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다운로드 870만 건, 평균 체류시간 1시간 그리고 출시 후 1년!" 바로 SK텔레콤의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의 기록이다. 2021년 7월 론칭 이후 첫돌을 맞이하게 된 이프랜드는 이번 1주년을 계기로 '이프랜드 2.0'으로 도약하기 위해 경제 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다고 한다. '2.0' 개념으로 버전 업하는 동시에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 중동 등 해외 진출도 노린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도 이프랜드 공간에서 입학식과 시상식을 본 적이 있고 실제 참여도 해봤다. 내가 만든 캐릭터가 이프랜드의 다양한 공간 속을 뛰어다니거나 다른 캐릭터와 함께 소통하는 등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10대로 느껴졌던 세대들이나 어느 정도 나이도 있는 연령층도 분명히 있었던 것만큼 연령을 불문하는 세계였고 (아직은 어색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 우리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경험하게 되는 풍경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이프랜드가 구축한 메타버스를 겪기 이전에는 로블록스(Roblox)나 모바일 게임 기업 해긴(Haegin) 사의 플레이투게더,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유형의 게임으로 오픈월드에 대한 직간접적인 체험도 해본 적이 있다. 현실을 투영한 세계관의 느낌만큼 엔터테인먼트의 개념으로 이를 접하게 되면 오랜 시간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머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빠져들기에 충분했고 무엇이든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의 세계임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그들의 세계관을 메타버스로 확장하는 것 역시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전략일 것이다.
게임회사의 메타버스
게임회사 넥슨(nexon)은 'NYPC PARK(Nexon Youth Programming Challenge)'라는 이름의 메타버스 채널을 오픈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래밍 챌린지 대회 자체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데 대회의 본선이 열리는 오프라인의 간접 체험을 위해 메타버스 상에 넥슨의 분당 사옥을 그대로 구현해낸 것이다. 대회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넥슨의 메타버스 채널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대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한민국 3대 게임 기업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故 김정주 NXC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모바일 게임 기업을 대표하는 컴투스(Com2us) 역시 메타버스에 집중하고 있다. 컴투스는 게임회사가 메타버스에서 가장 경쟁력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컴투스는 자신들이 구축한 메타버스 세계관을 '컴투버스(Com2Verse)'라 부른다. 컴투버스라는 가상공간에 아바타를 구현하여 입장하는데 현실과 동일하게 메타버스로 출근하고 화상회의를 하며 업무를 진행하는 등 테스트를 거쳐 실제로 컴투스 그룹사 직원 2천여 명이 컴투버스에 입주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당시 이를 컴투버스 오피스월드라 불렀다. 좁게 보면 업무를 위한 하나의 플랫폼이지만 넓게 보면 원활한 업무가 가능하도록 구현한 실제와 동일한 세계인 것이다. 컴투스는 게임 회사이고 메타버스 역량 강화를 위해 위지웍스튜디오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메타버스를 구현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회사일 수 있지만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결국 게임뿐 아니라 경제 활동이나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차원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정체성을 가상현실에 반영한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에 정의된 사회에서 또 다른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컴투스는 가상세계의 캐릭터가 자신을 투영하는데 어쩌면 현실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면서 메타버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이야기했다.
물론 세계관의 확장을 위해 컴투버스라는 스마트 오피스의 개념을 특정 공간에서 엔터테인먼트 월드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고 또 그렇게 나아가는 중이다. 게임을 즐기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아예 여가나 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확장하는 것이다. 지난 1월 매일경제가 컴투스의 송재준 대표와 인터뷰 한 내용 중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 이뤄지는 비대면 진료와 은행 업무였다. 메타버스에서 근무하다 은행이 구축한 영역으로 이동해 투자나 대출 상담을 받는 경우나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증상을 이야기하고 약을 받는 등 가상세계에서도 제약 없는 활동을 가능하도록 구축한다고 언급하면서 이미 오픈월드 게임을 즐겨봤다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이라고도 했다.
메타버스의 케이스를 설명할 때 '게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게임회사가 (메타버스를) 가장 잘할 수 있다는 말도 납득이 된다. 메타버스를 두고 게임이나 아바타 따위로 설명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긴 하지만 오픈월드 유형의 게임을 메타버스로 확장시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접근성이 좋은 케이스도 없을 것 같긴 하다.
메타버스로 진출하는 은행
과거 은행에서 업무를 보려면 대기표를 뽑고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 오프라인의 은행은 한적한 편이다. 이미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을 통한 은행 업무가 익숙해진 시대가 아닌가. 예금, 펀드, 투자나 결제, 대출에 따른 전반적인 뱅킹에 대한 보안이 확실하고 투명하다면 메타버스의 뱅킹도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불가능처럼 보였던 인터넷은행이 시중 은행만큼 거대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을 생각하면 이 역시도 격세지감이 아니던가.
미국 최대 규모의 은행으로 손꼽는 JP모건은 자신들의 블록체인 사업부 오닉스(ONYX)를 디센트럴랜드에 라운지 개설을 이뤄내기도 했다. 월가 은행 중에서는 최초였다. 디센트럴랜드는 가상 부동산을 대표하는 플랫폼이다. 이와 더불어 '더 샌드박스' 역시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상위 클래스에 자리하고 있다. '더 샌드박스(The Sandbox)'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직접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샌드박스는 공간을 내어줄 뿐이고 사용자는 그 공간을 개척하는 크리에이터가 되는 셈이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샌드박스를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 협력을 위해 샌드박스와 손을 잡기도 했다. 사실 은행들의 메타버스 진입은 급성장 추세를 보인다. 하나은행뿐 아니라 신한은행, 농협, 국민은행 등도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어 미래지향형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생각해보면 대면으로 이뤄졌던 은행들은 모바일 트렌드에 맞게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펼쳐왔고 사용자들 역시 그 트렌드에 매우 익숙해졌다. 당연하지만 비대면으로도 금융이나 투자까지 모두 가능해졌으니 얼마나 편리한 일인가.
이제 금융서비스는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고 그러한 물결을 타고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모두 굵직한 인터넷은행으로 자리한지도 오래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니 은행들도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더 샌드박스'와 손을 잡은 하나은행은 샌드박스 플랫폼에 메타버스 영업점을 개설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고 국민은행의 경우는 로블록스나 게더타운, 네이버 제페토와 협력하여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는 중이란다.
앞으로 10년 뒤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이 10배 이상 뛰어넘는 규모로 폭풍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할 것은 가상 자산이라는 개념이다. 실제로 우리가 현금을 거래하거나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들과 다르게 암호화폐를 넘어 메타버스 세계에서 유통되는 가상 자산에 대한 본질적 개념이나 거래에 관한 프로세스 등을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 금융 서비스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당연하지만 개인 정보 보호나 금융 플랫폼에 따른 규제나 정책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메타버스가 트렌드이고 시대의 흐름이라고 해도 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남의 돈으로 리스크가 존재하는 모험을 시도할 수는 없는 법. 기본적인 투자 상담이나 금융 비즈니스를 위한 테스트 차원의 메타버스 구축을 뛰어넘는 새로운 서비스를 경험하려면 당분간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공공기관도 구축하는 메타버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만들어내는 메타버스 서비스 역시 다양해졌고 폭넓게 확장하고 있는 추세에 이르렀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경상북도, 울릉군 등과 컨소시엄까지 구성하여 우리나라 동쪽 끝 '독도'를 메타버스 월드로 구축한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약 2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독도 여행 콘텐츠는 물론 독도의 역사와 관련된 교육 자료 구성, 재미있는 게임 콘텐츠까지 콘텐츠를 담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창립 22주년을 맞아 메타버스 게더타운(gather.town)을 제작했다. 강원도 원주 공단 사옥을 메타버스에 구현했고 홍보관, SNS관, 공단 홍보 영상을 담아낸 영상관, 게임진행 부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게더타운으로 진입해 다양한 체험을 한 뒤 방명록에 들어가 체험 후기를 남길 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게더타운은 오는 8월 말일까지 운영된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기업, 기관들이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확장하는데 쓰이고 있다. 정부에서도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데 일부 메타버스는 조악하고 유명무실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메타버스 한다고 꾸역꾸역 구색만 맞추다 보면 결국 광활한 세계에 사람은 없고 돈만 새어나가는 꼴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메타버스가 트렌드가 되고 시대에 발맞추듯 보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무작정 뛰어들 것이 아니라 기획부터 탄탄하게 쌓아야 할 필요가 있겠다.
자동차 제조사와 메타버스
자동차 제조사들 또한 메타버스 진입을 노리며 세계관을 확장하는 추세에 이르렀다.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가 메타버스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단순히 신차 출시에 따른 프로모션이거나 콘셉트카의 이미지 홍보 정도일까?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BMW와 글로벌 최대 그래픽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손을 잡고 3D 그래픽을 이용한 (현실과 같은) 자동차 팩토리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스케일부터 남다른 수준으로 맞춤형 제조 환경을 메타버스에 구축하여 보다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것인데 가상의 공장을 세워두고 효율성을 위한 시나리오를 미리 설계해보는 것이다. 애초에 거대한 공장을 건축할 때 세밀한 설계와 공정이 들어가기도 하겠지만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생산 라인까지 아주 정교하게 들어가야 하므로 이러한 시나리오를 메타버스를 통해 구현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BMW 메타버스는 옴니버스(omniverse)라는 3D 디자인 협업 및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엔비디아 유튜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BMW는 에픽게임즈(Epic Games)와 협업하며 현실에 가까운 가상 모델을 만들어왔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동차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을 통해 3D 렌더링을 진행해왔고 다양한 소재를 통한 조명 효과나 빛의 반사 등을 실제 자동차가 아니어도 충분히 예측 가능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시켰다고 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동차가 바로 BMW iX 모델이다. 더불어 메타버스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센터를 구축해 실제 자동차가 주행하는 듯 현실과 똑같은 디자인과 엔진 등의 스펙을 담아냈다. 특히 도로 위에 있을법한 자전거, 행인, 심지어 애완견들까지 변수가 될만한 테스트 환경까지 있는 그대로 구현했다고 한다.
BMW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역시 3D 기술을 통한 자동차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대차 측은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이미 수차례나 언급한 적이 있다. 자동차의 기획부터 판매, 위에서 언급한 정교한 모델링에 주행 테스트도 메타버스에서 구현하고 있지만 자동차를 구매하게 될 소비자의 사용자 경험이나 승차감도 VR을 통해 몰입감과 현실감을 줄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중이라고 한다. 실제 차량이 아니더라도 브레이크 제동거리 테스트, 자율주행 테스트, 비나 눈, 안개, 야간 등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자연환경 조건도 맞춤형으로 테스트가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으므로 사고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신차 공개 이벤트도 메타버스에서 충분히 가능해졌다. 보통 모터쇼에서 새로운 콘셉트카를 준비하거나 신차를 공개하는 케이스들이 있었지만 가장 경제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코로나 사태에 직면한 비대면 시대에 가장 안정적으로 메타버스 세계에서 프로모션 할 수 있는 시대적 환경이 자리했으니 자동차 제조사가 메타버스에 진입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절차가 된 것 같다.
덧붙이는 글
메타버스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개념을 뛰어넘는 '진화'의 개념이다. 메타버스의 4가지 유형으로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를 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바타를 활용한 게임이나 오락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넘는 실감형 가상세계는 물론이고 문화적, 예술적 차원의 다양한 이벤트와 SNS 활동도 병행할 수 있는 시대로 자리했다. 여기에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들 역시 메타버스 활성화를 이루면서 보다 차별화된 정책을 마련하고 또 지원하고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메타버스를 준비하면서 직면하게 된 이슈들(혹은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누군가는 경쟁력 있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반드시 메타버스에 진입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정작 맹목적인 전력투구는 아닐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메타버스 테크놀로지를 무작정 쫓을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제대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기획도 준비도 차근차근 확실하게 밟아나가기를. 가상 자산과 같은 메타버스 내 경제적 개념이나 엔터테인먼트 요소 등의 콘텐츠는 사실 넥스트 스텝(그다음 문제)이다.
※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게임회사부터 공공기관, 지자체까지 다양한 메타버스 진입 사례가 있지만 지극히 일부만 다뤄봤습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 https://zep.us/play/DEPbzpZEP - NYPC PARKNYPC 2022를 소개하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는 NYPC PARK 입니다~!zep.us
- <“메타버스는 게임 회사가 유리 … 컴투스가 최고 될 것”>(2022.1.10), 매일경제
- <컴투버스(Com2Verse) 프로토타입 시연 영상>(2021.12.28), Com2verse Youtube
- <NVIDIA Omniverse - Designing, Optimizing and Operating the Factory of the Future>(2021.4.14), Nvidia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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