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넷플릭스의 뒷배는 미국 정부였나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망 이용료를 내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 법원의 망 이용료 지급 판결, 국내 소비자 여론 조사 결과, 그리고 국회에서의 관련 입법 움직임을 전부 무시한 처사다. 심지어 최근 넷플릭스는 월 구독료까지 대폭 올렸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개 기업이 이러한 무소불위식 행보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5일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토마스 볼머 디렉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했다.

볼머 디렉터가 국회까지 방문해서 언급한 내용은 '한국 인터넷전송사업자(ISP)에 대한 망 이용료 지불 불가'였다.

넷플릭스 주장의 근거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SK브로드밴드와 같은 ISP가 넷플릭스에 부과하는 망 이용료가 이중과금이라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ISP가 이미 인터넷망 이용자들에게 망 이용료를 받고 있으니,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사업자(CP)에게 이를 부과하면 중복 과금이라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이용자의 수요 증가로 인터넷 망에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볼머 디렉터는 "한국의 광대역망은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트래픽)를 충분히 소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사가 구축한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를 ISP에 무상 제공하고 있어 트래픽을 경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넷플릭스 스트리밍에 필요한 트래픽이 초당 3.6Mb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넷플릭스가 이미 미국 등의 나라에서 망 이용료를 지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에 그런 적이 있지만, 지금은 자체 CDN 구축으로 어느 나라에서도 지불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의 주장의 하이라이트는 '인터넷 생태계에 끼칠 악영향'이다. 자사와 같은 CP들이 ISP에 망 이용료를 지불하게 되면, 여타 중소 CP는 물론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 모두 인터넷 망 이용료에 발목을 잡히고, 근원적인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인터넷 비즈니스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콘텐츠 투자에 상당한 투자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기준으로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비용은 125억달러(약 14조 8800억원)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주장에 대한 반박

그러나 넷플릭스의 주장은 지나치게 자사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이중과금 주장에 대해 조대근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ISP는 이용자가 요청하는 데이터를 변경 없이 송수신해야 하는 ‘전기통신역무’를 CP와 개인 이용자에게 제공하는데, 이 역무를 제공받는 이용자라면 CP 역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즉 CP 역시 ISP의 이용자라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같은 ISP를 이용해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ISP의 자산을 이용하면서도 이용료를 지불 못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소비자나 넷플릭스 같이 ISP 망을 이용하는 주체가 서로의 요금을 대납하지 않고, 각자 누리는 서비스에 대한 요금만 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지난 4일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자사의 오픈커넥트(CDN)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국내 소비자 역시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한 설문 결과에서 10명 중 7명이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뉴스레터 업체인 뉴닉이 968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답한 비중이 75.4%에 달했다. 그 이유는 "콘텐츠 회사도 콘텐츠를 전달할 때 망 이용료 지불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그리고 구글(유튜브) 등과 달리 국내 사업자들은 망 이용료를 ISP에게 지불하고있다. 넷플릭스의 주장처럼 해외, 특히 트래픽이 과도한 미국 기업들만 국내에서 망 무임승차를 하게 된다면 이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 심화로 이어진다. 결국에는 소비자들의 부담(ISP 이용료 인상 등)을 전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해외 CP의 합리적인 망 이용료 부과를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개입에 의한 규제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넷플릭스의 막무가내식 무임승차 전략에 대한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장은 넷플릭스가 적극적으로 국내 ISP와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사업자끼리 협의가 안된다면 현재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켜 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 국회의원들은 해외 CP의 망 이용료 지급 거부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구독료 올린 넷플릭스…망 이용료 절대 못내 '뒷배는?'

우리나라 국회와 소비자들의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오히려 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구독료를 12~17% 인상했다. 인상폭이 상당하다. 동시접속 가능 인원수가 2명인 스탠다드 요금제는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동시접속 가능 인원수가 4명인 프리미엄 요금제는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렸다.

특히 한국에서 망 이용료 부과를 강제할 경우, 더 많은 구독료 인상을 암시하고 있다. 자사의 CDN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이미 했고 콘텐츠 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망 이용료까지 지불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구독료를 인상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의 볼머 디렉터는 "규제가 지금 현재 상황에 큰 방해가 되고 있기 때문에 CP들이 서버를 해외에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콘텐츠가 한국 밖에 저장되면 장거리 네트워크에 따른 효율성 저하와 비용도 높아져 사용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규제가 시장을 변화시키면 결국엔 구독자들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넷플릭스가 ISP에 이용료를 내면 구독자가 내야할 요금이 계속해서 증가한다고도 말했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뒷배는 바로 미국 정부다. 정당한 비용청구를 요구하는 한국의 기업에 대해, 자사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현재의 갈등을 무역분쟁으로 비화시키고 있다. '한국 대 미국 정부, 누가 힘이 더 센가'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사진=전경련)

실제 미국 정부가 나섰다. 25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 협의석상에 나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넷플릭스에 대한 망 이용 대가 문제였다. 미국 기업에 대한 망 이용료 지불을 중단하라고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것은 자국(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USTR이 말한 차별 금지를 보자면, 국내 기업들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네이버, 카카오 등은 국내 ISP에게 연간 700억~1000억원 수준의 전송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소송 당사자인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트래픽은 지난 2018년 5월 50Gbs에 불과했지만, 올해 9월 1200Gbps로 24배 가량 폭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유발하는 트래픽량이 폭증했고,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지불하는 망 이용료 등이 수치상 드러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와 미국 정부가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 정부까지 나선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 국회에서 국내 기업을 위한 입법을 진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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