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요약]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우리나라 배달 분야의 혁신을 만들어 낸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또 배민은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독특한 홍보 방식을 구사하며 ‘마케팅을 잘 하는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팬클럽, 이색 오프라인 캠페인 등을 통해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배민의 팬덤 마케팅은 성공적이었지만, 이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을 피하지 못했다. 그때 배민이 택한 것이 뉴스레터였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우리나라 배달 분야의 혁신을 만들어 낸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서비스 초기 류승룡 배우가 등장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쳤던 CF는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각인돼 있다. 이후에도 배민은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독특한 홍보 방식을 구사하며 ‘마케팅을 잘 하는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배민의 마케팅 전략은 단지 온라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음식을 소재로 공감되는 짧은 시를 공모하는 ‘배민신춘문예’는 현재도 매년 진행되며 많은 참여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치킨 감별사를 뽑는 ‘배민 치물리에 자격시험’은 여느 자격시험 못지 않은 진짜 시험을 오프라인 현장에서 진행해 화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난이도도 꽤 높다. 가령 ‘진짜 닭의 울음소리를 맞추기’ ‘각 치킨 브랜드 로고송을 들려주고 어떤 브랜드인지 맞추기’ 등이다.
이런 행사의 묘미는 진지함 가운데 재미와 웃음을 유발하며 자연스레 배민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배민은 그 결과를 다시 CF, 책 등으로 콘텐츠화 하며 소비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른바 ‘팬덤’이 형성되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소위 ‘B급 마케팅’을 구사한 배민은 막강하게 형성된 브랜드 팬덤의 시너지를 지난 2016년 ‘배달의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배짱이)’라는 팬클럽 출범으로 극대화했다.
정기적으로 모임도 가지고 팬클럽 소속만이 접할 수 있는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배민으로 인해 ‘배짱이’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은 매년 규모를 키워 속속 기수를 채워갔다. 하지만 이러한 배민의 팬덤 마케팅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을 피하지 못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한 마케팅을 전개하던 방식은 비대면 문화라는 걸림돌에 직면했다.
이에 배민이 택한 것은 다름 아닌 뉴스레터였다. 당시 이러한 선택은 의아함을 불러 일으켰다. 인터넷 대중화 초기 이메일을 기반으로 한동안 흥했던 뉴스레터 마케팅은 이후 각종 광고성 메일과 도매급으로 묶여 ‘스팸’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온갖 디지털 마케팅 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배민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배민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는 ‘왜’ 만들어졌을까?
사실 최근 뉴스레터는 배민이 주목하기 이전부터 각종 소셜미디어가 난립하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다시금 재조명 받는 홍보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저마다의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것에 힘겨워진 대중들은 점차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찾는 경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런 변화 속에 뉴스레터는 ‘잘만 활용하면’ 의미 있는 소통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최근 모바일 맞춤형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스티비가 주최한 세미나 ‘이메일 마케팅, 우리 회사는 이렇게 합니다’에 참여한 김상민 배달의민족 브랜드 마케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주간 배짱이’를 기획하고 창간한 후 편집장 역할을 겸하고 있다. 9년차 마케터로서 인턴부터 시작해 시니어 마케터가 된 그는 주니어 마케터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주간 배짱이’를 통해 직접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브랜드와 팬 사이, 뉴스레터로 따뜻하게 연결하기’라는 주제로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인턴으로 배민에 들어와 첫 미션이 ‘배민의 서비스 개선점 30가지를 발표하라’는 것이었어요. 정말 불꽃 같은 아이디어 30개를 가져갔고, 불꽃 같은 피드백 30개를 받았죠(웃음). 그때 들은 말이 ‘우리는 마케터니까 모든 건 다 ‘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통통 튀는 아이디어도 ‘왜’가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으면 금방 무너지게 돼 있다는 거죠. 그 말은 지금까지 제게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어요.”
김 마케터는 ‘사랑’이라는 복잡미묘한 감정 상태를 예로 들며 그 특성을 사람이 아닌 브랜드로 치환해 ‘팬덤’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팬덤을 만드는 힘을 ‘폭발력’과 ‘결속력’으로 나눴다. 이는 배민이 그들의 팬덤인 ‘배짱이’를 이끌어 내는 방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 B급 감성과 재미, 유쾌함을 공유하던 배민의 팬덤 마케팅은 시간이 지나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팬클럽 출범 당시인 2016년 ‘언더독(Underdog, 승리 확률이 적은 선수)’으로 인식되던 배민은 단 5년만에 10배 가까운 성장을 이뤄내며 배달앱 1위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처음 사람들이 좋아하던 언더독 배달의민족은 이제 부정할 수 없게도 외식업 사장님들과 소상공인들의 하루 매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가 됐어요. 엄청난 책임감이 부여된 거죠. 그러다보니 가끔은 굉장히 무거운 메시지, 진지한 메시지를 내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요. 그러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냐하면 근래에 배민을 좋아하게 된 사람과 2016년, 혹은 그 이전에 배민을 좋아한 사람의 ‘좋아한 이유’가 달라지더군요.”
김 마케터는 팬덤의 폭발력을 만들어 내는 오프라인 캠페인이 중단됐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도 언급했다. 브랜드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현장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일은 배민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지만, 그것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때 그가 주목한 것은 팬덤의 또 다른 힘, ‘결속력’이었고 그 수단은 뉴스레터, 즉 ‘주간 배짱이’가 됐다.
“결속력을 방향으로 잡으면서 ‘주간 배짱이’를 만드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어요. 문제는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는 거죠. 이때부터 저희가 봉착했던 문제는 ‘무엇을 이야기 할까’였어요. 단순히 소셜미디어 채널 하나 더 만드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다시 ‘왜’를 고민했어요. 결국 배짱이가 가장 원하는 이야기를 하자고 결심했죠.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그런 얘기 말고 배짱이들만 아는 이야기,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여주는 채널이 되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브랜드 뉴스레터의 딜레마 ‘확장성’, 주간 배짱이는 어떻게 풀어갔을까?
처음 배민이 주간 배짱이를 통해 선보인 코너는 ‘배민 비하인드’였다. 배민의 서비스가 어떤 과정을 거쳐 구현되고 개편됐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향후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코너였다. 김 마케터에 따르면 ‘브랜드에 굉장히 깊게 관여된 팬’을 위한 코너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은 이어졌다. 이른바 브랜드 뉴스레터가 갖는 딜레마에 직면한 것이다. 좀 더 많은 소비자, 아직 배민의 팬이 되지 않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가치중립적인 이야기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고민이었다.
“배민 팬들만 구독하게 되는 뉴스레터는 그 확장성이 굉장히 더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확장성을 가져가기 위해 택한 것이 ‘음식’이었죠. 음식과 텍스트 콘텐츠를 결합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고 그 결과가 ‘요즘 사는 맛’ 코너에요. 그렇게 ‘주간 배짱이’는 ‘요즘 사는 맛’과 ‘배민 비하인드’ 코너로 시작했죠.”
배민이 고민한 확장성을 기반으로 제작된 ‘음식’ 콘텐츠는 올해 3월 책으로도 발간됐다. 책 제목도 코너명과 동일한 ‘요즘 사는 맛’이다. 이후에도 ‘주간 배짱이’는 하나 둘 새로운 코너를 시도하며 배민 팬덤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초기 김 마케터 홀로 만들어가던 콘텐츠는 이제 팀을 꾸려 ‘마카롱 12구는 찐사랑’ ‘먼나라 이웃치킨’ ‘분짜의 질주’ ‘서울 도시까스’ 등의 에디터들이 함께 제작하고 있다. 팬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는 중이다.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코너를 계속 고민했어요. 지난해 오픈한 ‘취존연구소’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를 테면 ‘딱복(딱딱한 복숭아)’냐 ‘물복(물렁한 복숭아)’냐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 내는 거죠. 피드백 시스템을 철저하게 구축하는 것도 시도했죠. 매주 뉴스레터 말미에 피드백 링크를 넣고, 팬들이 피드백을 남기면 실시간으로 저희 슬랙(Slack) 창에 뜨게 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는 거죠.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이야기 말고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죠.”
이야기 말미에 김 마케터는 다시금 ‘왜’를 언급했다. 뉴스레터 뿐 아니라 캠페인을 비롯한 모든 마케팅에서 필요한 지문이기 때문이다. 그는 배민이 이러한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이유를 ‘연결’이라고 설명하며 ‘반응’과 ‘연대’, ‘공유’의 과정을 강조했다.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서로 마음이 동하고 소통하며 교류를 해야하죠. 반응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거예요. 또 배민이 일하는 과정, 그 속에 속한 이들이 브랜드의 입장이 아닌 개인의 생각·관점을 녹여낸 이야기를 해야죠. 그것이 콘텐츠를 통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가 저희 팀원들에게 하는 이야기에요. 이를 통해 소비자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연대를 형성하는 거죠. 마지막으로는 그러한 반응과 연대를 공유하는 거예요. 앞서 말씀드린 취존연구소와 같은 방식으로 저희는 물어봤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왜 딱복이 복숭아의 근본인지, 왜 찰옥수수가 더 좋은지를 구체적으로 진지하게 피드백하죠. 여기서 저희가 얻은 인사이트는 각자의 취향이 있고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콘텐츠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거였어요. 주간 배짱이라고 이 지면을 에디터들만이 채울 이유가 없어진 거죠.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주고 그것을 같이 공유하게 하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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