마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한류 열풍도 불고 있었다. 그녀가 낸 결론은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이었고, 그렇게 새로운 도전은 시작됐다.

“그때 한류 열풍을 보고 커머스와 연결해 자본을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볍게 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MVP 차원에서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돼서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고 공동구매를 해보기로 했죠. 그렇게 나서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대체제가 없으면 내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었어요(웃음).”

맵시로 대만 SNS를 통해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던 당시의 김상이 대표.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소개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진=김상이 대표)

맵시라는 이름을 내세워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돼 시작한 첫 창업 시도의 무대는 대만이었다.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고, 울트라캡숑 시절 인연이됐던 마케팅 파트너도 대만에 있었다. 나름의 마케팅 성공 노하우에 더해 그간 구상했던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 반응은 빠르게 왔다.

“한국에서도 ‘별그대’가 인기 있었지만, ‘천송이 립스틱’을 사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그 메리트가 극대화되는 시장, 제가 접근 가능한 시장이 대만이었던 거죠. 대만 소셜미디어인 BBS를 통해 인플루언서가 되고,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에 뷰티·패션·문화 등 한류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어요. 그러다 보니 대만의 패션 서비스들에서 에디터로 참여해달라는 섭외가 이어지더군요. 조회수 10만을 넘긴 이후부터 ‘천송이 립스틱’으로 공동구매를 시도했죠.”

LG생활건강에서 연락이 온 것은 그 즈음이었다. 당시 부상하는 중국시장을 눈 여겨 보고 있던 상황에서 맵시로 진행된 새로운 시도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결국 맵시는 LG생활건강의 신사업 부문으로 인수되는 방식을 거쳤고, 그녀는 그렇게 LG생활건강의 직원으로 변신했다. LG생활건강은 그녀에게 맵시사업부문 총괄을 맡겼다. 사실상 LG생활건강은 컴퍼니 빌더 역할을 하고 그녀에게 팀빌딩부터 예산 집행 등 막대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그녀는 “안정적으로 창업의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로 당시를 돌이켰다.  

LG생활건강 재직 당시. 맵시사업부문 총괄과 신사업팀 AI 프로젝트 총괄을 맡으며 그녀는 스타트업과 인플루언서를 넘어서는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진=김상이 대표)

“맵시를 통한 사업이 대만에서 중국으로 확장된 거죠. 맵시사업부문을 통해서는 제가 인플루언서로 나서기 보다 MCN 방식으로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중국 내 왕훙(중국의 인플루언서)과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했어요. 웹 드라마, 웹 예능 등 콘텐츠도 제작해 활용했고요.”

그렇게 3년여를 보내는 동안 그녀는 앞서 스타트업과 인플루언서의 경험에 더해 대기업의 사업 방식에 대해서도 적잖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뒤 LG생활건강의 마지막 2년동안은 신사업팀에서 AI 프로젝트 총괄을 맡으면서 비전 머신러닝을 사업화하는 경험을 했다. 이를테면 비전 머신러닝을 통해 화장이 얼마나 잘 됐는지를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서비스였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데이터 셋 정의 및 제작부터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 키오스크 기획 운영까지 진행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 등록한 국내외 특허만해도 12개에 달했다.  

일반적인 새상의 관점에서, 그녀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 중이었다. 문제는 그녀의 기질이 안정을 추구하는 대기업 조직 문화와는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을 통해 경험한 빠른 실행과 결과 도출을 이어 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한동안 잠잠했던 창업 욕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고심 끝내 내린 결론은 ‘실행’이었다.

퇴직금 탈탈 털고, 결혼자금까지 쏟아 부어 만든 코콘

블랙탠저린의 신체 데이터 기반 AI 맞춤 패션 서비스. 김상이 대표는 "자신의 개성을 쉽고 재미있게 찾아 옷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이미지=블랙탠저린)

“H&M에서 처음 인턴을 했던 당시부터 지식도, 인맥도, 경험도 없는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학습하는 방법은 일에서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쌓은 경험으로 결정한 것이 기술 창업이었던 거죠. 제 첫 목표였던 패션과 새로운 것으로 세상에 영감을 주고 싶어하는 제 기질이 더해지며 결국 창업을 선택한 셈이에요.”

물론 준비는 확실히 했다. 퇴사 전부터 퇴근 후 평일은 4시간 주말은 10시간을 투자해 8개월 가량 집중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그 사이 실행한 것 중에는 ‘3800원 프로젝트’도 있었다. 하루 식비를 3800원으로 제한해 한달을 버티는 계획이었다.

“돈이 아주 없을 때 제가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웃음). 일론 머스크가 한달 동안 오렌지와 핫도그만 먹으며 지냈다는 얘기에 착안해 그걸 물가로 환산하니 하루 3800원 정도였고, 저도 그 돈으로 한달을 버티기로 한 거죠.”

독특한 방식으로 각오(?)를 다진 그녀는 2021년 3월 사직서를 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이었지만, 미련은 없었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은 퇴사 전부터 정한 사업 아이템을 실행에 옮길 고민으로 가득했다. 전공이었던 패션과 스타트업을 비롯해 인플루언서, 대기업 신사업 기획 과정에서 쌓은 다양한 기술적 인사이트를 연결한 사업 아이템은 퍼스널컬러를 진단해 패션을 연결해주는 챗봇이었다. 그렇게 블랙탠저린의 스토리는 시작됐다.

코콘은 개인의 퍼스널컬러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패션을 추천하며 MZ세대 여성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이미지=블랙탠저린)

“우선은 퇴직금을 모두 쏟아부었죠(웃음). 앱 개발자가 없는 상태에서 노코드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챗봇으로 정했죠. 시나리오만 만들고 퍼스널컬러를 검사할 수 있는 것들을 연결해 노션으로 결과지를 만들었어요. 목적은 ‘퍼스널컬러를 진단받고 난 뒤 소비자 행동 패턴을 확인하는 것’이었죠. 2주 동안 ‘패션콘텐츠’로 유입되는 2000명을 대상으로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그것을 반영해 챗봇을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지난 경험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다는 걸 깨달았죠.”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초기 MVP는 ‘버그도 많고 가입도 안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방향성은 확실했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문제는 팀빌딩이었다. 당시를 돌이키던 김 대표는 “차라리 오피스텔에서 혼자 12시간씩 MVP를 만들던 때가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털어놨다.

“주변에 수소문해 1000명의 개발자 리스트를 만들고 연락을 해서 팀을 꾸렸어요. 좋든 좋지 않은 결과를 돌이키며 시스템을 만들고 개선하려 노력했죠. 다행히 AI 개발자는 대학동창으로 스무살 때부터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합을 맞췄던 친구가 함께해줬어요. 법대를 졸업하고 회사 잘 다니다가 30대 늦깎이로 개발 공부를 시작한 친구였죠. 하루 4시간만 자고 공부해서 카이스트 연구실 머신러닝 개발자로 들어가고 외국계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다가 저희 팀에 조인한 거예요. 기술을 리드하는 분은 대구 출신인데, ‘서울에서 다양한 개발 언어를 경험하며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아내를 설득해 서울로 집을 옮겼어요. 그렇게 제 주위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깨닫으면서 창업을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곤 해요. 그 전에는 ‘내가 능력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깨고 넓혀준 것이 이번 창업이었어요. ‘사회라는 게 이런 거구나’를 느끼게 됐죠.”

코콘의 기능을 설명하는 영상. (영상=블랙탠저린)
김상이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블랙탠저린 동료들. 블랙탠저린은 최근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블랙탠저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블랙탠저린의 구성원은 10명으로 늘었다. 어렵게 영입한 인재들이고 모두 하나의 목표를 가진 연대감을 공유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두루 거치며 능력을 쌓은 대표와 각자 독특한 사연을 가진 팀원들이 만든 서비스는 ‘코콘(cocon)’이라는 이름으로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컬러 컨설턴트(Color Consultant)’의 약자인 코콘은 신체 데이터 기반 AI 맞춤 패션 서비스로 누구나 사진 한 장만 업로드하면 자신의 퍼스널컬러를 진단받을 수 있다. 10만원 대를 훌쩍 넘는 퍼스널컬러 진단을 무료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정확성을 위해 퍼스널컬러 진단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만 가능하다. 김상이 대표가 국내외 퍼스널컬러, 색채학 논문 200편을 읽고 분석해 결정한 ‘피부색을 판단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다.

계절별로 적합한 퍼스널컬러를 확인하는데 무료의 경우는 며칠이 소요된다. 하지만 앱 내 재화인 ‘귤’을 통해 유료결제를 하게 되면 빠른 분석을 받을 수 있다. 코콘의 첫 번째 수익모델이다. 퍼스널컬러를 진단 받은 후에는 AI는 기 입력된 신체정보를 반영해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추천한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는 또 다른 사업화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나 둘 코콘의 기능을 고도화해 나가는 사이 누적 사용자는 최근 22만명을 돌파했다. 그 중 MZ세대가 71%에 달한다. 10대까지 포함할 경우 사용자의 85%가 젊은 세대다. 2021년 9월 법인 설립 후 1년 3개월여 만에 달성한 성과다. 김 대표는 “그 사이 200번 가량의 업데이트를 이어가며 이용자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 개선을 이어갔다”며 “올해 목표는 MZ세대 여성 사용자에게 1위 패션 앱이 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코콘의 서비스는 현재도 진화하는 중이다.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리브랜딩도 준비하고 있다.  퍼스널컬러를 바탕으로 한 패션 앱으로 인지도를 확보하고 난 다음 단계는 커머스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상반기 중에는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도 갖고 있다. 어찌보면 지난 시간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은 셈이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김 대표와 블랙탠저린의 에너지는 아직도 넘치는 중이니까.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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