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의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방식, ‘개막식 맞춰’ 대중국 법안 가결

[AI요약] 주요 동맹국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주도한 미국이 이번에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 시기에 맞춰 상하 양원에서 앞다퉈 대중국 법안을 발의, 개막 당일인 지난 4일 표결을 실시해 찬성 222표, 반대 210표로 법안을 통과 시켰다. 민주당 지도부는 보다 신속한 입법절차를 위해 상임위 회부단계를 생략하고 즉각 ‘법안 투표 진행 여부’를 묻는 절차적 표결을 진행, 속전속결로 본회의 통과까지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하원에서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 시기에 맞춰 작심한 듯 대중국 견제법안이 통과됐다. (이미지=픽사베이)

주요 동맹국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주도한 미국이 이번에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 시기에 맞춰 상하 양원에서 앞다퉈 대중국법안을 발의, 지난 2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 절차적 표결을 통해 ‘미국경쟁법안(ACA, The America COMPETES Act)을 가결 처리 후 올림픽 개막 당일인 지난 4일 표결을 실시해 찬성 222표, 반대 210표로 법안을 통과 시켰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통과된 이번 법안에는 3000억 달러(약 360조원)을 연구·개발 투자에 배정하는 한편, 미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 및 생산 증대를 위해 520억 달러(약 62조원)를 투입하고, 공급망 차질 완화를 위해 총 450억 달러(약 53조원)을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해 6월 중국 견제 및 첨단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상원에서 발의·통과된 ‘미국혁신경쟁법(USICA, United State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보다 공격적인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당시 ‘미국혁신경쟁법’은 하원과의 의견차로 입법이 지연된 상태다.

미 하원의 이번 법안 통과 과정은 전례에 비춰볼 때 매우 긴급하게 진행됐다. 미국의 일반적인 입법절차는 △발의된 법안의 소관 상임위 회부, △의견 청취, △법안내용 검토·수정, △본회의 심의(표결) 순으로 진행되지만, 낸시팰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보다 신속한 입법절차를 위해 상임위 회부단계를 생략하고 즉각 ‘법안 투표 진행 여부’를 묻는 절차적 표결을 진행, 속전속결로 본회의 통과까지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에서 통과된 ‘미국경쟁법안’은 앞서 상원에서 통과된 ‘미국혁신경쟁법’과 병합해 심사를 받은 후 단일 법안으로 조율해 상하원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공포하면 최종적인 법률로 확정된다.

민주당 주도에 뿔난 공화당, 협조 안되면 ‘최종 법안 처리’ 난망

하원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미국경쟁법안'은 양원협의위원회를 거쳐 상원에서 통과된 '미국혁신경쟁법'과 병합해 최종 법률로 확정되는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속전속결 방식에 불만을 품은 공화당 측과의 조율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상원에서 먼저 통과된 ‘미국혁신경쟁법’과 비교해 상이한 부분에 대한 양원 합의는 양원협의위원회(conference committee)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문제는 하원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미국경쟁법안’에 대해 상원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당의 의견이 배제된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하원에서 이번 법안 통과 당시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은 1명에 불과했다.

이에 민주당은 양원협의위원회를 통해 상원 공화당 의원 19명이 찬성한 ‘미국혁신경쟁법’ 내용을 상당 부분 반영한다는 방침이지만, 합의된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60표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황은 녹록치 않다.

민주당이 이렇듯 서두르는 것은 올 11월 중간선거 전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서다. 따라서 ‘미국경쟁법안’의 최종 통과 시점을 올 3월로 잡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이 오는 3월 1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이전에 통과 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정작 통과 열쇠를 쥐고 있는 공화당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이다.

각국 이해관계 얽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미국이 추진하는 대중국 견제법안은 반도체 등 주요산업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공급망 복원을 위한 각종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다만 일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무역구제제도 절차 강화 등의 내용은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즉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셈이다. 특히 반도체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관련국인 일본, 대만의 속내는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한 셈법으로 가득하다.

예컨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이면에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반도체 공급망이다. 지난 1월 25일(현지시간) 미구 정부가 발표한 ‘전세계 반도체 부족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극심한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원인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반도체 수요가 평균 17% 증가했고 이는 각 기업들의 수요 예측치를 초과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급기야는 사용자용 특정 반도체 제품 평균 재고분이 2021년에는 5일분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이처럼 반도체 공급 부족 원인은 수요 예측 실패로 언급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 기업들의 과도한 반도체 비축량 증가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샤오미, 오포 등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중국의 대기업들이 적정치보다 과도하게 반도체를 비축했고 이것이 수요 예측치를 초과해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두고 트럼프 정부 시절 화웨이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불안감이 커진 중국 기업들이 평소보다 비축량을 과도하게 늘렸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비축량을 늘린 것은 미국의 책임도 없지 않다. 미국이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안보상의 이유로 자국기업들에 대해 화웨이에 공급하는 부품에 대한 허가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규제가 중국 기업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나라와 정치, 문화적인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 되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대만 TSMC와 손을 잡고 대놓고 삼성전자를 표적 견제하는 ‘반도체 동맹’을 결성했다는 점이다. 다만 이는 대외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모양새로 진행되고 있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오는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중국이 대만에 대해 군사행동을 불사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이유도 미국과 일본이 TSMC를 좌지우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항해 TSMC를 장악,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수호하겠다는 속내가 반영돼 있다.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 확보를 둘러싼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 의회의 이번 ‘미국경쟁법안’에 포함된 520억 달러 중에는 자국 기업인 인텔의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자국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등에 지급하는 막대한 보조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 상무부는 이미 법안 통과를 기정 사실화하고 자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을 설립, 증설, 현대화 하는 기업 사업에 대한 보조금과 신용 공여를 하는 내용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EU 등에도 본격화되고 있다.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이 우리나라에 잇단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을 통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에 투자·세제·인프라·인력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렇듯 각국이 앞다퉈 반도체 인프라 강화에 나설 경우 자칫 수년 내 과잉 공급사태로 인한 반도체 가격 폭락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오는 3월 예정된 금리인상, 양적 긴축 움직임은 우리나라와 기업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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