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요약]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최근 아바타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의 통로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와 정부는 이에 대응하는 법안 발의를 비롯해 디지털 인격권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여가부 폐지, 법무부 성범죄 TF 내홍 등 빠른 대응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최근 아바타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초기 메타버스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콘텐츠나 주제에 따른 연령 제한 등을 두지 않고 있다. 자칫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그루밍 성범죄(가해자가 피해자를 대상으로 친밀감을 형성한 뒤 행하는 성적 가해행위)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이다.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꽤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2010년대 소라넷과 웹하드를 통해 유통되던 불법 성착취물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며 SNS 등으로 범행 공간이 변화했고, 이는 몇 해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태’로 이어졌다.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성착취 통로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각 플랫폼들 역시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 장치를 만들고 있다. 국회와 정부에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처벌하는 법안을 비롯해 아바타에 대한 인격권 부여 등이 추진되고 있다.
공간만 바뀌었을 뿐, 10대 타깃 그루밍 범죄 행태는 동일
지난해 7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메타버스 현황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메타버스의 공간 자체는 가상적이지만 경험의 효과는 실제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즉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10대 대상 성범죄는 이들의 현실 생활 속에서도 정신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러한 메타버스 성범죄는 대표적인 글로벌 게이밍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로블록스는 물론 토종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메타버스 내 성희롱·유사성행위 등의 사례다. 특히 제페토의 경우 이용자의 71%가 7세에서 18세의 청소년층이 차지하고 있고, 로블록스 역시 7세~12세가 50%, 13세 18세가 12.9%를 차지하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외신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로블록스에는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행위를 시뮬레이션하는 게임도 올라와 있다. 로블록스 측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를 확인하고 단속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게임은 주로 플랫폼 내 ‘콘도’로 불리는 곳에서 매우 짧은 시간 만들어졌다가 사라져 단속이 쉽지 않다고 한다.
로블록스에서는 그 외에도 10대 게임 참여자에게 채팅을 통해 선물을 주고 친밀감을 형성한 뒤 성적 이미지, 비속어 등으로 성폭력을 하는 크리에이터 사례도 문제가 됐다. 로블록스에서 만난 뒤 실제 성범죄로 이어진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30대의 가해자가 피해자인 10대 소녀가 가출하도록 유도하고 실제로 만나 납치·강간을 했다는 내용이다.
선물 등으로 친밀감을 형성한 뒤 피해자와 실제 만남을 갖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방식은 제페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충격적인 것은 그 방식이 과거 N번방 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지난 4월에 발생한 이 사건은 30대 남성이 약 1년간 제페토에서 만난 10대에게 게임 아이템이나 기프티콘을 선물하며 환심을 산 뒤 노출 사진 등을 전송받아 성착취물을 제작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각 메타버스 플랫폼들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로블록스의 경우 10대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도록 하는 ‘자녀 보호 도구’를 제공하고 이용자 신고도 받고 있다.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위해요소 탐지에도 나섰고 아바타 간 손잡기, 입 맞추기 등의 신체 접촉도 금지시켰다.
메타의 경우는 아바타 간 괴롭힘, 불쾌한 접촉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1월 약 1.2m의 개인 경계선 기능을 도입했다. 제페토 또한 보호 시스템 모니터링을 적용, 계정 전지 등 자동으로 디지털 성범죄 가능성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 관계를 형성한 후 메신저, SNS 등 다른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 가해 행위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어 시급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메타버스 성범죄 규제를 위한 법안, 아바타 인격권 논의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메타버스 성범죄 규제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디지털 성범죄 대응 4법’은 게임 캐릭터에 대한 성적 모욕과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성적 언동을 제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같은 당의 강선우 의원 역시 메타버스 매개 성폭력 근절 3법, 디지털성범죄 수익 몰수추징 2법 총 5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서 강 의원은 올해 1월 메타버스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10대 대상 그루밍 성범죄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메타버스 내 아바타에 대한 디지털 인격권(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권리)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전문위원회에서는 올해 초 메타버스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성적 인격권 신설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제5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어 최근에는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에서 ▲독립 예산 확보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실질화 ▲신속 수사·영상물 삭제 ▲ 정보 유출에 따른 2차 가해 금지 등 기소·재판 개선 등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올해 초 ‘메타버스 내 이용자 보호와 성숙한 시민사회 실현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체로서 ‘메타시대 디지털 시민사회 성장전략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추진단은 메타버스 생태계의 지향점과 원칙을 수립하는 한편 가상주체(아바타) 인격권, 디지털 소유권 문제, 디지털 격차 해소 및 시민 역량 강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특히 추진단에 참여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주체나 가해자가 외국에 있을 경우 수사 자체가 어렵다는 점, 메타버스 상에서 이뤄지는 유사성행위 요구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 근거가 없다는 점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 역시 수사권이 미치지 않은 해외 국가와 메타버스 성범죄에 대응하는 공조 체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근절 및 피해자 지원 등을 담당해 온 여성가족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 성범죄 TF의 경우 지난 5월 성범죄 TF 소속의 서지현 검사가 원 소속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고 사표를 냈고, 이에 반발한 다른 위원 17명도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서지현 검사는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검사로 이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및 디지털성범죄대응 TF를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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