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 사태, TV 이어 노트북·태블릿 가격 오르나

전세계적 반도체 대란이 소비자용 전자 제품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일부 고급 TV 가격이 이미 지난해 여름에 비해 30%나 인상됐고, 노트북PC와 태블릿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와이어드 등 주요 외신은 최근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 특히 디스플레이용 집적회로(IC) 공급 물량 부족 사태가 심각해 디스플레이 사용 제품들이 가격 인상 영향권에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달초 중국 콰이커지(快科技)가 소니와 삼성전자가 TV가격을 5~10% 올릴 것이라고 보도한 데 이어 나왔다. LCD패널 가격은 올해에만 80%, 여타 TV 원재료 비용도 30~50% 오르며 전체 TV 제조원가가 두 배로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삼성전자는 당장 TV 가격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반도체 대란으로 디스플레이용 IC 품귀 현상이 겹쳐진 셈이다.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전자제품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디스플레이용 IC 부족 사태의 배경으로 크게 3가지를 들었다. 즉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후 업계의 반도체 수요 예상 실패에 따른 주문 축소(디스플레이 기기 사용이 오히려 증가) ▲이전 세대 공정을 사용하는 디스플레이용 IC 생산 순위가 최신 고부가 공정 반도체에 밀린 점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에 따른 해당 기업들의 반도체 사재기 등이 꼽혔다.

▲일부 고급 TV가 지난해 여름에 비해 30% 오르는 등 조만간 디스플레이 제어용 IC부족으로 TV,노트북PC,태블릿 등 화면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 가격 인상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미국 가전 양판점 베스트바이 내부. (사진=위키피디아)

코로나19로 집콕···TV·노트북·태블릿 소비↑ 반도체 공급↓

코로나19 팬데믹은 TV, 노트북PC, 태블릿의 수요를 치솟게 만들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로 사람들이 '줌'을 통해 공부하고 일하며, '스카이프'로 사람들과 사회활동을 하고, 코로나 우울증 해소를 위해 '넷플릭스'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추가로 화면을 보는 시간이 늘면서 TV를 시작으로 일부 (디스플레이)전자 기기들의 수요가 늘었다. 이는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될 반도체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켰다.

시장조사 업체 NPD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대형 TV 모델의 가격이 지난 여름에 비해 약 30% 올랐다. 이러한 가격 급등은 현재 벌어지는 반도체 위기의 직접적 결과다. 또한 해결 방법도 단순한 생산량 늘리기 이상으로 복잡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같은 디스플레이용 IC를 사용하는 전자제품들, 즉 노트북PC, 태블릿, 가상현실(VR) 헤드셋 등에서 유사한 가격인상 충격을 경험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에이수스, 3월에 인상 경고···시냅틱스도 “가격이 확실히 오르고 있다”

일부 제조업체는 이미 잠재적 가격 상승에 대해 경고했다.

일례로 대만의 대표적 컴퓨터 제조업체인 에이수스는 지난 3월 분기 실적 발표에서 “부품 부족은 더 높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고 말해 반도체 부족이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용 집적회로(IC)를 제조업체에 판매하는 마이클 헐스톤 시냅틱스 최고경영자(CEO)는 “불행히도 부품 가격이 확실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가격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우리 고객이 인상된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컴퓨터 제조업체 에이수스는 지난 3월 분기 실적 발표에서 “부품 부족은 더높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고 말해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사진=아마존)
▲대만 컴퓨터 제조업체 에이수스는 지난 3월 분기 실적 발표에서 “부품 부족은 더높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고 말해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사진=아마존)

 

간단한 공정의 값싼 반도체 증산하기 어려운 이유

왜 값싸고 상대적으로 제조하기 쉬운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지 못해 공급부족사태를 부르며 결국 전자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까. 한마디로 다른 고부가 반도체에 생산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 압박은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지만 이러한 디스플레이용 IC는 특정한 문제를 제기한다.

디스플레이 제어용 반도체는 특별히 최신 공정을 요하는 것이 아니기에 일반적으로 몇 세대 뒤떨어진 공정의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보다 가치 있는 부품을 생산하는 첨단공정 반도체 공장 건설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오래된 설비에서 생산량을 더 늘리기 위해 투자할 유인이 거의 없다. 따라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도체 제조 공정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공정 (사진=삼성전자)

 

이미 모든 종류의 전자 기기들이 반도체 부족사태의 영향을 받았다.

노트북의 에이수스의 경고에 이어 지난주에는 게임기 공급사 소니도 분석가들에게 플레이스테이션5(PS5)가 반도체 부족으로 내년까지 제품 공급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수급 불균형을 반영하듯 전자부품 공급 중개 업체들은 어떤 부품들의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다고 말한다. 이들은 일례로 수많은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전압 조정기 가격은 통상 50센트(약 565원)지만 70달러(약 7만900원)에 팔리고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디스플레이 제어용 IC를 사용하는 전자제품들이 이같은 반도체 공장의 생산상 제약의 영향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하게 느끼게 될 것 같다.

“반도체 부품 재고 바닥”···“화면 사용하는 모든 제품 가격 상승 영향권”

전자 부품 공급업체인 AV넷의 페기 캐리어리스 부사장은 “최근에 들은 바로는 재고가 바닥났다”며 “따라서 이러한 새로운 가격은 소매점과 소비자에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족한 반도체는 IC의 한 유형에 불과하지만 이의 부족으로 인한 파급력은 광범위하다.

시장 분석업체 옴디아의 폴 개그논 가전 담당 선임 연구이사는 “화면이 들어가는 모든 제품은 이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는 PC 제조업체들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예를 들어 더 적은 용량의 메모리를 사용해 가격 인상을 피하고 같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모노프라이스의 폴 콜라스 제품담당 부사장은 부품 부족의 영향을 받아왔다고 털어 놨다. 그는 모노프라이스가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지만 판매와 다른 프로모션을 취소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콜라스는 “어떤 경우에는 공급 기간이 긴 부품들을 확실히 확보하기 위해 공급 요구 사항이 잘 먹히도록 파트너에게 선불금을 더 많이 투자해야 할 필요성까지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례없는 칩 가뭄 요인은 복합적

유례없는 반도체 가뭄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가전제품과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붐을 불러왔고, 경기 침체는 특정 산업들이 수요 하락 양상에 대해 심각하게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었다.

그 영향은 전통적 가전 제품 기술을 넘어섰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은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후 상황이 바뀌자 당황하고 있다. 반도체 부품 주문을 선제적으로 취소한 상당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후 공급량 확충을 기다리면서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자동차에도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최근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으로 자동차 생산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지=삼성전기)
자동차에도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최근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으로 자동차 생산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지=삼성전기)

 

지난 3월 일본에서 발생한 화재로 디스플레이용 IC를 포함한 다양한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문을 닫은 것도 광범위한 공급망 파괴를 심화시켰다.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도 한몫 했다. 최근 몇 년 새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주요 가전제품 생산업체를 제재 대상 기업에 올리면서 이들의 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 것도 이들이 반도체를 최대한 비축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족이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것이 세계 반도체 제조 지형 재편을 가져오게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많은 산업계에 반도체 생산의 중요성을 재부각시켰다. 특히 인공지능(AI), 5G통신, 군사기술 등 핵심 분야의 기술 발전에는 최첨단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미국의 대표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최근 몇 년간 대만 TSMC나 우리나라 삼성전자 등에 밀렸지만 최근 선두 자리를 되찾기 위한 집중 투자 계획을 밝혔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미국 반도체 생산 능력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반도체 업계 생산시설 확충 및 연구개발에 500억 달러(약 50조5250억원) 규모의 투자지원을 약속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드론? UFO?’ 미국 상공 ‘자동차 크기 비행체’ 정체는?

바다 위를 비정상적인 패턴으로 비행하는 자동차 크기 만한 비행체 50대를 목격한다면? 내 머리 위를 날고 있는 스쿨버스 크기 만한 비행체를 목격하게 된다면? 현재 미국 전역 상공에서 목격되고 있는 미스터리한 비행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면서, 진실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1km 밖 인마살상’ 소형드론엔···초강력 레이저 총 탑재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중국 국방과기대학(國防科技大學) 연구진이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만 여겨져 왔던 사람은 물론 장갑차 철판까지 뚫는 초강력 레이저총을 탑재한 소형 드론 개발에 성공했다. 소형 드론에 강력한 레이저총을 탑재할 수 있는 기술력은 지금까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기에 주목받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육안으로는 피아 식별조차 불가능한 1km 밖 거리에서도 적군을 정확히 공격할 수 있다.

[인터뷰] 백명현 스테이지랩스 대표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는 양방향 라이브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백명현 대표가 창업한 스테이지랩스는 K-팝 디지털 포토카드 플랫폼 ‘tin(틴)’을 비롯해 CJ ENM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탄생한 글로벌 K-팝 컬쳐 플랫폼 ‘엠넷플러스’, 최근 론칭한 ‘링크(liNC)라는 삼각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확보한 글로벌 이용자 수가 무려 1200만명에 이른다. 특히 자체 개발 플랫폼 ‘링크(LiNC)의 경우 이용자의 84%, 누적 매출의 95%가 글로벌에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갖 론칭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지표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 AI규제 완화한다는데... AI 산업계 어떻게 달라질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AI 정책이 큰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AI 혁신과 국가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바이든 행정부의 AI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