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싸움의 최전방에 내몰려 낭패를 겪고 있는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 완화로 부활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의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일부 제품과 기술 판매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공급사에게 113선의 수출 면허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SMIC에 대해서는 188건의 수출면허를 발급했다. 이를 수출 비용으로 환산하면 화웨이 공급업체는 610억 달러(약 72조원), SMIC 공급업체는 420억달러(약 49조원)로 총 120조원의 규모다.
공급사들의 승인 요청에 대한 미 정부의 승인 건수 비중은 화웨이가 69%, SMIC는 90%에 달할 정도로 높다. 미중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허가 비중이다.
화웨이는 2019년에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SMIC는 이듬해인 2020년 12월에 미국의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업들이 화웨이와 SMIC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됐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에 반도체 소재 부품 수출 허가를 했던 것처럼, 강한 제재에 들어간 것이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5G 통신장비 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20%로 1위 삼성전자를 위협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4% 점유율을 기록했다. 부품 확보가 안돼 5G 스마트폰 제작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탓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완화로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시장의 부활을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아직 미중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고, 국제 패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정치 싸움이 한창이다. 때문에 이번 화웨이 등에 대한 수출 허가에 대해 미국 내 정치권 비판이 일고 있다. 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기술 수출 완화 조치가 적에게 기술을 유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도 미국의 기업들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 재개를 원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양국간 정치적 갈등으로 경제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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