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료 수세 몰렸던 넷플릭스가 던진 1억달러… ‘다 계획이 있었구나’

[AI요약]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료’ 관련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넷플릭스가 20일 자회사를 통해 1억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그것도 우리나라 정부를 통해 산업통산자원부가 투자를 유치하는 형식을 취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찾아 공식 방한 일정을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망 이용료' 관련 법적공방, 법안 제정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넷플릭스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일정에 맞춰 1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는 산업통산자원부에 의해 우리나라 정부가 투자 유치한 성과로 소개됐다. (사진=픽사베이)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료’ 관련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넷플릭스가 20일 자회사를 통해 1억달러(약 1278억원) 투자를 발표했다. 그것도 우리나라 정부를 통해 산업통산자원부가 투자를 유치하는 형식을 취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찾아 공식 방한 일정을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산업부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 아라룸에서 ‘넷플릭스 한국 투자신고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넷플릭스 자회사인 스캔라인 VFX가 국내에 6년 간 1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상황적으로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는 새 정부의 첫 대외적인 성과가 된 셈이다.  

그런데 시기가 공교롭다.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료’를 둘러싼 법적공방 2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거부 행위를 먹튀로 간주하고 망 이용료 납부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실효성 여부를 차지하고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법적으로 막는 구글갑질방지법이 우리나라 국회에서 세계 최초로 통과된 이후, 넷플릭스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망사용료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재차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우리나라의 상황은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망 이용료’ 공방, 수세에 몰린 넷플릭스…미국 정부까지 내세워

우리나라에서 촉발된 '망 이용료' 관련 논쟁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넷플릭스는 자국 무역대표부를 비롯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일정까지 활용하며 총력 저지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지리한 법적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1심에서 사실상 패소한 이후 이어진 2심이 진행 중인데, 최근 변론에서는 자사를 CP(콘텐츠제공사업자)가 아닌 송신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라는 논리는 내세우며 ‘빌앱킵(상호 무정산)’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법적 분쟁까지 불사하며 우리나라에서 ‘망 이용료’ 납부를 거부하는 이유는 만약 망 이용료 납부 공방에서 최종적으로 패할 경우 그 영향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유럽 등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유럽통신사업자연합(ETNO)’은 ‘유럽의 인터넷 생태계: 모두가 공정한 몫에 기여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기에서 유럽 통신사들은 넷플릭스 등 대형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가 유발하는 막대한 트래픽 비용을 통신사가 떠안아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글로벌 OTT의 망 투자 비용 분담 정책 수단을 제안하고 나섰다.

앞서 독일 도이치텔레콤, 프랑스 오랑주, 영국 보다폰, 스페인 텔레포니카 등 유럽 대표 통신사들 역시 올해 초부터 EU 의회에 서한을 보내 빅테크의 망 투자 참여를 의무화하는 법안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EU 규제 당국은 업계의 이와 같은 제안을 받아들여 넷플릭스 관련 규제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넷플릭스 관련 소송과 법안 제정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넷플릭스의 대응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진행됐다. 자국의 무역대표부와 정부를 통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망사용료법’ 입법 움직임과 관련해 우려 의견이 담긴 ‘2022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발간한 데 이어, 직접적으로 우려를 담은 서한을 우리나라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USTR은 미국 국제통상교섭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가볍게 흘릴 수 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더구나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 역시 망사용료 입법에 대해 "국제기준에 어긋난다"며 반대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자, 결국 국내에서는 통산 마찰 우려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 됐다.

급기야 20일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일정에 넷프릭스 한국 지사 방문까지 고려한다는 이야기까지 돌며 상황은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흘렀다. 결과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넷플릭스 한국 지사에 방문하지 않았지만, 방문 가능성 언급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는 거둔 셈이다.

유럽 통신사들 역시도 넷플릭스 등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OTT 등을 대상으로 망 투자 비용 분담 정책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EU 규제 당국도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먼저 진행되고 있는 넷플릭스 '망 이용료' 관련 소송과 법안 제정 상황을 주시한다는 점이다. (이미지=픽사베이)

보류된 ‘망사용료법’, 넷플릭스 1억달러 투자로 공기 달라져

지난달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2소위)에 상정까지 되며 급물살을 탔던 넷플릭스 관련 6개 법안은 현재 심사가 보류된 상태로 묶여 있다. 국회에서는 법적 정합성 제고를 위한 공청회를 언급하며 추가 논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 사이 넷플릭스는 자회사 스캔라인 VFX를 통해 6년간 1억달러(약 1278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가상현실 연출기술을 활용한 아시아 최초의 특수효과 영화제작 시설 투자 명목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우리나라 정부의 첫 성과처럼 포장됐다.

산업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넷플릭스의 투자는 산업부와 코트라가 한국의 우수한 투자환경과 지원제도를 바탕으로 지속 설득한 결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한국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6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는 2020년 매출 4155억원을 경신한 것이지만, 문제는 법인세다. 넷플릭스가 납부한 법인세는 34억원으로 매출액의 0.5%에 그친다.

산업부가 넷플릭스 자회사를 통해 유치한 6년간 1억달러의 투자 역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큰 금액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우리나라 콘텐츠에 약 5000억원(약 3억 9400만달러)을 투자했으며 올해는 그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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