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 키스를? 가상현실 실시간 촉각 감지 가능해졌다

카네기 멜론대가 개발한 얼굴에 가상 촉각을 제공하는 헤드셋. (사진=카네기 멜론대)

가상현실(VR)을 소재로 한 SF 영화 ‘론머맨(lawnmower man,1992)’에는 VR기기를 사용 결과 지능이 향상된 정신지체 청년 ‘조브’ 얘기가 나온다. 그는 가상현실 속에서 이웃집 여자와 키스하는 등 황홀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이는 더 이상 영화 속 얘기 만은 아니다.

메타버스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부터 나온 “가상현실(VR) 세계에서 키스와 포옹을 재현하는 게 가능하냐”는 진지한 고민과 질문을 해 온 사람들에 대한 답이 미국에서 나왔다. 그에 관한 한 답은 “가능하다”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연구진이 마침내 오큘러스의 퀘스트2 헤드셋에 탑재된 하드웨어 모듈로 답했다. 영화와 반드시 똑 같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입과 입술, 이빨은 물론 혀까지 키스 감각을 전달하는 실시간 햅틱(촉각) 기술 기반 VR 헤드셋이다.

연구진은 헤드셋 착용자가 물을 마시고, 입술을 스치는 촉감을 느끼고, 이를 닦는 것을 느끼는 것은 물론 키스 할 때의 감미로운 촉각 경험까지 메타버스(가상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유튜브 동영상(기사 하단)에서 기성품 VR 헤드셋을 개조해 착용자의 입 부분에 어떤 덮는 장치나 부품도 추가하지 않고 얼굴에 대한 촉감, 특히 입맞춤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줬다.

핵심은 초음파 음향 에너지를 입으로 보내는 장치

VR 헤드셋을 쓰고 조작기를 쥐고 실험중인 카네기 멜론대 연구원. (사진=카네기 멜론대 유튜브)
이 햅틱 VR헤드셋은 초음파로 입술, 이, 혀에 촉각을 피드백 시켜 준다. (사진=카네기 멜론대 유튜브)

대부분의 소비자용 기존 VR 장치는 미각, 후각, 촉각과 같은 감각을 무시하고 대신 시각과 소리에 초점을 맞춘다. (가끔 진동하는 휴대용 제어기만이 예외다.) 이는 VR 경험을 매력적으로 만들고는 있지만 기기 착용자의 두뇌를 속여서 그의 눈이 보는 것이 현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기엔 다소 부족하다.

이에 카네기멜론대 연구진은 신경 수용체가 민감하게 배치돼 있는 입쪽으로 공기를 통해 음향 에너지(초음파)를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촉각 경험을 실현시켜 줄 변환기를 고안해 냈다.

착용자 입 바로 위 헤드셋 바닥에 있는 64개의 납작한 상 어레이(phase array)가 생성과 파괴 증폭을 혼합해 가며 다양한 촉각 효과를 내도록 한 것이다. 헤드셋 모듈에 있는 얇고 가벼운 초음파 변환기는 헤드셋 착용자의 입 안과 주변 위치에 초음파 펄스를 조준하고, 고에너지 초음파 펄스로 미세한 입자를 쏟아붓는다.

이 초음파 충격이 입 주위에 보내지면서 두드리기, 진동, 쓸어내기 등을 실제처럼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하드웨어 조작 코드 프로그래밍 변경을 통해 초음파 펄스를 다양한 특정 패턴으로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었다. 그 결과 생성되는 진동을 치아, 입술, 심지어 혀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었다.

햅틱 VR헤드셋을 개발하기까지의 다양한 사전 연구들. (사진=카네기멜론대 유튜브)

즉, 물체가 입술을 미끄러져 넘어가는 느낌, 입술을 스치는 느낌 외에 또는 가상 물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 몸을 숙일 때 입안에서 튀는 가상 물줄기의 지속적인 진동 재현, 담배를 피우고, 양치질을 하는 느낌 외에 오토바이를 탈 때 바람이 세차게 부는 느낌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최종적으로 키스하는 커플의 입술과 혀의 상호작용에 대한 다양한 촉각 경험까지 가능케 했다.

이 연구진은 "이 장치가 가장 명백하게 적용되는 것은 키스지만 이외에도 “(얼굴에) 빗방울 떨어지는 것, 진흙 튀기는 것, 거미줄 밀쳐 낼 때의 느낌,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 등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카네기 멜론대 연구팀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얼굴에서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각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우리는 이 하드웨어로 공기로 전달되는 음향 에너지를 입술과 입에 집중시켜 두드림(탭)과 같은 감각과 지속적 진동과 같은 감각을 만들어 냈는데, 이를 임의의 3D 경로를 따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우리의 효과는 입술뿐만 아니라 치아와 혀로도 느껴질 수 있다. 조정된 그래픽 피드백과 결합하면 현실성과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스할 때의 입술과 입 혀의 촉각을 느끼게 해주는 초음파 상 어레이를 사용한 VR 헤드셋. 왼쪽부터 첫 번째 시제품, 개념증명 시제품, 그리고 미래 제품. (사진=카네기 멜론대)

이들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이 마법을 발생시킨 방법에 대해 “이 연구에서, 우리는 얇고, 작은 빔포밍(Beamforming)(안테나를 통해 받은 신호를 특정 수신기에 집중시키는 기술) 어레이로 된 초음파 변환기를 만들었다. 이것은 실용적이고 소비자 친화적인 방법으로 미래의 헤드셋에 통합될 수 있다”고 썼다.

이 팀은 초음파를 사용함으로써 접촉성 부품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실용적으로 입 주변과 입안에 촉각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웹사이트 공개 자료에서 “초음파 상 어레이를 이용한 공기 내 햅틱(촉각)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 기술을 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헤드셋에 통합하고 풍부한 적용 공간을 찾은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얼굴 아래쪽에 VR로 경험을 재현해 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다른 방법도 함께 시도했다. 즉, “입술을 가로질러 깃털을 튕기거나 물을 뿌릴 수 있는 작은 로봇 팔”도 사용했다. 다만 이역시 입에 직접 닿거나 덮는 부품 사용은 배제했다.

키스 외에 온 몸에 VR감각을 재현하는 연구로 확대

헤드셋 착용자가 조작기로 칫솔질을 하는 동작을 할 때 착용자는 이에서 칫솔질하는 촉각을 느끼게 된다. (사진=카네기 멜론대 유튜브)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기존의 다른 VR 기기와 같다.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다.

실제로 VR기반 실험 결과 모든 효과가 똑같이 유용하지는 않았다. 양치질, 열린 창문에서 빗방울을 느끼거나 벌레가 입술 위로 걷는 느낌처럼 입에 특화된 가상현실 효과가 가장 성공적이었다. 입 중심의 분수에서 물을 마시는 것조차 약간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에 참여한 비비안 셴의 관찰 결과였다.

공동 연구저자인 그녀는 “물을 느끼긴 하지만 젖지 않아서 이상하다. 입 이외의 다른 곳에서는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없다. 우리의 팔뚝, 우리의 몸통 같은 부분은 감각을 느끼는 데 필요한 신경 기계 수용체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이 연구팀은 디자인을 더 작고 가볍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기술이 소비자 헤드셋으로 진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카네기멜론대의 기술이 상용화되면 세계 최초로 원격으로 키스를 재현할 수 있는 메타버스 하드웨어 장치가 탄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더 정교한 다른 하드웨어와 기술을 갖춘다면 상상할 수 없는 게 없을 것이다. 무한 잠재력, 무한 비즈니스 기회, 그리고 그에 따른 블루오션이 오게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그 어떤 것, 즉 ‘XXX 버전’의 메타버스 웨어가 출시될지도 모를 일이다.

연구팀이 공개한 아래 동영상에서는 이 VR 헤드셋이 피실험자의 입술, 이, 혀에 감각을 주는 다양한 대상이 등장한다.

상상속 메타버스 상에서의 키스 장치가 현실로 등장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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