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 한계를 돌파할 원자 두께 2D재료 개발

1965년 인텔의 ‘고든 무어’가 무어의 법칙을 발표한 이래 인류는 반도체 마이크로칩의 트랜지스터 수가 18~24개월마다 매년 두 배로 증가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리콘이 일정 크기 이하로 작아지면 전기적 특성을 상실하기에 결국 이 패러다임은 벽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자들이 무어의 법칙을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획기적인 2D 재료 제조법을 찾아내 발표했다. 무어의 법칙을 가로막는 장애를 극복하고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이 연구에 대해 알아봤다.

450mm 웨이퍼. (사진=인텔)

무어의 법칙 패러다임 바꾼다

“이것은 ‘무어의 법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엔지니어들이 산업용 실리콘 웨이퍼에서 ‘완벽한’ 원자 두께의 반도체 재료를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실리콘 대신 이 신소재를 기반으로 한계에 부딪친 더 미세한 공정의 차세대 트랜지스터를 생산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965년 등장한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마이크로칩의 트랜지스터 수는 18~24개월마다 배로 증가한다. 그러나 이 궤적은 곧 가라앉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왜냐하면 현대 트랜지스터의 중심 재료인 실리콘으로 만든 반도체 디바이스는 특정 크기 이하로 떨어지면 전기적 특성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한계를 돌파하게 해 줄 혁신적 2D 재료가 등장한 것이다.

MIT 연구팀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유레카 얼러트를 통해 이같은 반도체 산업의 한계를 극복할 혁신적 재료 개발 성과를 발표했다

MIT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 ‘비 에피택셜(결정축에 따른)성장, 단일 결정 성장(none epitaxial, single-crystalline growth)’으로 불리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했다. 이는 이 팀이 최초로 순수하고 결함이 없는 2D재료를 산업용 실리콘 웨이퍼 위에서 성장시킨 결과다. (에피텍셜은 ‘결정축에 따라서’라는 의미다. 즉, 바탕이 되는 단결정상에 외부에서 반도체 결정을 석출시키면 결정축이 정연한 모양의 것이 성장한다. 에피택셜 성장 기술에 의해서 p형 위에 n형, n형 위에 p형의 반도체를 성장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원자 하나 두께(약 0.1 나노미터, 1나노=10억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얇은 완벽한 결정을 가진 섬세한 2차원(2D) 시트를 사용했다. 그 결과 이 나노미터 두께의 2D 물질이 실리콘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전자를 전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따라 차세대 트랜지스터 재료에 대한 연구는 실리콘의 유력한 후계자로 이 2D 재료에 초점을 맞춰졌다.

이들은 이 방법을 이용, 나노미터 규모에서 실리콘보다 전기를 더 잘 전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이 금속 디캘코게나이드(TMDs)라고 불리는 종류의 2D 재료로 간단한 기능성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이 연구를 이끈 김지환 MIT 기계공학과 부교수는 “우리의 기술이 2D 반도체 기반 고성능 차세대 전자 디바이스 개발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2D 소재를 사용해 무어의 법칙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결정들의 무작위적 패치워크’ 해결 과제에 직면하다

연구원들은 2D 재료를 생산하기 위해 벌크(덩어리)로 된 소재 덩어리에서 원자두께의 얇은 플레이크(박편)를 수작업으로 양파 층 벗겨내듯이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벌크 물질은 임의의 방향으로 성장하는 여러 결정을 포함하는 다결정질이다.

한 결정체가 다른 결정체와 만나는 곳에서 ‘입자 경계’가 전기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즉, 하나의 결정을 통과하는 모든 전자는 다른 방향의 결정과 만나면 갑자기 멈추며, 물질의 전도성을 감쇠시킨다. 연구원들은 2D 박편을 벗겨낸 후에도 이 박편을 ‘단결정’ 영역인지 조사해야 한다. 이는 지루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프로세스여서 산업적인 규모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최근 MIT 연구원들은 2D 물질이 동일한 단일 결정체 방향으로 조립되도록 촉진시키는 육각형 패턴 원자를 가진 물질인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서 2D물질을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반도체 소재를 제조하는 또다른 방법을 발견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메모리나 논리 회로에서는 아무도 이 사파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인프라는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다. 반도체 가공은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리콘 웨이퍼에는 사파이어에 있는 육각형 지지 발판이 부족하다. 연구원들이 실리콘 위에서 2D 물질을 성장시키려고 할 때, 우연히 합쳐진 결정들이 무작위로 합쳐지면서 전도성을 방해하는 수많은 입자 경계를 형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 교수는 “실리콘에서 단결정 2D 물질을 성장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돼 왔지만 이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의 방법은 입자의 경계가 형성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시드포켓으로 해결하다

MIT 연구팀은 이 상황에서 돌파구를 열었다.

새로이 개발한 ‘비에피택셜 단결정 성장’ 방식을 사용해 2D 재료를 벗겨내거나 검사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연구원들은 실리콘 웨이퍼에 원자를 펌핑하는 기존의 기상증착(氣相蒸着)방법을 사용했다. 즉, 웨이퍼에 기체를 주입해 가열된 기판 위에서 화학 반응을 통해 박막을 형성시키는 공정을 사용한 것이다.

원자는 최종적으로 웨이퍼 위에 정착해 핵(씨눈)을 생성하고, 2차원 결정 방향으로 성장한다. 그대로 두면 각각의 ‘핵’ 또는 결정의 씨앗은 실리콘 웨이퍼를 가로질러 임의의 방향으로 제멋대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김교수 팀은 웨이퍼 전체에 걸쳐 단결정 영역이 생성되도록 하기 위해 성장하는 각 결정들을 정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를 위해 연구원들은 먼저 실리콘 웨이퍼를 ‘마스크’로 덮었다. 즉, 이산화규소(실리콘)의 코팅을 해 각각을 결정의 씨앗(결정 핵)을 가두도록 디자인된 작은 주머니 형태가 되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이들은 마스킹된 웨이퍼를 가로질러 각 주머니에 침전된 원자 가스를 흘려 2D 물질을 형성했다. 이 경우에는 전이금속 캘코나이드(TMD)였다. 마스크의 주머니는 원자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그들이 동일한 단결정 방향으로 실리콘 웨이퍼 위에 조립되도록 부추겼다.

MIT 팀의 마스킹 방법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마스크(왼쪽 위)로 코팅된 웨이퍼에 원자를 증착함으로써 MIT 엔지니어들은 원자들을 마스크의 개별 주머니(중앙)로 모아 원자가 완벽한 2D 단결정층(오른쪽 아래)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한다. (사진=MIT)

김 교수는 “이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라며 “2D 소재와 실리콘 웨이퍼 사이에 에피택셜 관계가 없더라도 어디서나 단결정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MIT 연구팀은 마스킹 방식으로 간단한 TMD 트랜지스터를 제작해 전기 성능이 동일한 소재의 순수 박편만큼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들은 또한 이 방법을 다층 반도체 디바이스를 설계하는 데에도 적용했다. 패턴화된 마스크로 실리콘 웨이퍼를 덮은 후 한 가지 유형의 2D 재료를 각 사각형의 절반을 채우도록 성장시킨 다음, 두 번째 유형의 2D 재료를 성장시켜 첫 번째 층 나머지 사각형을 채웠다. 그 결과 각 사각형 내에 초박막 단결정 이중층 구조가 나타났다.

김 교수는 앞으로 여러 2D 물질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결정 성장하고 함께 적층되면서 유연성을 갖는 초박형 다기능성 필름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실리콘 웨이퍼 상에서 단결정 형태의 2D 재료를 만드는 방법이 없었기에 전 사회가 차세대 프로세서용 2D 재료를 추구하는 것을 거의 포기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몇 나노미터보다 작은 디바이스를 만드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이것은 무어의 법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부분적으로 미고등국방계획국(DARPA), 인텔, IARPA 마이크로E4AI 프로그램, 마이크로링크 디바이시즈, 롬,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았다.

김지환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그들의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들로는 김기석, 이도윤, 셀레스타 장, 서승환, 김현석, 신지호, 이상호, 서준민, 박보인과 댈러스 텍사스 대학교, 캘리포니아 주립 리버사이드대학교, 한국 전역의 연구기관 협력자들이 포함됐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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