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로코는 왜 R&D에 1000억원이나 투자할까?

강남 센터필드에 새 둥지 튼 몰로코, ‘아시아 첫 단독 사무실’
머신러닝 솔루션 기업으로 매년 100% 성장, 동력은 R&D 투자
클라우드 DSP 리딩 역량 바탕으로 RMP 추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확장
몰로코는 최근 서울 강남 센터필드로 오피스를 확장 이전했다. 이 오피스는 실리콘밸리 본사를 제외한 첫 아시아 단독 사무실이다. (사진=테크42)

머신러닝 솔루션 기업 몰로코가 강남 센터필드로 확장 이전을 알리며 새로 영입한 리더들과 함께 향후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23일 몰로코는 새 사무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설립 이래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사의 성장 및 고객사의 글로벌 사업 확장 사례, 또 국내외에서 더 큰 도약을 위한 새로운 사업 비전 등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 한 해 상시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몰로코는 매년 100% 이상 폭발적인 성장률을 과시하고 있다. 테크 기업 중 이례적으로 3년간 445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9분기 연속 수익성을 입증한 점도 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시리즈 C에서 15억 달러(약 2조원)의 가치를 평가 받고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 날 행사에서 안익진 몰로코 대표는 “머신러닝을 통한 투명하고 평등하며 수익성 있는 디지털 생태계 구성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히며 몰로코의 빠른 성장 동력으로 △사람 중심의 철학 △우수한 엔지니어 및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비즈니스 전문가에 대한 투자 △머신러닝 기술력 지속 강화를 손꼽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 8년만에 유니콘 등극, 비결은 R&D

몰로코는 애플과 구글의 개인정보 강화 정책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타깃 광고 시대의 종말을 예측한 안익진 대표가 지난 2013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으로 창업했다. (사진=몰로코)

몰로코는 유튜브와 구글에서 20여년 간 소프트웨어와 수익화 경험을 쌓은 안익진 대표가 지난 2013년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메인 비즈니스는 클라우드 기반 프로그래매틱 광고 플랫폼인 ‘클라우드 DSP(Demand-Side Platform)’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또 다른 주력 분야로는 브랜드와 리테일러, 양쪽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효과적 솔루션으로 주목받는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RMP, Retail Media Platform)'이 있다.

안 대표는 유튜브 근무 당시 동영상 수익률 예측 시스템을 개발했고, 구글에서는 테크 리드 매니저로 안드로이드 데이터 팀을 이끌며 일찌감치 애드테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3년 창업을 결심한 계기도 애플·구글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 정책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타깃 광고 시대가 끝날 것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그 예측은 맞아 떨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개인정보 강화 추세와 함께 그간 구축한 데이터 생태계를 기반으로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렸던 애플, 구글 등이 프라이버시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보며 새로운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앱과 웹을 통해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효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형 광고사들을 비롯해 새롭게 등장한 애드테크 기업들은 그간 점점 더 수집이 어려워지는 개인정보 데이터 대신 AI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각 기업이 확보한 데이터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솔루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분산돼 있는 불특정 데이터 정보에서 맥락을 찾아 타깃팅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애드테크 기업들 중에서도 자체 개발한 AI 머신러닝 솔루션을 기반으로 승부수를 던진 몰로코의 비즈니스 전략은 놀라운 성장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단숨에 업계 다크호스로 등장한 몰로코의 성공 비결은 시류를 미리 예측하고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한 덕분이다. 

아시아 지역에 마련된 첫 단독 오피스, ‘격세지감’ 따로 없네

초기 스무명 남짓이었던 몰로코 서울 오피스의 공간은 이제 센터필드 건물 2개 층, 약 4000㎡(약 1200평)으로 확장됐다. (사진=몰로코)

몰로코는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 뿐 아니라 베이징, 런던, 싱가포르, 도쿄에 근거지를 두고 머신러닝 엔진을 활용해 전 세계 100억 개에 달하는 모바일 기기에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넥슨, 넷마블, 배달의민족 등 다수의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매년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이어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까지 넘보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날 안익진 대표는 지난 9년을 돌이켜보며 새 오피스를 마련한 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한 분위기는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한국 시장 진출 당시 스무명 남짓의 직원으로 시작한 작은 오피스가 센터필드 건물 2개 층, 약 4000㎡(약 1200평)의 오피스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몰로코가 새로 마련한 서울 오피스는 개인의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공간과 글로벌 협업이 가능한 다양한 시설이 동시에 갖춰져 있다.

310개의 워크스테이션과 60개의 미팅룸은 다른 지사 및 고객사와의 자유롭고 원활한 글로벌 협업이 가능한 미디어 환경을 제공한다. 이 외에 직원들의 리프레쉬를 위해 3개의 작은 주방과 카페 공간, 보타닉 라운지, 도서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룸과 최대 120인을 수용할 수 있는 오디토리움이 설비돼 있다.

R&D 1000억 투자 지속, 나스닥 상장은 최적의 타이밍 고민 중

몰로코는 매년 100% 이상 폭발적인 성장률을 과시하고 있다. 테크 기업 중 이례적으로 3년간 445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9분기 연속 수익성을 입증한 점도 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테크42)

몰로코의 독자적인 AI 머신러닝 엔진은 대상, 시간, 구매 확률 등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계산해 가장 적합한 대상을 타깃팅하고 광고를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최적의 광고 비용까지 도출해 낸다. 놀라운 것은 타깃이 되는 대상이 해당 광고 매체에 접근 시 0.1초 안에 이 모든 것을 분석해 최적화된 광고를 매칭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처리하는 광고가 하루 4000억건, 송출되는 국가는 240개국에 달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몰로코가 이렇듯 엄청난 양의 광고를 처리할 수 있는 비결은 창업 초기부터 기술 개발에 적잖은 투자를 이어온 덕분이다. 안 대표는 이와 같은 몰로코의 역량을 설명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R&D에 1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몰로코는 이번 사무실 확장 이전과 함께 최근 새로운 리더를 영입하며 글로벌 성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중 한 명이 안 대표의 뒤를 이어 앞에 나선 수닐 라얀(Sunil Rayan) 최고사업책임자(CBO)다.

(왼쪽부터)안익진 몰로코 대표, 수닐 라얀 CBO, 고민호 부사장. (사진=몰로코)

안 대표는 수닐 라얀 CBO를 전 디즈니플러스 핫스타 사장이자 구글의 모바일 앱 퍼포먼스 마케팅의 선구자로 소개했다. 비즈니스 전략과 대형 테크 비즈니스 확장에 일가견 있는 라얀 CBO는 향후 몰로코에서 25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와 마케팅 조직을 이끌 예정이다.

이날 라얀 CBO는 “글로벌 시장에서 10년 전 브랜드 광고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했다면 이제는 퍼포먼스 광고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며 “최근의 퍼포먼스 광고 성장률은 브랜드 광고의 3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추세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이어 라얀 CBO는 “이러한 퍼포먼스 광고는 대부분 모바일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모바일 광고 산업의 지형에 대한 분석과 함께 몰로코의 글로벌 사업비전을 밝혔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넘겨 받은 것은 라얀 CBO와 함께 최근 몰로코에 합류한 고민호 부사장이었다. 고 부사장은 디지털 마케팅 및 모바일 광고 비즈니스 전문가로, 전 크리테오 한국 및 중국 대표를 역임, 한국과 중화권 사업을 총괄했다. 앞서 네이버 라인 재직 시에는 대만의 모바일 광고 사업을 총괄한 바 있다. 고 부사장은 현재 몰로코 아시아태평양 촐괄을 역임하며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고민호 몰로코 부사장은 디지털 마케팅 및 모바일 광고 비즈니스 전문가로, 전 크리테오 한국 및 중국 대표를 역임, 한국과 중화권 사업을 총괄했다. 앞서 네이버 라인 재직 시에는 대만의 모바일 광고 사업을 총괄한 바 있다. (사진=테크42)

고 부사장은 “몰로코는 머신러닝 역량을 가지고 다양한 문제를 푸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저희 대표님 말씀에 따르면 아직 하고 싶은 것의 1%로 못한 상황”이라며 고객사의 글로벌 사업 확장 지원에 대한 포부와 아태지역 사업비전, 국내 고객사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고 부사장에 따르면 몰로코는 한국 시장은 물론 아태지역에 공격적인 투자 또한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이날 행사 말미에 안익진 대표는 “몰로코가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과 새롭게 구성된 글로벌 리더십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앞으로도 자체 기술 개발은 물론 인재 유치 및 직원 복지에도 중점을 두겠다”는 말과 함께 나스닥(NASDAQ) 상장 준비 경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몰로코는 현재 상장과 관련된 준비를 상당 부분 마친 상황으로 최적의 타이밍을 찾고 있는 중이다. 다만 고민하는 부분은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다. 이와 관련 안 대표는 “건실한 재정을 유지하며 흑자 운영을 하는 상황”이라며 “상장 준비를 하는데 큰 걸림돌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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