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vs 오아시스 재무제표 간단 분석

새벽배송계의 보수와 진보, 성장의 마켓컬리와 분배(?)의 오아시스마켓을 이번에는 함께 놓고 보겠습니다.

 

1. 먼저 컬리의 연결재무제표부터 보겠습니다.

매출액 9,530억원으로 전기대비 124%성장이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여줍니다.

이는 코로나19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영업손실은 1,162억원으로 전기대비 줄이지는 못했지만 비율상으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매출액 대비 영업적자가 -24%에서 -12%로 개선되었으니 말입니다. 짱깨식(?)으로 추정하면 내년에 BEP달성입니다.

마켓컬리 2020년 손익계산서
마켓컬리 2020년 손익계산서

 

2. 이번엔 오아시스를 보겠습니다.

매출액 2,386억원으로 전기대비 68%성장하였으며, 영업이익 97억원(전기에는 9.6억원)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보여줍니다.

이 회사의 재미있는 점은 온오프라인mix라는 점입니다. 30여개의 직영매장에서 발생하는 오프라인 매출이 총 매출의 절반, 오아시스마켓의 온라인 매출이 나머지 일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2018년 8월에 온라인 마켓을 시작한것을 감안하면 온라인 마켓의 성장율은 컬리 부럽지 않습니다.

오아시스 2020년 손익계산서
오아시스 2020년 손익계산서

 

3. 컬리의 고질적인 이슈는 바로 (매출과 비례하여 증가하는) 변동비 입니다.

마켓컬리
마켓컬리

변동비로 추정되는 대략적인 항목 (재료비, 인건비, 서비스이용수수료, 세금과공과, 운반및임차료, 포장비) 을 합쳐보면 매출액 대비 104%입니다. 즉, 팔면 팔수록 밑지는 장사라는 뜻인데요, 이 비율이 전년도에 110%였는데 104%가 되었으니 우리는 조만간 흑자가 가능하다! 라고 말하기에는 갈길이 좀 멉니다.

위의 비용 빼고도 남은 비용(고정비)이 약 917억원 정도 되기 때문입니다. 즉, 위의 비율을 90%까지 낮출 수 있어야 BEP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는 뜻입니다.

110%에서 104%로 만드는거보다, 104%에서 90%으로 낮추는게 훨씬 어렵겠죠. 그동안 이슈가 되었던 과대포장 문제도 해결해야되고, 물류 효율도 훨씬 높여야 되는데, 컬리는 2021년에 수도권 외 지역으로 확장한다고 합니다. 그럼 물류효율 높이는 길은 더 멀어집니다.

4. 비슷한 관점을 오아시스에 적용해보면 매출액 대비 변동비 비율이 전기 94%, 당기 92%의 비율입니다.

오아시스
오아시스

그리고 매출액 대비 고정비 비율도 5%에서 3%로 떨어집니다.

컬리와 오아시스의 매출액 대비 상품원가 비중이 약 74%로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비용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숫자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업구조가 온오프믹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팔고 남은 신선식품의 재고를 오프라인에서 소진이 가능하고, 재고소진율이 높기 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별다른 광고비지출이 없이도 성장을 할 수 있었겠죠. (광고비 절감)

각지에 있는 직영매장이 물류창고 역할도 했을 것이구요. (물류비 절감)

더군다나 지배주주가 IT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이라서, 개발자 채용도 별로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개발비 절감)

여러모로 아귀가 맞습니다.

5. 컬리의 기업가치는 대략 1조원에 근접한 것로 평가 받고 있고, 쿠팡따라 미국에 상장 하고 싶다는 뜻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아시스의 지분 약 79%를 소유한 코스닥상장기업 지어소프트의 시가총액은 최근 주가로 약 3,300억원입니다.

컬리의 설립 및 투자유치를 통해 유입된 금액은 약 4,500억원 수준이며 오아시스가 주주 및 외부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의 합계는 약 200억원입니다.

6. 같은 영역에서 사업을 하지만 한쪽은 펀딩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전형이고, 한쪽은 자신의 수익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중소-중견기업의 형태입니다.

어떤 형태가 옳다or그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컬리는 그중에서도 (손익구조 측면에서) 좀 특이한 기업이긴 합니다. 그 탁월한 성장속도 때문에 거액의 투자유치를 척척 성공하고 있긴 한데, 결국 기업은 언젠가 돈을 벌긴 벌어야 합니다. 그 성장의 클라이막스에 도달했을 때 어떤 그림을 보여줄지 몹시 궁금한 기업이 컬리입니다.

 

이재용님은 회계사로 삼정KPMG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FIND-US에서 Virtual CFO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jyzz21

 

이재용

jylee@find-us.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비전프로 국내 출시에 앞서... (지난 반년의 경험, 그리고 비전 OS 2의 가능성)

애플의 증강현실(AR) 헤드셋 ‘비전 프로’가 11월 15일 드디어 국내 시장에 출시됩니다. 비전 프로는 지난 2월 미국에서 첫 출시된 이후 주요...

디지털 아트의 딜레마, 즐거움과 깊이 사이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의 가능성과 한계 디지털 아트의 전시는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에서 화려한 시각 효과와 감각적 체험을 통해 관람객에게...

페이스북과 구글 뉴스 우선순위 하락에 대응하는 BBC와 The Hill의 트래픽 전략[2024년 버전]

페이스북과 구글 뉴스 우선순위 하락에 대응하는 BBC와 The Hill의 트래픽 전략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영미권 언론사들은 페이스북과 구글 등 주요 플랫폼이...

도요타가 만들고 아마존이 따라한 '린(Lean) 방식'

‘린 생산 방식’은 1950년대 일본에서 처음 탄생한 것으로 ‘군살 없는 생산방식’이란 뜻입니다. 한 마디로 제조과정에서 낭비를 없애고 생산성을 높이는 건데요. 이는 도요타가 세계 1, 2위를 다투던 GM과 포드를 따라잡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