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이후 'LG CNS', 어떻게 변했나?

LG CNS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맥쿼리PE)에 지분 35%가 넘어간 이후, 그동안 감춰졌던 IT 기술 역량이 차츰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맥쿼리PE는 마침내 LG CNS의 2대 주주에 올랐다. 2019년 6월 LG CNS가 잠재투자자에게 투자관심을 유도하는 티저레터를 발송한 이후, 맥쿼리PE의 잔금 납입 및 기업결합승인이 이르기까지 과정이 약 1여년만에 마무리됐다. LG그룹이 넘긴 LG CNS 지분 35%의 매각 대금은 약 1조원이다.

당초 매각의 주요 목적으로 거론됐던 일감 몰아주기 쟁점 역시 해소됐다. LG그룹은 LG CNS 지분 매각을 통해 49.9%로 지분율을 조정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룹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지자, LG CNS 자체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공공 접고 클라우드 확대하는 등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재편

우선 공공 부문 사업에서 손을 거두고 있다.

LG CNS는 지난 2018년 IT서비스 업체로는 최초로 클라우드 보안 인증인 CSAP를 획득하며, 공공기관 전용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LG G-Cloud’를 출시했다. 클라우드 보안 인증 CSAP는 민간 기업이 국내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필수 요건으로, 공공기관은 CSAP를 보유한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의 낮은 민간 클라우드 사용률을 높이는 동시에, 클라우드 확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LG CNS 역시 LG G-Cloud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컨설팅부터 설계, 구축 및 서비스, 운영까지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LG CNS는 올 초로 예정됐던 클라우드 보안 인증 유지를 위한 사후 평가를 받지 않으면서 인증 연장 포기를 시사했다. 인증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LG G-Cloud 사업 역시 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는 공공 클라우드 부문에서 경쟁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공 부문은 KT, 네이버클라우드, NHN이 삼분하고 있다. 시장은 KT가 압도적 1위였으나, 대규모 공공 클라우드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네이버클라우드가 급속도로 추격하고 있으며, NHN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카카오까지 공공기관 대상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LG CNS가 끼어들 틈은 더 좁아졌다. 그러니 이를 과감하게 없애겠다는 것이다.

대신 LG CNS는 돈이 되는 사업 진출을 선택했다. 지난 4월, '더 뉴 MSP' 사업에 나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전부터 제공했던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사업을 메인 궤도로 올린 것이다. LG CNS는 대한항공 전사 시스템을 AWS로 이전하는 클라우드 전환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한화생명, 엔씨소프트 등 대규모 고객사 클라우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MSP 사업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LG CNS는 MSP 사업 진출의 공식 선언과 함께 클라우드 운영 서비스 '클라우드엑스퍼 프로옵스'를 출시하며 클라우드 인프라와 응용시스템, 보안, 전문가 지원 등을 통합한 클라우드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현신균 LG CNS DTI 사업부장은 "LG CNS는 새로운 MSP 영역을 개척하고, 클라우드 컨설팅, 전환을 포함해 클라우드 프로옵스로 특화한 운영까지 클라우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LG CNS는 글로벌 3대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기업인 AWS(아마존웹서비스), MS 애저, GCP(구글 클라우드 플랫폼)과 파트너십 및 인증을 확보한 상태다. 게다가 LG CNS가 주도하는 전 LG 전사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 작업 역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9년 LG 그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목적으로, 계열사의 IT시스템의 클라우드 비중을 오는 2023년까지 90% 이상 높이고, 20% 이상을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LG CNS는 클라우드 전담 조직을 7개 담당, 39개팀으로 확대하고 AWS, MS, GCP 사업팀을 각각 별도 신설하는 한편, 사업 · 서비스 · 인프라 · 아키텍처 · 전략 담당 부서를 세부적으로 나눠 특화했다. 여기에 소속된 AWS · MS 애저 · GCP 클라우드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는 800명에 달한다. 또한 LG CNS는 국내 클라우드 전문기업 오픈소스컨설팅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아울러 마이데이터 사업자 본허가까지 획득한 LG CNS는 플랫폼 기반 데이터 관리 및 중개 형태의 B2B 비즈니스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그 첫 시작으로 GC녹십자헬스케어·LG유플러스와 '마이데이터 공동 사업'을 위한 3사 간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LG CNS가 고객의 건강 정보와 건강 상담 내역, 생활습관 등 GC녹십자헬스케어 플랫폼과 통신 데이터를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LG유플러스 사이 연결고리가 되는 셈이다. LG CNS는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여행·자기계발·유통·교통·숙박 등 고객 생활과 관련 기업을 협력 대상으로 삼고 마이데이터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기술력은 충분하다…물류 부문 본격화로 사업 다각화 시작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LG CNS는 2021년 상반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상반기 누적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조 6057억 원, 영업이익은 110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약 18%, 영업이익 약 73%가 증가했다. 특히 클라우드 기술력을 앞세워 금융·제조 고객사 대상 클라우드 사업과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하는 등 금융영역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 LG CNS는 신사업 비중을 키우며 영역을 늘려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물류다. 지난 7월 LG CNS는 이커머스물류사업단을 신설하며 본격적인 비즈니스에 나섰다. 이미 LG CNS는 물류 자동화 SW 시장에서 점유율 30%로 1위다.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물류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 micro fulfilment center)’다. MFC는 기존 판매상품의 적재부터 재고 관리, 포장, 출하, 배송 개념을 더해 도심의 매장으로까지 물류를 연장해 물류 자동화하는 시스템이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로지스틱스에 따르면, 시장은 100억달러(약 11조 36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오는 2026년가지 미국에만 2000개 이상의 MFC가 운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MFC는 온라인 신선식품 물류에서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어 성장 전망이 높다.

LG CNS의 드라이브스루MFC

LG CNS는 이 MFC보다 한 단계 발전한 드라이브스루 MFC 솔루션을 시장 공략에 나선다. 드라이브스루 MFC는 저장 공간 부족, 물류 처리 지연 등 기존 MFC가 지닌 한계를 물류 패턴 데이터, AI 분석, 클라우드, 로봇 자동화를 통해 해결한 차세대 도심형 스마트 물류 솔루션이다. 무엇보다 로봇 이동 경로 외에 모두 적재 장소로 활용되기 때문에 공간 효율성이 높다. LG CNS는 데마트의 경기 의왕 물류센터와 부산 물류센터에 오토스토어의 로봇 자동화 물류 기반의 드라이브스루 MFC를 성공적으로 시범 운용했다.

드라이브스루 MFC는 신선 식품 보관 및 배달도 가능해 마켓컬리, 쿠팡프레쉬 등 급격하게 성장 중인 신선 신품 당일 배송 시장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높다. 이준호 LG CNS 스마트물류담당 상무는 “약 605㎢인 서울 면적을 고려할 때 8~10개 MFC 정도면 주문 후 한두 시간 내 배송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LG CNS는 드라이브스루 MFC를 연내 사업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9월부터 '인천남동 스마트 물류플랫폼 구축·운영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당초 전략 투자자인 맥쿼리PE의 LG CNS 활용 방안에 대해 인프라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스마트시티 분야로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관련 사업 부문이 주춤하자, 물류 사업에 비중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LG CNS는 지난 2015년 말레이시아 최대 택배사 포스라쥬 물류센터를 구축한 바 있어, 이미 물류 분야에 대한 기반을 갖춘 상태였다.

LG CNS는 이 기세로 상장까지 가고자 한다. 지난 7월 LG CNS는 상장을 준비하는 TF를 꾸리면서 본격적인 IPO 작업을 시작했다. 맥쿼리PE가 인수할 당시 3~5년 내 상장 예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해진 수순으로 2023년 하반기 혹은 2024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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