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선구자의 경고… 익명 메타버스 속 프라이버시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루이스 로젠버그 박사는 1992년 AR/VR 분야를 연 선구자다. 그는 기술학자이자 다작의 발명가, 작가이며 기업가다. 현재 인공지능 회사 유내니머스 AI를 세워 CEO와 수석기술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에브리바디 위키)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고치고 메타버스 세계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이 가상세계에 대한 전 세계 IT업계와 관계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앞다퉈 가상공간도 구축하고 비즈니스 모델과 표준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익명의 메타버스 세상에서 들어갔을 때 나의 사생활(프라버시)은 안전할까, 아니라면 어떤 대응책이 있을까.

1992년 증강현실(AR) 기술을 개발한 가상공간 분야의 선구자 루이스 로젠버그 박사가 지난주 AI 전문 매체 벤처비트 기고를 통해 이 우려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짚었다.

그는 대학 연구원들과 함께 메타버스 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가 요구받는 일련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어떻게 이를 막았는지도 함께 제시했다. 로젠버그 박사는 현재 메타버스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숨기고 이러한 유형의 평가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익명화(잠행) 모드(incognito mode)’가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알아둬야 할 문제점, 기업이 준비해야 할 솔루션을 제시한 셈이다. 이를 소개한다.

탈중앙화된 지능에 대응하기

루이스 로젠버그 박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버클리대(U.C.버클리) 연구진이 만든 가상 탈출방(Virtual Escape Room)에 있다.

“아래 사진은 U.C.버클리의 ‘탈중앙화 지능 대응 센터(Center for Responsible Decentralized Intelligence)’의 연구원들이 만든 ‘가상 탈출실(Virtual Escape Room)’에 서있는 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상세계는 내가 일련의 임무를 완수하도록 요구한다. 각각의 임무는 문을 여는 것이다.

내 목표는 가상 방에서 가상 방으로 이동하면서 창의적 사고, 기억력, 신체 움직임을 포함하는 퍼즐을 풀어서 문을 여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경험에 통합된다.

나는 내가 가상의 미궁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물론 이것은 연구소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그 경험이 보는 것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옳을 것이다. 그것은 메타버스에서 중요한 개인 정보 보호 문제(우려)를 보여주기 위해 고안됐다.

내가 가상의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 다니면서 퍼즐을 푸는 동안, 연구원들은 내 행동과 반응을 이용하여 저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나는 내가 간단한 가상 애플리케이션(앱)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제3자가 나를 확인할 수 있었을 아주 개인적인 데이터에 대해 말하고 있다.

메타버스속 세계에서 퍼즐을 풀면서 드러난 충격적 사실

나는 수십 년 동안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에 관여해 왔고 수년간 숨겨진 위험에 대해 경고해 왔기 때문에 당신은 내가 수집된 데이터로 인해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틀렸다. 추상적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것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사실 꽤 충격적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그들이 탈옥실에서의 나의 짧은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개인 데이터로 가 보자.

우선 그들은 내 위치를 삼각측량할 수 있었다.

이 연구에 대한 최근 논문에서 설명된 것처럼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은 일반적으로 여러 서버에 핑(PING·Packet Inter-Network Groper)을 수행하는데,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다변측정법(MLAT)이라는 프로세스를 사용해 내 위치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었다. (핑은 사용자가 특정 대상 IP 주소가 존재하는지 테스트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본 인터넷 프로그램이다.)

내가 VPN(가상사설망)을 사용해 내 IP 주소를 숨겼더라도 이 기술은 여전히 내가 있는 곳을 찾아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연결할 때 그들의 위치가 알려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이것은 충격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생활에 대한 우려를 가져온다.

연구원들은 좀더 깊이 들어갔다. 탈출실에서의 내 상호작용(인터랙션)을 이용해 내 키, 팔 길이(펼친 팔 길이), 잘쓰는 손, 나이, 성별, 그리고 얼마나 낮게 웅크릴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지와 같은 신체 건강 수준에 대한 기본적인 매개 변수들을 예측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나의 시력, 색맹인지 아닌지, 그리고 내가 상호작용하고 있는 방의 크기를 판단하고, 제 인지능력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연구원들은 심지어 내가 특정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이 일련의 테스트를 하기 위해 표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사용했으며, 일반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메타버스에서 가상 환경을 구축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그대로 흉내내 구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한 현재 소비자들에게는 이에 대한 방어방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해 두는 게 중요하다. 메타버스에는 이러한 정보를 숨기고 이러한 유형의 평가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익명화(잠행) 모드(incognito mode)’가 없다.

UC버클리 연구원들이 표준 VR 시스템에 설치할 수 있는 ‘메타 가드(MetaGuard)’라는 SW 도구를 만들기 시작할 때까지는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었다.

UC버클리 연구원 네어와 가리도가 만든 프라이버시 보호장치 메타가드 이미지. (사진=UC버클리/ 네어, 가리도)

UC버클리의 수석 연구원인 비벡 네어와 곤잘로 가리도가 최근 논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도구는 메타버스에서 나의 물리적 특성을 프로파일링하는 데 사용된 많은 매개 변수를 덮어서 가릴 수 있었다.

이 도구는 이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나의 나이, 성별 및 건강 특성을 예측하는 데 쓰였을 키, 펼친 두 팔 길이 및 신체 이동성과 같은 물리적 매개 변수를 숨기면서 무작위로 수치를 데이터 스트림에 교묘하게 주입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무료 SW 도구는 또한 사용자가 손놀림, 목소리의 주파수 범위, 체력 수준을 가리고 삼각 측량 기술을 방해함으로써 지형공간상 위치를 숨길 수 있게 한다.

물론 메타가드는 몰입형 세계에서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지만, 소비자 수준의 방어가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연이다.

동시에 정책 입안자들은 전 세계 사용자의 기본적인 (메타버스) 몰입 권리를 보호하고 침입적 추적 및 프로파일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메타는 최근 다음(*10월 11일)에 발표될 VR 헤드셋에 얼굴과 눈 추적 기능이 포함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새로운 기능들은 예를 들어 아바타가 보다 현실적인 얼굴 표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메타버스에서 매우 유용한 기능을 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동일한 데이터가 사용자의 감정을 추적하고 프로파일링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플랫폼은 개별 사용자가 광범위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는 예측 모델을 구축할 수 있으며, (고객)설득에 최적화된 적응형 광고도 가능케 할 수 있다.(*마치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고용돼 일하던 영국의 정치컨설팅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앱 퀴즈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8700만 미국 유권자들의 개인성 격 및 정치적 성향 같은 등 데이터를 추출, 당사자 동의없이 이를 수집하고 친 트럼프 성향 유권자들 대상의 정치 광고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은 스캔들이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의 신뢰도도 크게 추락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메타버스가 우리의 지각 시스템에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즉 몰입형 경험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주 인간답게 만드는 기술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동시에 가상세계 및 증강세계에서 수집된 광범위한 데이터는 중요한 우려대상(관심사)이며, 메타가드와 같은 보호 SW 도구에서 사려 깊은 메타버스 규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필요로 할 것 같다.

안전한 메타버스를 추진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나는 12월(12.10~15)에 열리는 메타버스 안전 주간(Metaverse Safety Week)으로 불리는 국제 커뮤니티 노력을 안내(metaversesafetyweek.org)한다.”

증강현실의 선구자 루이스 로젠버그 박사는

루이스 로젠버그 박사가 1992년 미공군연구소에서 최초의 증강현실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가상 고정 장치(Virtual Fictures)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몰입형 가상 오버레이의 혼합현실(XR)이 실제 작업에서 인간의 성과를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사진=에브리바디 위키)

루이스 로젠버그 박사는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분야의 초기 개척자다. 그는 기술학자이자 다작의 발명가, 작가이고 기업가다. 그리고 현재 인공지능(AI) 회사인 유내니머스 AI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수석과학자이다.

그의 VR에 대한 작업은 30여년 전에 스탠포드대와 미항공우주국(NASA 나사) 연구실에서 시작됐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92년 최초의 몰입형 AR시스템인 가상 고정 장치(Virtual Fictures) 시스템을 만들어 미공군 조종사용으로 테스트했다.

1993년 로젠버그 박사는 초기 VR 회사인 이머션 코퍼레이션을 설립하고 1999년 이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많은 장편 영화의 제작에 사용된 3D 디지타이저 회사인 마이크로스크라이브도 세웠다.

2004년에는 초기 증강현실(AR) 회사인 아웃랜드 리서치를 설립했다.

다작의 발명가이기도 한 그는 VR, AR, AI 기술에 대한 350개의 특허를 받았으며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캘 폴리) 종신교수로도 일했다.

로젠버그 박사는 지난 2014년 네트워크화된 인간 그룹이 그들의 지식, 지혜, 통찰력을 인공지능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AI 회사인 유내니머스 AI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때때로 인공 ‘벌집마인드(hive mind)’로 불리는 급부상하는 초지능으로 불린다.

로젠버그가 개발한 AI 기술은 흔히 인공군집지능(Artificial Swarm Intelligence) 또는 ‘군집 AI’로 불린다. 이는 네트워크화된 인간 집단의 지능을 크게 증폭시켜 보다 정확한 예측, 예상, 추정, 의료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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