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동남아, 유럽, 인디아, 중동, 중국 등 20개 국가의 초기 투자 전문가들이 서울 여의도에 모였다.
29일 전 세계 30개 도시에서 1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1조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관리하는 앤틀러가 첫 이노베이션 포럼을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북미,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서 활발하게 투자하는 앤틀러 펀드 파트너 80명 이상이 참석했다. 이들은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전통 금융계, 소프트뱅크, 테크스타와 같은 글로벌 벤처캐피탈, 그리고 알리바바, 맥킨지와 같은 글로벌 기업 및 스타트업 출신이라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앤틀러 특유의 컴퍼니빌딩 모델을 세계 각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다.
또한 포럼의 후원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 인베스트서울, 아산나눔재단, 바이트댄스, 한국오라클, 서울창업허브, 구글코리아의 관계자들도 참여해 한국 스타트업의 투자유치와 글로벌 진출에 힘을 보탰다.
이날 행사는 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앤틀러의 창업자이자 CEO 매그너스 그라임랜드(Magnus Grimeland)의 키노트로 시작됐다. 매그너스 CEO는 “한국을 다시 오게 돼 반갑다”며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우리가 다시 많은 것을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앤틀러)가 한국에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많은 것을 성취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한국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암스테르담 리더십 워크숍에 이어 올해 한국에서 일주일 내내 진행되는 리더십 워크숍을 위해 전 세계 80여명에 달하는 글로벌 리더십 팀이 며칠 전 모두 한국으로 왔습니다.”
훌륭한 인재가 없다면 좋은 플랫폼도 소용없어
매그너스 CEO는 과거 맥킨지에서 근무하며 한국, 일본, 인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기업들과 함께 일한 이력이 있다. 이후 그는 아시아 대표 패션 플랫폼 자로라(Zalora)를 창업했다. 자로라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패션 이커머스 기업이자 동남아에서 성공한 첫 번째 테크 기업으로 손꼽혔다.
이후 자로라는 글로벌 패션그룹(GFG)에 인수됐고, 매그너스 CEO는 2017년 앤틀러를 설립했다. 싱가포르 본사 설립한 앤틀러는 이후 전 세계 30개 도시에 진출해 창업자를 선발,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 설립을 지원하고 투자를 해왔다.
이날 매그너스 CEO는 지난 앤틀러의 성과와 함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각 도시에서 앤틀러 네트워크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창업 생태계를 소개했다.
특히 그는 “훌륭한 인재가 우리 시스템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아무리 훌륭한 플랫폼이라도 소용이 없다”며 “그래서 최고의 창업자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훌륭한 창업자를 찾으면 그들은 훌륭한 회사를 만들 겁니다. 그 회사는 여기 있는 많은 분들, 바로 세계 최고의 투자자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싶어하죠. 우리는 더 많은 창업자들이 우리와 함께 일하도록 유도해 더 나은 회사를 갖게 할 겁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우리의 창업자 파이프라인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1년 2분기에는 전 세계에서 6900명의 지원자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지난 분기에는 그 숫자가 3만 900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몇 년 사이에 상당히 큰 성장이죠.”
이어 매그너스 CEO는 “하버드와 스탠퍼드, MIT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창업 지원자가 앤틀러에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훌륭한 창업자를 발굴하고 훌륭한 회사에 투자하는 것 외에도 창업 초기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강력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비롯해 공동 투자자 네크워크, 창업 커뮤니티 등을 초기 창업자들이 역량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중점 요소로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는 스타트업 정점의 시대에 살고 있어, 한국 잠재력에 주목
매그너스 CEO는 “창업자들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라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기술 성숙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백만명의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는데 트위터는 2년, 페이스북은 10개월, 인스타그램은 3개월 걸린데 비해 오픈AI가 5일이 걸린 사례를 소개하며 “기업들이 전 세계 고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고 언급했다. 즉 지금이 바로 ‘정점의 시대’라는 것이다.
“결국 오픈AI는 두 달만에 1억명의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했죠. 우리는 지금 정점을 지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살펴보면 닷컴 붕괴나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위기 상황 이후에 투자한 자본 수익율이 더 높습니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30%가 이 시기에 탄생했죠. 이러한 회사들은 자본의 접근이 어려울 시기에 더 나은 인재를 확보하고 더 나은 비용 구조로 회사를 구축해 다음 단계의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현재까지도 같은 유형으로 이어지고 있죠. 그래서 우리는 이 기간에 놀라운 창업자들을 만나게 돼 기뻤고,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시장에 대한 투자 속도를 높였습니다.”
이어 매그너스 CEO는 한국을 “최고의 인재들이 있는 세계 최고의 장소 중 하나”로 꼽으며 “더 많은 글로벌 선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오랜 기간 딥테크를 비롯해, 가전, 패션, 음악, 미디어 등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제품을 제공하고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한 선도 기업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죠. 그래서 더욱 저희는 한국에서 더 많은 글로벌 선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제가 한국 팀과 함께 일한 경험을 떠올리면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업가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매그너스 CEO의 키노트를 시작으로 이어진 포럼은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의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와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한 키노트 발표에 이어 안드레아 하이두 하우(Andrea Hajdu-Howe) 앤틀러 캐피탈 파트너 겸 공동대표가 모더레이터를 맡은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한국의 투자 매력도와 혁신의 잠재력’을 주제로 진행된 패널토론은 윌 리(Will Lee) AWS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헤드, 아비람 제닉(Aviram Jenik) Rabbit Ventures 총괄 파트너, 파디 압델누르(Fady Abdel-Nour) 앤틀러 엘리베이트 파트너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창업·투자 생태계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이날 윌 리 헤드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에서 30개 이상의 유니콘을 봤고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비람 제닉 총괄 파트너 역시 “이스라엘에서 90년대에 혁명을 보았고, 지금 학국에서도 그 혁명을 보고 있다”며 “지금이 스타트업의 적기이기 때문에 현재 시작하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놨다.
파디 압델누르 파트너는 “한국은 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낸 젊은 세대가 이끄는 흥미로운 시장”이라며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기술 대기업과 경쟁을 이겨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장은 전 세계에서 몇 안될 것이며 그래서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2024 앤틀러 이노베이션 포럼에서는 해외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워크숍은 물론, 해외 투자를 이미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국내 VC 투자자들을 위해 지역별 투자 전략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한국 창업자와 투자자의 관심도가 높은 지역인 북미,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트랙이 병렬로 진행돼 참가자들은 선택적으로 세션에 참여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또한 국내 우수 스타트업 20개사의 피칭이 앤틀러의 3900억원 규모 스케일업 펀드인 앤틀러 엘리베이트(Antler Elevate)를 상대로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