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걱정 줄여줄 연어만한 '로봇물고기' 등장

이미 우리주변 바다와 강물 도처에 미세 플라스틱이 녹아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일단 이들이 주변 환경으로 나오면 제거하기 매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는 물속에서 2mm 정도의 물속 미세플라스틱 입자 제거 효과가 확인된 로봇물고기가 등장했다. 연어 만한 50cm짜리 로봇물고기다. 앞서 지난 6월엔 이보다 더 미세한 플라스틱을 포획하는 1.5cm길이의 그야말로 미세한 로봇물고기가 발표됐다. 이 소형 로봇물고기는 전복 안쪽 자개층에서 영향받은 소재로 만들어 더 작은 플라스틱을 포획한다. 이 둘을 결합해 훨씬 더 경쟁력있는 미세플라스틱 제거기술이 나올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되길 기대하며 이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연어만한 길이 50cm크기의 로봇피쉬···2mm 미세플라스틱 걸러낸다

서리대학교 로봇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이 로봇물고기는 아가미에 있는 스크린을 사용하여 플라스틱을 걸러낸다. (사진=서리대학교)

최근 발표된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내는 로봇물고기는 영국 서리대학교에서 열린 로봇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후 만들어진 로봇이다.

서리대학교는 지난 20일(현지시각) 발표 자료를 통해 로봇 연구원들이 ‘로보피쉬’ 개념을 시제품으로 만들어 현실화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이 대학 주최로 열린 자연로봇대회(Natural Robotics Contest) 우승자인 서리 대학교 화학과 학생 엘레노어 매킨토시는 뉴아틀라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질오염, 특히 플라스틱 오염은 큰 문제다. 바다뿐만 아니라 강, 개울, 호수, 연못도 고통받고 있다. 이것은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없게 만든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나는 다방면에 융통성을 갖추도록 기능에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 물에서 생기는 문제를 물속 생물보다 더 잘 해결할 생물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로봇 물고기는 연어만한 크기로서 헤엄칠 때 물을 걸러내기 위한 아가미를 가지고 있다.

매킨토시는 ”물고기는 환경에 적응하고 아가미는 혈류로 산소를 걸러내는 데 특화된 자연의 놀라운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나는 물고기 산소대신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내는 필터를 만들기 위해 물고기에서 착안해 이를 디자인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먹는 로봇 물고기

플라스틱을 걸러내는 로보피쉬는 밤에 빛을 낼 수 있다. (사진=서리대학교)

이 로봇은 꼬리를 펄럭이고 물(과 미세플라스틱)을 몸안 공간으로 삼키기 위해 입을 벌린 채 물 속을 움직인다.

물고기 로봇 내부가 물로 꽉 차면 입을 다물고 미늘창처럼 생긴 아가미 플랩을 열고 내부공간의 바닥을 올려 힘을 주면서 물을 플랩으로 배출한다. 아가미 플랩은 작은 그물로 덮여있어 물만 통과시키고 플라스틱 찌꺼기는 잡아낸다.

약 50cm 길이의 이 로봇물고기는 이미 크기가 2mm 정도로 작은 입자들을 포획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 로봇에는 수중 움직임 추적을 위한 관성 측정 장치(IMU)와 탁도와 수중 광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내장됐다. 또 밤에 빛을 내도록 설계됐다.

현재 나온 시제품은 유선으로 연결된 원격 제어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향후 로봇은 훨씬 더 작은 입자들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잠재적 추가 업그레이드에서 더 빠르고, 더 유체역학적인 몸체에 더 강한 꼬리와 독립적으로 수영할 수 있는 능력이 추가되길 기대해 보자.

서리대학교 자연로봇경진대회에서 우승한 이 플라스틱 제거용 로보피쉬가 시제품으로 만들어져 나왔다. 사진은 로봇피쉬의 얼개다. 오른쪽 위에서부터 아래로 가슴지느러미, 아가미/입모터, 아가미 갈퀴, 메쉬, 가슴 지느러미 모터, 꼬리 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작동 봉, 꼬리 지느러미 모터, 배터리와 마이크로 컨트롤러, 센서(빛과 탁도 측정용).(사진=서리대)

지난 5월에 발표된 서리대학교 자연 로봇 경연대회는 일반 대중들이 지구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제를 수행할 동물이나 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로봇에 대한 개념을 제출토록 장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리대학교는 생체에서 영감을 받은 로봇을 제안하는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였고, 우승한 로봇에 대해서는 기능성 시제품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이 대학교 화학과 학생인 매킨토시가 만든 플라스틱 수집용 로보피쉬가 우승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서리대학교과 주최한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플라스틱을 먹는 로보피쉬의 컴퓨터디자인설계(CAD) 도면. (사진=서리대학교)

서리대학교 강사이자 이 대회를 만든 로버트 시달 박사는 “우리는 우리의 수로에 버려지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결국 어디로 끝나는지 모른다. 우리는 이 로보피쉬와 그 후손들이 우리의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찾고, 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회 주최 측은 전 세계로부터 출품작을 받았고 여기에는 로봇 성게와 숲을 지키는 곰 로봇도 포함돼 있다.

영국 및 유럽연구기관의 전문가 심사 패널에 의해 최고의 아이디어가 선택됐고, 이후 선택된 출품작들은 작동하는 시제품으로 개발됐다.

서리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 기술은 엔지니어들에 의해 계속 개발될 것이며 일반인들도 이 기기의 오픈소스 계획을 보면서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엘레노어 매킨토시가 설게한 이 로봇물고기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란 점에서 놀라움을 더한다. 이는 자연히 지난 6월 나노레터스 저널에 소개된 진주조개의 자개층에서 영감받은 소재를 적용, 미세플라스틱을 달라붙게 한 소형 로봇물고기(길이 1.5cm)를 떠올리게 한다.

두 로봇물고기의 기능과 작동방식을 결합하는 더 나은 미세 플라스틱 물고기가 등장해 수역의 오염을 제거할 획기적 방법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이 소형 로봇물고기도 소환해 소개한다.

진주조개 자개층서 영감받은 소재로 만든 15mm 크기 로봇피쉬

빛으로 작동하는 물고기 모양의 로봇. 이 로봇은 수영하면서 미세 플라스틱을 수집한다. 아래 가로 막대 길이는 10mm다. (사진=나노레터스)

진주조개의 자개 구조에서 영감받은 재질로 만들어진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 로봇이 새로운 환경오염원으로 등장한 미세 플라스틱 포획(흡착)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노레터스 6월 22일자는 중국 시안 서북공대, 청두 쓰촨대, 쓰촨농대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미세 플라스틱 수집용 소형 물고기 로봇 개발 성과를 소개했다.

중국 연구진은 이 작고 유연한데다 스스로 움직이기까지 하는 작은 물고기 로봇이 특히 수로의 바닥 구석과 벌어진 틈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노레터스 저널에 따르면 중국 재료 공학자들의 이 미세 플라스틱 제거용 소프트 로봇은 근적외선 레이저를 빠르게 켜고 끄면서 물고기 꼬리를 펄럭이며 수영한다. 초당 2.67 몸길이 속도로 움직인다. (사람은 초당 1 몸길이 속도로 움직일 경우 1시간에 6.4km를 간다.) 이는 물 속에서 움직이는 활동적인 식물성 플랑크톤과 거의 비슷한 수영속도다. 또한 이전에 보고된 다른 어떤 수영하는 소프트 로봇보다 빠른 속도다.

이 로봇 물고기는 꼬리에 달린 스캐닝 라이트의 방향을 변경해 진로를 바꾼다.

이 로봇의 재질은 수생 환경에서 쉽게 손상될 수 있는 진주조개 진주층(자개)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경사에서 영감을 받은 물질로 만들어졌다. 이는 전통적 소프트 로봇 제작용 물질인 하이드로겔과 실리콘 고무와는 차별화된다.

(a)진주조개 자개층 구조도. (b)복합 재료의 계층적 나노 구조도. (c) 폴리우레탄 사슬과 사이클로덱스트린 술폰산염화 그래핀 시트 사이의 다중 수소결합 상호작용 모습을 표현한 그래픽. (사진=나노레터스)

연구진은 합성 나노시트로 알려진 소재, 즉 술폰산염화 그래핀 시트에 박힌 베타(β)-사이클로 덱스트린 분자로 된 2차원 나노구조를 만들었다. 이어 나노시트의 용액을 다른 농도로 폴리우레탄 혼합물에 넣어 경사를 만들었다. 이 물질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 물질이 표면에 흡수될 수 있는 여러 부위를 포함하는 구조를 갖게 됐다.

이러한 방법으로 이 물고기 로봇은 주변의 폴리스틸렌 미세 플라스틱을 반복적으로 흡착해 다른 곳으로 운반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가역적이다. 따라서 추후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할 수 있으며, 이 소프트 로봇 물고기는 오염물을 완전히 적재한 상태에서도 초당 1.93 몸길이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물고기로봇은 탄력성이 있어 원래 길이의 20배까지 늘어나도 30분 후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 로봇 물고기의 소재는 절단된 후 약 12시간이 지나면 89%의 효율로 스스로 치유될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나다. 나노시트와 폴리우레탄 매트릭스를 연결하는 다중 수소 결합 덕분이다. 흡인력은 고온에서, 또는 물질이 늘어나거나 절단될 때 분산되지만, 실온에서 점차적으로 다시 재형성된다.

이를 결합해 초미세, 그리고 미세 플라스틱을 모두 흡착하고 걸러내는 더 실용적 로봇 개발 성과를 기대해 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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