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만난 사람] 황영진 하이퍼마인드 대표 “텍스트로 3D 모션그래픽을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황영진 하이퍼마인드 대표, “AI 기술을 활용해 애니메이션 업계에 혁신 일으킬 것”
비싸고 어렵고 느린 모션 그래픽 업계 페인포인트 해결, AI 기술 기반 텍스트만으로 3D 모션 생성
베트남 기반 2D·3D 웹툰 및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사 몽타미디어 M&A로 밸류체인 구축
하이퍼마인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텍스트만으로 3D 모션그래픽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텍스트만으로 3D 모션그래픽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하이퍼미디어는 지난 6월 2D 및 3D 웹툰 및 애니메이션을 비롯,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몽타미디어((Mongta Media)와 인수합병(M&A)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창업 이후 갓 1년이 지난 초기 스타트업이 베트남에 60명 규모의 제작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제작사를 인수한 사실은 업계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이퍼마인드는 자사의 AI 기반 3D 모션그래픽 제작 기술을 몽타미디어 제작 콘텐츠에 적용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수립했다. 나아가 게임 등 콘텐츠 제작 영역의 확장을 통해 글로벌 확장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퍼마인드가 취하는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면 테크와 크리에이티브라는 콘텐츠 제작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듯하다. 앞서 언급했듯 초기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알고 보니 하이퍼마인드를 창업한 황영진 대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몇 번의 창업과 기업 최고사업책임자(COO)를 거친 연쇄 창업가였다. 황 대표가 이처럼 속도감 있는 스케일업 전략을 구사하는 데는 온라인 K-댄스 교육 전문 플랫폼 개발, 3D,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한 그간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 그의 세 번째 도전인 ‘하이퍼마인드’의 사명은 ‘IT 분야의 지성이 뛰어나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를 의미한다. 현재 하이퍼마인드가 취하는 성장 로드맵과 정확히 일치하는 셈이다. 

이에 테크42는 황영진 하이퍼마인드 대표를 만나 그들이 개발하는 3D 모션 그래픽 분야를 혁신할 기술과 향후 성장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M&A는 기술과 제작 역량의 결합을 위한 것… 시너지는?

황 대표는 사실 테크 스타트업계에서 드문,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실용음악을 전공한 황 대표는 적잔은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방송과 콘서트 활동으로 경력을 쌓았다. 기술이나 스타트업과는 전혀 무관한 예술의 영역이었던 셈이다. 그런 그가 창업에 도전하게 된 것은 주변 환경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테크42)

“AI 기술로 추구하는 변화는 장기적인 프로젝트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다만 당장은 즉각적인 변화가 빠르게 오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했죠. 그래서 우선은 이 기술을 가능한 범위 내에 이미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는 제작 사이드에서 적용하며 고도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봤고요. 그런 점에서 몽타미디어는 저희 AI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팀이었어요. 결국 M&A를 통해 몽타미디어의 제작 프로젝트를 테스트베드 삼아 저희 기술을 고도화하는 전략을 택했고, 이를 통해 파트너사들에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빠르게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이 나오게 됐죠.”

현재도 하이퍼미디어는 콘텐츠 제작 파트는 베트남을 근거로, 기술적 역량을 구축하는 것은 한국을 근거로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황 대표의 전략은 먹혔다. 콘텐츠 제작의 시간과 비용이 줄게 되며 제작 효율이 좋아졌고, AI가 적용되며 데이터 기반 스케일업을 할 수 있는 방향성이 확보됐다. 현재 M&A를 통해 구축된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하이퍼미디어는 자체 콘텐츠 제작을 통한 IP(지적재산권) 확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이퍼미디어는 최근 베트남에 기반을 둔 콘텐츠 제작사 몽타미디어와 M&A를 통해 기술과 제작 영역의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사진=하이퍼미디어)

이와 같은 밸류체인 구축은 하이퍼마인드의 글로벌 스케일업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베트남에 제작기지를 둔 만큼 인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막강한 소비시장을 갖춘 동남아 국가들에 진출이 용이해 진 셈이다. 글로벌 진출 계획을 묻는 질문에 황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우선은 B2B 영역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요. 클로즈드 베타로 저희 솔루션을 운영할 수 있는 파트너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동남아를 빠르게 태핑한 거죠. 그 외에도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B2C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도 준비하고 있어요. 미국에는 애니메이터들이 굉장히 많고, 데이터 역시 국내 보다 미국 시장 데이터가 확실히 고품질이기 때문이죠.”

의외의 과거, 연이은 도전의 시간들

황 대표는 사실 테크 스타트업계에서 드문,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실용음악을 전공한 황 대표는 적잔은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방송과 콘서트 활동으로 경력을 쌓았다. 기술이나 스타트업과는 전혀 무관한 예술의 영역이었던 셈이다. 그런 그가 창업에 도전하게 된 것은 주변 환경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제 동생이 카이스트에서 공부하며 창업을 준비하는 것을 보다 보니 관심이 생기더군요. 또 옥스포드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친한 친구와도 스타트업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첫 시작은 안무가들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에이에스앤지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온라인으로 댄스교육을 하는 ‘K-댄스 전문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첫 도전이었지만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고려대와 연세대 등에서 1000명 규모의 12개 동아리를 모집해 댄스챌리지를 열어 시장 규모를 확인했고, ‘스트리트우먼파이터’ 우승팀인 ‘홀리뱅’과 일주일 동안 온라인 댄스 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번의 MVP(최소기능제품)를 거쳐 본격 서비스 개발에 들어가는 시기에 M&A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첫 창업은 얼리 스테이지에서 엑시트로 마무리 됐다. 이후 그의 도전은 3D 모션 솔루션 기업 ‘무버스’로, 다시 블록체인 분야의 바라고로 이어졌다.

엑시트와 연이은 새로운 창업, 신사업 개발 등의 과정을 거치며 황 대표는 독학으로 기술 분야의 이해도를 넓히고 개발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고스란히 황 대표의 자산이 됐다. (사진=테크42)

“무버스는 싸이월드 창업자로 유명하신 형용준 대표님과 공동 창업으로 시작했어요. 창작자 인증을 기반으로 한 3D 모션 솔루션을 메타버스 플랫폼, 애니메이터 등에 제공하는 사업이었죠. 이후에는 신사업 개발에 관심이 가 무버스 업무를 정리하고 블록체인 기반 기술 기업인 바라고에 최고사업책임자로 합류했어요. 1년 정도 열심히 드라이브를 걸었죠. 하지만 블록체인 시장이 안 좋은 시기라 결국 성과를 보지 못했어요. 그렇게 하이퍼마인드를 통해 다시 창업에 도전하게 됐죠.”

엑시트와 연이은 새로운 창업, 신사업 개발 등의 과정을 거치며 황 대표는 독학으로 기술 분야의 이해도를 넓히고 개발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고스란히 황 대표의 자산이 됐다.

“유튜브로 배우고 책을 보고 모르는 부분은 개발자 분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디자이너와 밤새 함께 일하며 소통하는 식으로 6년 정도를 지내온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 또 다시 창업을 하게 되고, 지금에 이르게 됐네요(웃음).

3D 데이터셋 구축을 통한 기술 고도화, AI로 콘텐츠 제작 혁신 일으킬 것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이퍼마인드는 몽타미디어와 M&A를 통해 기술과 제작 사이드를 모두 아우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각 사이드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국내외 콘텐츠 기업 고객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매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자체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하이퍼미디어의 시도는 현재도 많은 콘텐츠 기업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이퍼마인드는 인도네이사 대기업인 MNC그룹과는 AI 기술지원 독점 계약 및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VDX 업계 최대 콘텐츠 기업인 덱스트스튜디오 역시 하이퍼마인드와 데이터 공유 및 공동 연구를 협의 중이다.

인도네이사 대기업인 MNC그룹과는 AI 기술지원 독점 계약 및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와는 데이터 공유 및 AI 기술 지원을 진행 중이다. 뽀로로로 유명한 아이코닉스와도 2TB에 달하는 데이터 공유 및 PoC(개념검증)을 진행 중이며 앞서 3D모션생성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VFX 업게 최대 콘텐츠 기업인 덱스터스튜디오와는 데이터공유 및 공동연구 논의하고 있고 그 외에도 샤샤앤마일로, 캐리와 친구들, 고고다이노, 꾸다와 같은 대형 IP와 데이터 공유 및 3D모션 생성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PoC를 준비하고 있다.

“저희 현재 워크플로우는 우선 베트남 팀이 저희 3D모션 생성 AI로 텍스트를 이용해 3D 모션을 생성하고 후반 작업을 해 납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오직 텍스트만으로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고도화를 추진 중이죠. 향후 모델 개발과 데이터 라벨링도 베트남에서 진행될 예정이예요. 코어 아키텍처는 한국에서 소수 인원으로 진행하고 베트남 조직을 최대한 빠르게 키우면서 확장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러한 하이퍼마인드의 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데이터다. 텍스트 기반 3D 모션그래픽 생성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데이터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인풋이 좋아야 아웃풋이 좋다”며 말을 이어갔다.

하이퍼마인드는 베트남에서 흥행중인 카피바라 캐릭터를 활용해 3D 애니메이션을 제작, IP 및 애니메이션 데이터의 선순환 구조를 확보했다. (이미지=하이퍼마인드)

“저희 모델은 계속에서 데이터를 가공하고 수정해 나가는 영역이 특히 중요해요. 하지만 3D 데이터는 아직까지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죠. 심지어 모션 캡쳐 스튜디오에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라도 완성된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집중하는 것이 3D 데이터 확보예요. 앞서 기업이나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통해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있고, 다시 이를 재가공해 라벨링과 표준화를 거치며 좋은 아웃풋이 나올 수 있도록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죠. 또 저희 자체적으로 생성한 데이터도 쌓아가고 있고요. 향후 저희가 타겟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VFX, 게임 등에서 각각 10만개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용으로 가져갈 계획입니다.”

황 대표의 말처럼 하이퍼마인드는 자체 IP도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흥행 중인 카피바라 캐릭터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IP 및 애니메이션 데이터 선순환 구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 황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생성된 모션들을 실시간으로 오토리깅해 캐릭터에 붙여주는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며 향후 계획과 하이퍼마인드의 비전을 털어놨다.  

“현재 클로즈드 베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내년 상반기 오픈 베타에 이은 SaaS 솔루션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하이퍼마인드의 비전은 애니메이터들이 저희 서비스를 통해 혁신을 이뤄내고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봐요. 몇 번의 창업을 경험하며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늘 해왔죠. 얼리 스테이지를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이제는 좀 더 속도감 있게 비즈니스를 확장해 보려 합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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