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상 두번째 부자(포브스 추정 4월16일 현재 재산 1879억달러)이자 첨단 기술 산업계의 가장 야심찬 사나이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AI)회사를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 그의 창업 소식을 전하면서 확인됐다. 업계는 그가 최근 개당 1만달러(1300만원)짜리 그래픽칩(GPU) 수천개를 사들였다는 비즈니스인사이더의 보도를 보고 그의 AI기업 설립 행보를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이게도 그는 현재 AI시장에서 가장 앞서 달리는 회사의 최신 AI버전보다 더 강력한 AI모델 훈련(만들기)을 6개월간 멈추자는 공개선언에 앞장섰다. 그러면서도 그 수준의 AI를 훈련시켜 내놓을 수 있을 만큼의 GPU를 사들인 것이다. 그의 앞서 모든 행동은 철저히 계산적이었던 걸까. 어쨌든 그의 AI회사 ‘X.AI’가 출범했다. 그런데 그 뿐만은 아닌 것 같다. 그는 논란 끝에 SNS업체 ‘트위터’를 44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수많은 잡음을 일으켰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인수한 데는 이미 다 계획이 있었다. 그가 인수한 트위터가 지난 4일자로 더 이상 트위터가 아니라 ‘엑스’(X Corp)라는 회사로 바뀐 것이다. 여기도 ‘X’가 들어갔다. 여기까지면 머스크 회사명에 X가 들어간 것을 그냥 봐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기억하는 우주발사체 회사, 우주인터넷 회사인 스페이스X까지 떠올린다면 얘기가 달리 들린다. 여기에 ‘X’의 홈페이지 주소 ‘X.com’이 머스크가 세운 최초의 회사란 점까지 상기한다면 머스크에게 ‘X’는 특별한 문자임에 틀림이 없다. 세상의 모든 미지수 ‘X’를 해결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일까. 이미 그는 지난해 8월부터 트위터를 슈퍼앱으로 만들 구상을 밝혔지만 우리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는 언젠가부터 ‘X’라는 문자아래 통일된 제국을 만들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가 테슬라, 스페이스X와 X.AI, XCorp를 통해 지구에서부터 우주까지 아우르는 ‘X제국’을 구축하려는 거대한 계획의 또다른 한축을 이제 막 만들어 세웠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남의 첨단 AI 만들기를 막고 와중에 자신의 회사를 세운 그에 대한 평가는 별개다.
경쟁사에겐 6개월 멈추자더니···AI 회사 차린 일론머스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AI 회사를 만든 것으로 확인된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월스트리트저널의 14일자 보도로 그가 지난달 네바다주에서 ‘엑스닷에이아이’(X.AI)라는 AI회사를 소리소문없이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머스크는 지난달 말 ‘통제력 상실’을 이유로 들면서 “오픈AI가 만든 챗GPT-4 수준을 뛰어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을 6개월간 개발을 중단하자”는 공개선언을 주도한 인물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AI회사를 만든 것이다. 많은 이들이 보기에 뭔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네바다주에 제출된 법인 서류를 인용, 머스크가 이 회사 이사로, 가족회사 이사인 재러드 버콜이 간사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더버지가 입수한 법인등록신청 서류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달 9일자로 X.AI를 설립했다.
무릇 모든 일이 그렇듯이 머스크가 AI회사를 만들기 전에 이미 낌새가 있었다. AI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슈퍼컴용 그래픽칩(GPU) 확보가 그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11일 일론 머스크가 곧 나올 생성형 AI 제품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1만개의 데이터센터급 GPU개를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오픈AI가 현재 AI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챗GPT-4를 훈련시키는데 사용했다는 GPU갯수와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당 1만달러나 하는 엔비디아의 A100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머스크가 투입한 돈은 최소 1300억원에 이른다.
이어 머스크의 AI회사 창업설이 나왔다. 이 소식이 나온 지 사흘 만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론 머스크가 이미 AI회사를 창업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GPU 구매 소식을 AI업계 창업으로 본 업계의 눈은 정확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같은날 머스크가 마이크로소프트(MS) 지원을 받는 오픈AI와 경쟁할 AI 기업을 만들 계획이라며 비슷한 맥락의 보도를 했다. 이에 따르면 머스크는 심지어 스페이스X와 테슬라 투자자들에게도 AI회사를 시작하기 위해 자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능청스럽게도 머스크는 앞서 트위터 스페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구매한 GPU에 대한 질문을 받자 “현 시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GPU를 구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AI 회사 설립 계획에 대한 언급을 함구했다.
재미있는 것은 머스크는 지난 2015년 샘 알트먼 현 CEO 등과 공동으로 오픈AI를 창업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난 2018년 회사경영권을 인수하려 시도한 후 실패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이후 오픈AI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따라서 그의 ‘거대 AI 실험 중단’ 요구 공개서한에 사인한 것이 그의 진심이었다 하더라도 그 진의를 의심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최근 몇 달 동안 그가 공동창업했던 오픈AI는 챗GPT와 GPT-4와 같은 기술력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AI업체의 대명사가 됐고 부분적으로는 MS와 구글의 많은 제품에 AI 도구를 제품에 더 깊이 통합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을 촉발시켰다.
그런 AI 열풍 속에서 머스크는 소리소문없이 AI업체를 설립하기 위한 인재 영입 전초작업을 시작했고 이또한 언론에 포착됐다.
지난 2월27일 디인포메이션은 머스크가 오픈AI의 챗GPT와 경쟁할 새로운 AI 연구소를 구성하기 위해 딥마인드 연구원 출신인 이고르 바부슈킨, 마누엘 크로스 등 AI 연구원들에게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머스크는 오픈AI 제품이 “너무 인종적 차별적이고 편견적(too woke)”이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따라서 자신이 세운 AI회사는 그러지 않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고 핑계대면 참 그럴 듯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AI사업이란 게 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오픈AI는 MS라는 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자금지원을 통해 AI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재밌게도 머스크의 손에는 그가 기를 쓰고 인수한 트위터가 쥐어져 있다. 이 트위터의 방대한 사용자 트윗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자연어 출력 모델을 훈련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머스크의 ‘트위터 기반 AI 프로젝트(Twitter-based AI project)’의 내용이 챗GPT에 동력을 공급하는 생성 AI 기술의 한 형태인 LLM(Large Language Model)이라고 보도했다. AI를 훈련시킬 GPU가 있고, 방대한 트윗라이브러리가 있고, 데이터센터도 있다. 모든 조건이 완벽하다.
이렇게 설립된 X.AI는 또다른 강력한 오픈AI의 대항마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트위터, 이젠 ‘X’로 불러다오···슈퍼앱을 향하여
그런데 또하나 재밌는 변화가 있다.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의 사명을 ‘X’로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포브스는 지난 11일 ‘트위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4일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출된 서류를 인용, 트위터 법인명이 ‘X사’(X Corp), 줄여서 ‘X’로 부르는 회사로 바뀌었다고 처음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를 기존 소셜미디어를 넘어서는 원대한 비전을 갖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앱’(에브리씽 앱)으로 확장하기 위해 트위터 법인명을 바꿨다.
재밌게도 ‘X Corp’는 ‘X.AI’와 같은 항렬(X)을 사용한다.
머스크는 11일 아침 일찍 자신의 트위터에 단순히 ‘X’라고만 적었고 이는 현재 50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트위터 사명을 ‘X’로 바꾼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생각을 실현한 게 아니라 그의 거대한 구상의 일부라는 점이다.
머스크가 ‘X.AI’에도 등장하고, 트위터를 대신하는 새로운 법인명 ‘X’에도 사용되며 세간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 ‘X’라는 문자를 언급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당시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자신만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X.com”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이는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구상을 암시한 것이다.
이어 지난해 10월 5일에는 그의 트위터에 “왜 트위터를 사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올라오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앱’(Everything App 에브리씽 앱) ‘X’”라는 답을 하면서 트위터를 변화시킬 자신의 새로운 구상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그 하루 전에는 “트위터 인수는 원래의 ‘X.com의 비전을 실현하는 가속기다”라고도 설명했다. 후속 트윗에서는 “트위터가 X(에브리씽앱)를 3년에서 5년까지 가속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트위터에서 머스크가 ‘X’라는 글자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X’라는 법인명 교체에 ‘X.AI’ 설립까지 이어지고 보니 그 말이 맞지만 단순한 수준의 집착은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거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고, 그와함께 엄청난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의 X.com 비전은 슈퍼앱 회사?
실마리는 머스크가 공동 설립한 온라인 은행이름 ‘X.com’에 있다. 이 회사는 2000년 경쟁사인 컨피니티와 합병했고 이 때 사명을 페이팔로 변경하게 된다. 머스크는 2015년 페이팔에서 도메인 이름 ‘X.com’을 다시 구매했다. 그는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사용한 ‘X 홀딩스 I’와 ‘X 홀딩스 II’를 포함해 그들의 이름으로 ‘X 홀딩스’를 가진 몇몇 기업을 설립했다.
머스크는 ‘X’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6월 트위터 직원들과 트위터가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그는 SNS를 결제, 게임, 그리고 심지어 공유승차까지 혼합한 중국 앱 ‘위챗’과 비교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중국 밖에는 위챗에 해당하는 것이 없다…당신은 중국에서 기본적으로 위챗으로 모든 것을 하며 산다. 우리가 트위터로 그것을 재현할 수 있다면, 우리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틱톡의 알고리즘이 지루하지 않다고 칭찬을 퍼부으며 트위터가 “재미있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집중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트위터가 사람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알리는 데 훨씬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일론 머스크가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카카오가 하는 모든 것을 하는 기업으로 트위터, 아니 ‘X’를 키우려는 큰 그림이 보이는 것 같다.
현재 시장에서 X의 가치는 당초 머스크가 인수한 금액인 440억달러의 절반가량 하락한 200억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 회사의 가치를 2500억달러까지 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머스크의 ‘X제국’ 구축향한 다음 행보는?
일론머스크의 X제국의 영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스페이스X다. 우주발사체와 우주선, 그리고 위성을 이용한 우주인터넷을 아우르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아는 바다.
여기에 테슬라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연이라고 하기엔 재미있게도 머스크의 테슬라는 지난 2015에 크로스오버 자동차 ‘테슬라 X’를 처음 내놓았다.
일론 머스크가 어디로 튈지 다음 행보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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