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영화 ‘나잇앤데이(2010)’에서는 톰 크루즈와 함께 절해 고도로 피신한 카메론 디아즈가 휴대폰으로 육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나선 이 신호를 추적해 온 세력의 공격을 받게 된다. 한번 더 생각해 보면 그녀가 전화를 받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바다 위에 점점이 기지국이라도 세워뒀단 말인가. 태풍에 조난당한 먼 바다의 선박들도 일반 휴대폰으로는 통신을 할 수 없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평소 쓰던 휴대폰으로 육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니···그저 영화적 설정이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런 상황이 점점더 말이 된다. 지구상의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속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 평소 쓰던 일반 휴대폰으로 지구 저궤도(LEO) 통신 위성 신호를 받아 메시지 전달같은 간단한 긴급 구조요청 통신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 서비스 사업자가 서비스하기로 맘먹은 지역에 국한된 얘기가 된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지난해 9월 애플이 최신 아이폰으로 위성통신 서비스를 한다는 소식을 내놓으면서 전세계가 술렁거렸다. 그같은 휴대폰을 사용한 위성통신 상용 서비스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게 바로 올해다. 사실 2023년 새해에 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진행중인 회사는 애플만이 아니고, 애플이 처음도 아니다.
다수의 업체들이 올해 안에 기존 휴대폰으로 위성통신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애플보다 한달 앞서 스페이스X와 미국2위 이통사업자 T모바일도 제휴해 이 분야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야심찬 위성통신 스타트업인 ‘AST 스페이스 모바일’과 ‘링크 글로벌(Lynk Global)’도 지구저궤도(LEO)에서 지상 통신기지국 도달 범위 밖에 있는 5G 휴대폰에 신호가 도달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분명 올해는 누군가가 위성통신 전용 전화기 대신 자신의 휴대폰으로 그대로 우주를 통해 지구 저편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시대를 여는 역사적 한 해가 될 것이다.
룩셈부르크 대학의 시그콤 연구 그룹 책임자인 시메온 차치노타스는 “(이 사업자들이 말하듯)스마트폰을 수정하지 않고 직접 인공위성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면 전 세계 수십억 대의 기기가 접속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다소 과장스럽지만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휴대폰으로 직접 연결하는 위성통신 서비스가 누구에게 어떤 혜택을 주게 될지, 서비스 경쟁 업체들은 누구인지, 어떤 내용으로 준비중인지, 언제 음성이나 영상까지 보편적 서비스를 하게 될지, 어떤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지 등 애플의 비상 SOS 아이폰 서비스를 계기로 올해 이목을 끄는 휴대폰 우주통신에 대해 살펴봤다. IEEE 스펙트럼·더버지·스페이스 뉴스를 참고했다.
①미국 스타트업이 쏘아올린 작은 위성
②애플 휴대폰 통신 야망, 우주로 뻗쳤다
③통신·위성 거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링크 글로벌, 자체 특허 기반 휴대폰 위성통신 서비스 제시
모든 휴대폰을 위성통신 전화로 바꾸고 싶어 한 선구자중 하나로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링크 글로벌(옛 유비쿼티 링크)부터 꼽아야 한다.
링크 글로벌은 지난 2017년 창업해 이 분야에 눈을 뜨고 사업을 시작했다. 사실 이 회사는 2019년까지만 해도 단 하나의 실험 위성만 발사했지만 2022년 4월 6번째 위성을 발사했고 예정보다 늦었지만 올해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찰스 밀러 링크 글로벌 CEO는 지난 2019년 자사 특허 기술이 “일반 휴대폰으로 위성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수백만 명에게 값싼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밝히면서 “매년 수만 명의 사람들이 통신 연결이 되지 않아 사망한다. 그것이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값비싼 추가 안테나나 지상국을 설치할 필요없이 저렴하고 진정한 글로벌 메시징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노력의 시작이었다.
위성통신 전용폰은 가라···"휴대폰으로도 긴급 상황시 지구 어디서든 통한다"
일반 휴대폰으로 위성통신을 할 수 있게 되면 전세계 50억명의 휴대폰 사용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던 고가에다 부피도 큰 상용 위성전화를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이 위성전화기는 일반 휴대폰 통화나 초고속인터넷 데이터 스트리밍도 할 수 없다. 물론 위성 통신 전화는 여전히 유용하다.
일반 휴대폰을 이용한 인공위성 통신은 어떻게 유용해질까.
지난 2019년 가장 먼저 이 서비스를 위해 위성을 쏘아올린 링크 글로벌(엣 유비쿼티 링크)의 찰스 밀러 CEO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휴대폰 사용자들은 하늘을 명확하게 볼 수 있는 한 어디에 있든 필요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문자 메시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일반 휴대폰으로 (위성 통신 기기로 유명한) 가민의 인리치(inReach) 커뮤니케이터(통신기)같은 기존 포켓 장치와 유사한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기기는 고산이나 오지 탐험가들에게 유용하다.
밀러 CEO는 이보다 더 많은 수요분야를 꼽는다. 그는 매년 2만명 이상 발생하는 사망자 가운데 많은 수가 어로 작업중 통신 장애로 인한 것이라며 어업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산업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대부분의 어부들은 위성 전화를 살 여유가 없다. 그들은 이미 (경제적)변두리에 살고 있다. 이제 그들이 [이미] 갖고 있는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으면, 그들은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위험이나 긴급상황에 처한 이들이 휴대폰으로 생존에 유용한 위성통신과 연결하기는 불가능했다.
위성전화가 아닌 일반 휴대폰으로는 빠르게 움직이는 궤도 위성과 통신할 수 있는 신호송출 파워와 민감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서비스 가능성에 눈을 뜬 기업이 등장했다.
링크 글로벌, 신호감쇠와 간섭 문제 해결
2017년 뉴욕에서 창업한 유비쿼티 링크(현 링크 글로벌)다.
이 회사 엔지니어들은 한 번에 하나씩 문제를 해결했다.
우선 그들은 휴대폰이 1GHz 이하의 기존 주파수를 사용하는 한 대기에 의한 신호 감쇠를 최소화하기 위해 약 400km의 저궤도(LEO)에서 위성까지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파워를 갖춰야 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휴대폰에서 보낸 메시지는 위성이 이를 들을 때까지 대기하게 된다. 아마도 이것은 처음에는 하루에 한 번에 불과하겠지만, 더 많은 위성이 발사됨에 따라 시간당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인공위성은 몇 가지 수정을 통해 지상 기지국에서 발견되는 것과 동일한 SW를 사용할 수 있다. 위성의 빠른 속도(초속 약 7.5km) 때문에 도플러 신호로 바뀔 것이다. (위성이 멀어지면서 신호도 점차 약해질 것이다.)
밀러 CEO는 “휴대폰이 도플러 이동을 보지 못하도록 보상해야 하며, 추가 범위에서 시간 지연을 받아들이도록 휴대폰을 속여야 한다. 이 두 조각은 우리의 비밀 소스이며 특허를 받았다. 휴대폰은 [위성을] 연결 능력의 가장자리에 있는 약한 기지국이라고 생각할 뿐이지만, 그것을 용인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간섭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링크 글로벌은 미연방통신위(FCC)에 제출한 자료에서 “인공위성의 다운링크 신호가 매우 낮으며 ‘최후의 기지국(기댈 곳)’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예비 기지국과 넓게 분리돼 분포된 기지국이 있는 시골 또는 교외 지역에서만 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그곳에서조차도 기지국 설계, 그리고 위성이 시분할 프로토콜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0.0000117%의 신호충돌 가능성을 의미하며, 이것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될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이제 이 회사는 그동안의 기술 테스트를 마치고 올해 상용서비스를 통해 도약하려 하고 있다.
링크 글로벌은 2021년 6월 5번째 ‘우주 기지국 위성(스페이스 셀 타워)’ 시험 위성을 궤도로 쏘아 올렸고 지난해 4월 6번째 위성을 쏘아 올린다.
특히 5번째 위성 ‘섀넌’은 양산에 적합한 새로운 설계의 시험 위성으로서 주목을 받았다. 섀넌은 이전의 테스트 위성들보다 더 크고 더 높은 전력 수준과 더 큰 통신 용량에서 작동한다. 링크에 따르면 이 설계는 더 큰 통신 처리량을 제공하기 위해 확장될 수 있다.
찰스 밀러 링크 글로벌 CEO는 지난해 말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미 “약 40개국에서 19개의 서로 다른 이동통신사와 19개의 상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연내 상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고객의 이름도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 회사 밀러 CEO는 자사 사업 성격에 대해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그들의 네트워크를 모든 곳으로 확장하는 로밍 공급자다. 그들은 고객 관계를 유지하고, 우리는 도매 공급자역할을 할 뿐이다. 그것은 윈-윈 관계다”라고 말했다.
링크는 지난 2017년 설립 이후 지난해 말까지 스티브 케이스 AOL 공동 창업자가 운영하는 벤처 캐피털의 520만 달러를 포함, 총 3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G와 4G 휴대폰 우주통신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이제 5G 휴대폰 우주통신을 준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링크 글로벌은 오는 2026년까지 5000기의 마이크로 위성을 쏘아올리게 된다.
“3~6개의 마이크로 위성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지구 어디서나 통신”
밀러 CEO는 “오늘날 스마트폰은 앱을 다운로드하기만 하면 링크 글로벌의 위성에 연결할 수 있고, 소수의 사람들도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3~6개의 마이크로 위성을 사용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위도 +55도~-55도 사이의 모든 곳에 커버리지를 제공할 수 있다. 휴대폰을 가진 50억 명 모두가 그것을 사용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100명 중 한 명만 정기 서비스를 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여전히 5000만명이다”라고 말했다.
링크 글로벌은 비상 메시지 전송 외에 추가 HW 구입을 주저해 온 사물인터넷(IoT) 사용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밀러는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는 보안을 위해 또는 무선 업데이트를 위해 이미 셀룰러 칩이 장착된 상태로 조립 라인에서 출고된다. 그 차들은 이제 모든 곳에서 계속 연결돼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휴대폰과 인공위성 통신을 연결하는 기술이 대규모로 작동한다면, 수백만 곳의 지구 기지국을 IoT용으로 판매하는 데 희망을 걸고 있는 스웜과 같은 다른 위성 스타트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통신 및 우주기업들이 몇 년새 급속히 유망한 사업으로 등장한 휴대폰 우주통신을 링크 글로벌이 독점하도록 놔 둘 리 만무하다.
지난해 8월에는 스페이스X와 미국 2위 이통사 T모바일이 이 휴대폰 위성통신 서비스를 위해 손잡았다고 발표했다. 재활용 로켓으로 발사비용을 줄인 스페이스 X와 미국 2위이통사가 통신 데드존을 없애겠다며 손잡았고 올해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한달 후 애플이 아이폰 14시리즈를 발표하면서 비상 SOS 문자메시징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이용한 긴급 SOS기능을 소개했다. IEEE 스펙트럼은 애플이 글로벌스타와 제휴해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쟁 위성사업자 글로벌 스타와 AST 스페이스 모바일도 있다.
기술 거인들의 휴대폰 위성통신 사업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소셜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