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됐지만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시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에 입주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의 오늘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용환자 5139만명 중 1761만명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사실상 국민의 3분의 1가량이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의외인 점은 이중 20~40대 젊은 세대 환자가 900만명, 51%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7조5000억원에 달하는 진료비는 현재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목과 허리, 팔목과 팔꿈치, 어깨 등의 통증을 느껴 이들이 향하는 병원은 어디일까? 심각한 질환도 아닐 뿐더러 근무 중 잠시 짬을 내 들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집 혹은 직장 근처 로컬병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병원이 다르더라도 치료 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 진통제 등의 약물 처방과 함께 물리치료나 도수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는 근골격계 질환의 특성상 증상이 발현될 때마다 대증적인 치료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마루에서 만난 유수창 링크커넥션 대표는 이를 “로컬병원 치료 영역의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진료 차트 등이 디지털화돼 있는 2·3차 대형병원과 달리 예산과 인원이 부족한 1차병원, 그 중에서도 근골격계 질환을 주로 다루는 로컬병원의 경우는 대부분 의사나 치료사가 차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노션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 대표는 “스케줄 역시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담당 의료인이 바뀌거나 수개월만에 재방문 할 경우 기존 치료 받은 세부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 대표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6개월간 의료진 180여명, 환자 48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확인한 사실이다. 그렇게 찾은 로컬병원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는 링크커넥션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로컬병원의 페인포인트 검증, 시장성은 확인했다
“근골격계 질환을 대상으로 한 국내 물리치료 시장은 12000여개의 병·의원이 존재합니다. 매년 600여개의 신규 병원이 개원하고 있고 다른 분과 대비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로컬병원(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신경외과)들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대형 병원들이 자신들에게 커스터마이징해서 활용하는 EMR(전자의무차트)의 일부 기능만을 사용하고 있고, 여전히 종이 차트를 쓰는 곳도 적지 않더군요. 때문에 연속성있는 치료가 쉽지 않고 그로 인한 환자들의 불만도 큰 상황이죠.”
유 대표는 “창업 전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사업성을 확인했다”며 로컬병원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는 환자, 그리고 의료진의 페인포인트를 설명했다. 그가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갖게 된 것은 스스로의 경험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5년쯤 전에 운동 중 왼쪽 어깨 힘줄 부상으로 수술과 재활치료를 진행했는데, 실력이 좋다는 병원을 가도 제대로 치료 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선행 치료 이후 이어진 후속 치료는 증상의 호전 여부에 따라 좀 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일회성의 단절된 치료만 반복되더군요. 이런 문제는 병원을 바꿔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근래에 어깨 질환이 재발되면서 다시 치료를 받게 됐는데, 여전하더군요. 무언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죠.”
이에 유 대표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과거와 최근 자신을 치료했던 의료진을 비롯해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한 의료진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공통적인 답변은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 의식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6개월의 서베이를 통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특히 환자들은 ‘허리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주사’ ‘무릅에 좋은 주사’라는 얘기만 들을 뿐 어떤 성분이 어떤 치료 효과를 내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증상이 완화되거나 치료효과가 의심되면 내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조사 대상의 64%에 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국내 로컬병원의 도수/운동 치료도 문제였어요. 이 분야는 여전히 수기로 차트를 관리하고 있더군요. 이는 환자 치료의 연속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강화된 보험 심사기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었어요.”
심층 조사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환자의 경우 치료 정보를 알 수 없다는 불편함에 더해 예약 및 시간 변경의 어려움, 치료받을 의사나 치료사를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병원 역시도 환자 치료 내역 관리는 물론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되는 예약과 접수에 적잖은 인적 시간적인 리소스를 투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직원 스케줄 관리 역시 쉽지 않았고, 하루 평균 15%에 달하는 환자의 ‘No-Show(예약 후 진료받으러 오지 않는 상황)’로 인한 매출 타격도 적지 않았다.
‘로컬병원의 디지털화’의 니즈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유 대표는 즉시 창업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해 3월 링크커넥션 법인을 낸 후 그때까지 분석된 페인포인트를 적용한 MVP(최소기능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그리고 1년 가까운 개발 과정을 통해 환자 대상의 ‘바루다’와 로컬병원 대상의 ‘바루다 닥터’를 선보였다.
“바루다 솔루션은 B2B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 방식으로 개발했어요. 앞서 말씀드린 국내 근골격계 질환을 대상으로 한 물리치료 시장은 12000여개 병원으로 7조5000억 규모죠. 바루다 닥터는 우선 도수치료를 중점으로 하는 국내 5000개 병원 4조1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요. 현재는 올해 안에 수도권 소재 120여개 병원을 대상으로 제휴를 추진하는 중이죠. 지금까지는 20% 정도 달성했습니다.”
아쉬움이 남았던 첫 창업 시도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유 대표는 이미 재학 당시부터 ‘창업을 할 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이템은 전공을 살린 홈 IoT 디바이스였다. 스스로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법인 설립과 투자 검토, 시제품 테스트 후 양산 직전까지 과정을 모두 경험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유 대표는 “너무 어렸었다”며 후회로 남는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일종의 ‘자동 창문 개폐 장치’였어요. 일반적으로 열고 닫는 슬라이딩 도어에 제가 개발한 디바이스를 설치하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으로 열고 닫는 것이 가능하고, 컨트롤 세팅을 통해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자동으로 닫히는 기능도 있었죠. 대학 재학 시절에 기술 개발을 해서 졸업할 때 즈음 마무리가 됐어요. 그런데 막상 생산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과연 내가 이걸 추진할 역량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라이선스 아웃(기술판매) 제안이 왔어요. 결국 대가를 받고 엑시트를 했죠. 아쉽게도 그 기술을 확보한 기업에서는 아직 상용화를 못했다고 알고 있어요. 제가 초기 개발한 장착 방식 대신 도어 내부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인데,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졸업 후 그는 LG 계열의 건설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창업의 문턱까지 갔다 돌아온 경험했던 탓일까? 높은 연봉, 나쁘지 않은 조건의 직장임에도 정체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대학 산학협력단 내 기술사업화 및 지식재산권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1년만에 그가 향한 분야는 VC(벤처캐피탈)이었다. 식지 않은 창업에 대한 열망이 작용한 셈이다.
“VC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투자 검토를 하다가 문득 ‘이럴 바에는 내 사업을 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어깨 질환이 재발해 치료를 받던 즈음이에요. 5년전 생각했던 아이템이 떠오르면서 그렇게 바로 시장조사에 들어간 거죠.”
돌고 돌아 다시 선 출발선,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 다각화 목표
몇 년을 돌고 돌아 다시 출반선에 발을 들여 놓은 그는 앞서 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모두 링크커넥션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곧 창업 만 1년을 앞둔 현재,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유 대표의 눈빛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초기 창업 멤버들과 5개월만에 기술 개발을 거의 완료했음에도 문제가 발생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고, 그로 인해 바루다 솔루션의 베타 버전이 완성되는데 거의 1년이 걸렸죠. 로컬병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 아무래도 시장에 없던 서비스라 인식 부족으로 문전박대도 많이 당하고, 마상(마음의 상처)도 적잖이 입었어요(웃음).”
우여곡절 끝에 개발한 ‘바루다 닥터’는 ‘원장님은 진료만 해주세요, 나머지는 바루다가 해드립니다’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고 지난달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환자 대상 ‘바루다’는 다음 주부터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다. ‘바루다’라는 솔루션 명에 담은 뜻을 설명하는 유 대표는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바루다는 비뚤어지거나 구부러진 것을 바로 고친다는 의미의 순 우리말이예요. 근골격계 질환이 대부분 뼈가 굽거나 비뚤어져서 생기는 문제니 이 부분을 고치고 바로잡는데 도움을 주는 솔루션이라는 의미죠. 생각보다 호응이 좋아요(웃음). 현재 목표는 베타 테스트를 거쳐 상반기 내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예요. 그리고 하반기까지는 바루다를 통한 운동 처방 기능을 비롯해 로컬병원의 운영과 경영적인 문제까지도 커버할 수 있는 보험 심사 기준에 맞춘 데이터 제공, 매출 대비 신규 환자 유입량 분석 자료 등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바루다 솔루션의 고도화와 함께 링크커넥션은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대형 투자사들로부터 시드 투자 유치와 함께 다양한 정부지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향후 링크커넥션의 비즈니스 로드맵에 있는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를 비롯한 환자 대상 맞춤형 의료기기 개발 등의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노력이기도 하다. 유 대표와 링크커넥션 팀원들이 창업 1년도 안돼 이뤄낸 성과를 봤을 때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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