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만난 사람] 류현종 소서릭스 대표 “자비스와 같은 AI 집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특정 명령이나 입력 없이도 사용자의 상황과 행동을 파악하는 AI 기반 앰비언트 컴퓨팅 기술 적용
온디바이스 비전 AI가 적용된 하드웨어, 집안 모든 디바이스를 자동으로 연결해 손발처럼 활용 가능
배울 필요 없이 알아서 자동으로 적용,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은 유저 경험 제공할 수 있어
사용자와 맥락을 스스로 인식해 적절한 스마트 디바이스 서비스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소서릭스의 제품은 ‘소서릭스 렌즈(가칭)’이라고 불린다. 이는 비전 AI를 활용해 공간과 사용자 상태를 이해하고 실내 온도와 조명 제어, 기상과 외부 기온 체크 후 그에 맞는 옷 추천 등 집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외에도 범죄나 화재 등 집안 환경의 보안이나 안전문제 발생 시 자동으로 외부 기관과 접촉하는 기능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런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집안 내 모든 스마트 디바이스를 손과 발처럼 사용 가능해야 한다. (이미지=소서릭스)

최근스마트폰을 비롯해 집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가전 등에는 예외가 없다고 할 정도로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디바이스에 최신의 AI 기술이 적용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기능을 100% 활용하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러한 고민은 사실 아날로그 시대를 넘어 디지털 전환이 진행될 당시, 혹은 그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이어져 왔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기기에 열광했지만, 정작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을 확인해야 했고, 사용법에 익숙해져야 했다. 다시 말해 새로운 기술 혹은 기기의 등장은 이것을 사용하기 위한 ‘학습’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이제 ‘AX(AI 전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아이러니 하게도 그 복잡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너무 빨라진 기술 발전 속도 탓에 나름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4050세대의 상당수도 이제는 이를 쫓아가기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올 정도다. 더구나 이러한 문제는 기술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자, 지방 도서 거주자 등 기존 디지털 소외계층의 고립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까지 낳고 있다.

그런데 특별한 기술 감수성, 혹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디지털 문해력) 더 나가 AI 리터리시 없이도 기술의 활용과 접근에 부담을 없앤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AI 집사 ‘자비스’와 같은 서비스가 실현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AI 스타트업 ‘소서릭스’의 도전은 바로 이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됐다.

조작하지 않아도 사용자에 맞춰 서비스하는 지능형 솔루션, ‘브레인 오브 로봇’

최근 소서릭스가 새롭게 둥지를 튼 아산나눔재단의 창업가 플랫폼 ‘마루180’에서 류현종 대표를 만났다. 그가 꺼낸 첫 마디는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였다. (사진=테크42)

소서릭스는 AI 기반 앰비언트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앰비언트 컴퓨팅 기술은 사용자의 조작 없이도 AI가 사용자의 상황과 행동 맥락을 인지하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특정 작업을 수행하거나 제안하는 지능형 솔루션이다.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일상, 그 중에서도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로 구성돼 있는 ‘집’이라는 환경에서 모든 디바이스를 직접적인 명령이나 개입 없이 연결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최근 소서릭스가 새롭게 둥지를 튼 아산나눔재단의 창업가 플랫폼 ‘마루180’에서 류현종 대표를 만났다. 그가 꺼낸 첫 마디는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였다.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가 집에 들어오면 집안의 온갖 환경들이 특별한 명령 없이도 자동으로 작동되잖아요. 소파에 앉으면 마실 것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침실에 들어가면 불을 꺼주고 집을 나가면 작동을 멈추기도 하고요. 각각의 상황에서 자비스는 토니의 의향을 물어가며 알아서 도와주는 집사처럼 행동하죠. 저희 소서릭스는 이처럼 알아서 도와주는 방식의 스마트 디바이스와 로봇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소서릭스는 구글에서 사물인터넷(IoT) 프로젝트 및 텐서플로(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머신러닝 최적화 알고리즘을 개발했던 류현종 대표를 주축으로 구글 검색·구글 맵을 개발했던 유원석 최고개발책임자(CTO), MS 본사 출신인 권경아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가 지난해 2월 공동 창업한 초기 스타트업이다.

/사진= 소서릭스
소서릭스는 올해 2월 매쉬업벤처스와 데브시스터즈벤처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소서릭스 팀은 창업 원년에 거대 머신에서 이론적으로만 증명됐던 리얼리티 시그널의 디지털화를 온디바이스에서 수행하는 기반 모델 제작에 성공하고, 올해 상반기 팀내 도그푸딩(자사 제품 및 서비스를 내부인들이 먼저 사용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온디바이스 기반의 비전 AI가 집안이라는 공간과 이용자인 사람의 행동 맥락을 이해하는데 성공했다는 말이다.

“저희 서비스는 크게 공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두 레이어로 나눠져 있어요. 그 중 첫 레이어인 공간과 물리적 현실세계에 대해 이해하고 랜덤한 환경에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지난 8월에 완료했습니다. 저희 팀 각자의 집에서 모두 테스트를 완료한 거죠.”

소서릭스가 만들어가는 로봇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온디바이스 AI’라는 점이다. 단순히 기술적인 완성도를 넘어 최종 소비자에게 적정 가격에 제공되기 위해서는 작은 디바이스에 적용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류 대표는 이를 ‘브레인 오브 로봇(Brain of Robot)’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을 이해하는 스페셜 AI 혹은 조금 더 미래 지향적으로는 ‘브레인 오브 로봇’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온디바이스 브레인 오브 로봇은 우리의 첫 서비스 공간이 ‘집’이라는 상황을 이해하고 각각의 디바이스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현재는 그런 확장의 가장 기반이 되는 기술을 온디바이스에서 처리되도록 하는 인프라를 갖춘 상황이예요. 이후 지금까지는 그 수준을 제품화 레벨로 올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해 단계는 해결을 했으니 이제 서비스를 유저에게 테스트하고 반응에 따라 퀄리티를 올리는 작업이 진행되는 거죠.”

얼마 남지 않은 내년 1월, 소서릭스는 그간 개발해온 이 기술을 좀 더 많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클로즈드 베타로 테스트할 예정이다.

학습 없이도 적정 가격에 도입할 수 있는 ‘AI 집사’, 지금은 손과 발을 연결하는 중

사용자와 맥락을 스스로 인식해 적절한 스마트 디바이스 서비스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소서릭스의 제품은 ‘소서릭스 렌즈(가칭)’이라고 불린다. 이는 비전 AI를 활용해 공간과 사용자 상태를 이해하고 실내 온도와 조명 제어, 기상과 외부 기온 체크 후 그에 맞는 옷 추천 등 집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외에도 범죄나 화재 등 집안 환경의 보안이나 안전문제 발생 시 자동으로 외부 기관과 접촉하는 기능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런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집안 내 모든 스마트 디바이스를 손과 발처럼 사용 가능해야 한다.

“초기 저희 제품은 온디바이스 비전 AI를 적용한 디바이스예요. 일종의 카메라가 달린 구글 홈같은 개념이죠. 그런 하나의 디바이스가 있다면 ‘이해’ 단계까지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를 구체적인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손과 발이 필요하죠. 그래서 가전 제조사들의 IoT(사물인터넷)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결성이 굉장히 중요하죠. 이미 삼성, LG, 구글 등에서 생산되는 디바이스와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해 저희 솔루션에서 연결 가능하도록 해 놓은 상태예요. 사용자가 복잡한 설정을 하지 않아도 저희 솔루션을 딱 집에 설치하는 순간 자동으로 연결해 컨트롤 할 수 있는 방식이 될 겁니다. ‘아예 학습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가 저희의 방침이예요. 다가올 미래의 휴먼 디바이스 인터페이스이기도 하고요.”

AI 스피커(스마트 스피커), IoT 서비스가 등장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는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신기한 기술 정도로 여겨질 뿐 사용률이나 대중화에는 실패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소서릭스의 기술은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인 이용자가 작동이나 연결법을 학습하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는 'AI 집사'를 표방하고 있다. (사진=영화 '아이언맨 3' 스틸 컷)

돌이켜 보면 이른바 AI 스피커(스마트 스피커), IoT 서비스가 등장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는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신기한 기술 정도로 여겨질 뿐 사용률이나 대중화에는 실패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그 사이 디바이스의 종류와 작동법은 점점 더 복잡해 졌고, 어느 순간부터 적잖은 사람들이 자신이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범위의 기능만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소서릭스의 솔루션이 상용화되면 이러한 기술과 사람들의 적응력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상당 부분 매울 것으로 전망된다. 류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구글 재직 당시부터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구글에서 3년은 IoT 프로젝트를 했고 나머지 3년은 머신러닝 최적화 팀에서 일을 했어요. 그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창업 후에는 우선 집이라는 환경에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풀자는 목표를 세웠죠. 그리고 구글 스피커 설치를 끝까지 완료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에 집중했어요. 돈을 내고 샀는데 중간에 포기하고 마는 거죠. 더구나 요즘 나오는 가전은 연결 기능이 모두 장착돼 있지만, 그 기능은 장식처럼 있을 뿐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이유는 경험이 너무 어렵고 안좋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집의 문제부터 풀기로 한 거죠. 이미 모든 인프라가 갖춰진 집이라는 환경에 저희 기술을 적용만 하면 되니까요. 집에서 성공하면 그 다음은 자동차든, 대형 시설에서도 적용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누구나 AI를 활용하는 시대 만들 것

소서릭스(Sorcerics)는 누구나 AI를 부담없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를 꿈꾼다. 그 사명 역시 그처럼 마법과 같은 일을 이뤄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구나 자신과 공간을 이해하는 AI 집사를 사용하고 싶으면 그저 선풍기처럼 코드만 꽂으면 되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저희 디바이스를 꽂기만 하면 기존 이용자 경험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도 가능할 겁니다. 여행지 호텔이나 이사를 가는 경우에도 적용이 가능하죠. 저희가 ‘로봇’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그 때문이예요. 궁극적으로는 움직이는 로봇들까지 컨트롤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때 저희 기술이 휴먼 인터페이스의 새로운 표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말미, 류 대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 디바이스의 패러다임 전환을 경험하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 말이 마법처럼 실현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사진=테크42)

다만 류 대표는 기술의 구현 수준과 별개로 보수적 접근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기본적으로 학습이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고 개인화된 학습을 통한 서비스 제공은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조정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선을 지키는 AI’다.

“렌즈를 통해 공간과 사람을 인식한다는 점이 때에 따라 이용자에게 부담으로 다가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외에 커스터마이징(고객맞춤형) 서비스는 가능하지만, 옵트인(Opt-in, 이용자가 개인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기 전까지 당사자의 데이터 수집을 금지하는 방식)을 적용해 이용자가 원할 경우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제안할 예정입니다. ‘선을 넘지 않는 AI’라는 말도 적절하겠네요. 저희는 늘 AI가 사람보다 한 걸음 뒤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내년 초 클로즈드 베타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소서릭스는 제품화와 고도화를 통해 2026년 초 정식 서비스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형 가전 기업과 PoC(기술검증)도 진행 중이다. 인터뷰 말미, 류 대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 디바이스의 패러다임 전환을 경험하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 말이 마법처럼 실현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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