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내라" SKB, '망 중립성' 위에 숨은 넷플릭스에 재차 '소송'

SK브로드밴드가 1심 패소에도 불구하고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넷플릭스를 대상으로 망 이용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본소의 청구를 제기하는 새로운 독립 소송)를 제기했다.

30일 SK브로드밴드는 민법의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 승소로 끝난 1심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후속 조치다.

앞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소송을 냈었지만 지난 6월 1심에서 패소했다. 판결 직후 넷플릭스는 '바이든 정부 정책에도 반하는 판결'이라는 주장과 함께 1심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판결 20여일만에 항소장을 제출한 넷플릭스 측은 입장문을 통해 “1심 판결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간 협력의 전제가 되는 역할 분담을 부정하고, 인터넷 생태계와 망 중립성 원칙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법원의 판결이 국내 ISP의 이권만 보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을 차별없이 처리하라는 것과, 대가를 내지 않는 것은 다른 개념”이라고 맞받아 쳤다.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SK브로드밴드측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가운데) 등 소송인단이 반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SK브로드밴드)

'CP vs ISP' 대리전 양상...'망 중립성' 뒤에 교묘하게 숨은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패소에도 불구하고, 즉각 항소하며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소송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 대 인터넷제공사업자(ISP)' 간 대결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다. 여기서 최종 패소할 경우, SK브로드밴드 외에 국내 모든 통신사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이번 결정에 따라 넷플릭스와 같은 망 사용료 지불을 해야 하고,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글(유튜브)와 페이스북 등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망 사용료가 제법 크다. SK브로드밴드만 해도 지난 2018년 6월부터 현재까지 비용을 계산하면 700억원 수준이다. 앞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과 타 통신사의 망 사용료까지 더하면 비용은 더욱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미국 바이든 정부도 강조하고 있는 망 중립성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상황"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무역 마찰을 시사하는 등의 압박 아닌 압박을 행사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물론 1심 판결 이후에도 SK브로드밴드와의 협상 자체를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SK브로드밴드가 반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 회사는 "인터넷 망은 초기 구축 및 매년 유지관리에 상당한 투자가 수반되어 당연히 유상으로 제공되는 것임에도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없이 회사의 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은 채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이행하지 않아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반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실제로 넷플릭스가 회사의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18년 5월 50Gbps 수준에서 2021년 9월 현재 1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폭증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망을 이용해 얻는 이익과 회사가 당연히 지급받았어야 할 망 이용대가의 손실 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며 넷플릭스에게는 대가 없이 망을 사용할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내 사법부의 판단은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 맞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법원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 망 연결이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이에 대한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고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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