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부터 인공지능, 로봇, 헬스케어까지 뒤범벅되었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가 주변 곳곳에 스며든 이후 '메타버스(Metaverse)'와 'NFT'라는 키워드가 줄곧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해가 바뀌었음에도 디지털 세상에 대한 트렌드는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주요 국가들은 물론이고 IT 기술력을 보유한 빅 테크 기업들 모두 메타버스와 NFT를 향한 주도권 확보에 (알게 모르게)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본래의 사업과 병행하여 추진하거나 아예 스핀오프 하여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들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디지털 세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그래도 한때 인터넷 강국이면서 IT 테크놀로지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지만 (지극히 개인적 생각이지만) 이 분야에서는 거리감이 있는 듯 느껴졌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도 메타버스 주도권을 확보하여 4년 뒤인 2026년 시장 점유율 5위권을 목표로 힘을 쏟아붓는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온 시대의 변화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2019년 말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코로나와 함께 살아온 인류는 '화이자'든 '모더나'든 백신 접종을 하고서도 제한적 라이프 사이클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때론 눈물겹다. 코로나 창궐 이후 가장 많이 변화한 것 역시 테크놀로지다.
사람과 접촉을 멀리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00% 완벽하지 않지만 완성형 비대면 시대를 이룩했고 5G 네트워크는 보다 고도화로 나아가는 중이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용도가 무엇이든 디바이스의 다양성과 대중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때문에 화상회의,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시공간의 제약이 전혀 없고 현실 세계가 투영된 '메타버스'의 세계가 모두가 그곳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90년생이 온다'라는 짧은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MZ세대가 주축을 이룬 거대한 트렌드세터를 맞이하게 된다. 실체가 없다던 '웹 3.0'ª이 가상융합공간으로 확장되어 발전을 이루게 되면서 메타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급부상하고 말았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과 세대의 변화 그리고 기술의 발전을 통해 메타버스라는 거대 트렌드가 자리한 것이다. 또한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지금 이 시대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범국가적으로 이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에 이르렀다.
지극히 일부 사례로, '메타(meta)'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바꾼 기존 페이스북도 '호라이즌(horizon)'이라는 가상 커뮤니티를 구축했고 SK텔레콤도 '이프랜드(ifland)'라는 세계를 창조해냈다. 메타버스 사례를 이야기할 때 미국의 로블록스(Roblox)나 네이버의 제페토(zepeto)도 빼놓지 않는 편이다.
/웹 3.0(web 3.0) : 2000년대 PC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야후(yahoo!)나 구글(Google)이 각광이었는데 이 시대를 굳이 따지자면 '웹 1.0', 2010년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참여와 소통이 주를 이룬 '웹 2.0' 시대를 거쳐,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융합공간부터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등 실체를 명확히 할 수 없는 웹 3.0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주요국 대부분 메타버스라는 디지털 신대륙 선점을 위한 테크놀로지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그 안에는 기존 VR과 AR의 개념을 뛰어넘는 '확장 현실(XR, eXtended Reality)' 기술에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초실감미디어, 개방형 플랫폼 기술을 망라하며 메타버스 세상을 채워야 할 새로운 콘텐츠까지 완벽한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현실과 닮은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으니 그 안을 가득 채워 유저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완벽한 메타버스'를 이룩하고자 함이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플랫폼 개발과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게 될 모양이다. 여기에 메타버스 테크놀로지를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 역시 크게 지원하게 될 사업이 될 것이다. 마인크래프트, GTA와 같은 오픈월드 게임을 비롯하여 펄어비스의 신작이 될 '도깨비(DokeV)'처럼 우리나라 게임 개발사들도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의 개념을 게임에 적용시키기도 한다. 물론 게임상에 존재하는 오픈월드와 메타버스는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다. 정부는 게임에 국한된 메타버스의 개념이 아니라 메타버스 산업 자체를 주도할 수 있을만한 전문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한다고 했다.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테크놀로지 개발부터 현실적 비즈니스 모델 구축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2026년 이룩하고자 하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시장점유율 5위권 진입, 메타버스 전문가로 누적 4만여 명 양성, 여기에 메타버스 공급기업 200여 개 육성 등이다. 현실 세계를 마치 거울처럼 반영한 메타버스 일상생활 실현을 시작으로 메타버스 관광이나 메타버스 문화예술로 도서 간 문화 격차 해소, 교육이나 의료,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추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 대한민국 정부는 앞으로 메타버스 신산업 전략 수립을 위한 향후 4~5년간의 청사진을 위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꽤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이를 실제 사용하고 활용하게 될 수많은 유저들의 공감도 필요하다. 따라서 개개인을 넘어 공동체라는 개념 자체를 부여하여 올바른 커뮤니티 세계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윤리원칙까지 수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리스크까지 예방하지 않으면 유토피아로 보이는 세상도 갈라지는 법이다. 더구나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게 되니 수십 개의 청사진보다 수백 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언급한 내용 중에서는 메타버스 내 '성착취나 성희롱 등 불법 유해정보 차단'부터 메타버스에서 활용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리스크까지 유저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살펴본다고 했다. 워낙 세계관이 넓다 보니 작은 것 하나도 두드려보지 않으면 한순간에 무너지는 법이다.
이렇게만 하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메타버스 신산업은 과연 상위권에 들 수 있는 것일까? 시나리오만 보면 매우 훌륭해 보이지만 때론 유명무실한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겠다. 더구나 메타버스가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앞다투어 직진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메타버스라는 공간은 현실의 거울과도 같다. 이미 그렇게 자리했다. 비대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린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들과 마주하여 지금보다 확장된 삶을 영위할 수도 있다. 더구나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경험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앞서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일부 나열했듯 관광이나 문화예술, 교육 측면까지 두루 다루게 되는 초대형 플랫폼으로 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기업명 자체를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을 비롯하여 687억 달러로 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메타버스 모델을 확장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대형 IT 기업들이 지금의 트렌드를 리딩(leading)하는 추세가 되었다. 국내외 스타트업을 비롯 범국가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메타버스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웹 3.0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전폭적 지원과 과감한 도전'은 필요해 보인다. 혹자는 허상이라고 한다. '디지털 봉이 김선달'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반짝 켜졌다가 순식간에 사라질 트렌드라고 단언할 수도 없을 것이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Town Stephenson)의 SF 소설 <스노 크래쉬, Snow Crash>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이제 메타버스는 현실이다. 어떠한 미래를 기록하게 될지는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달렸다
※ 마지막 문단 뉴욕타임스를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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