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매우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반도체 시장 전망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나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을 근거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투자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삼성전자는 시장 1위를 유지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투자에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캠퍼스 2라인에 8조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 투자를 발표했다. 코로나19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으로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1일 발표한 평택캠퍼스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 투자 발표는 지난달 21일 평택에 극자외선(EUV) 전용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라인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평택 생산라인에 최소 18조원에서 20조원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불황에도 투자는 늘린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에도 연구개발과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반도체 초격차’를 더욱 늘리겠다는 목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파운드리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라고 밝히면서 투자 강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심혈을 기울여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분야는 낸드플래시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5세대 이동통신(5G), 엣지컴퓨팅 등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낸드플래시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수요 확대를 예상 중이다. 특히,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의 사용량 증가와 함께 5G시대가 다가오면 데이터의 속도와 전송량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의 역할도 커지고, 자연히 낸드플래시의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18년 동안 낸드플래시 시장 1위에 올라서 있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말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점유율 33.3%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불황기 터널을 지난 낸드플래시 시장은 올 1분기 바닥을 찍고 큰 폭으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분기 대비 8.3% 성장한 136억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각종 정보기기(IT) 수요가 움츠러들었지만,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해 서버용 낸드플래시가 불티나게 팔린 것이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낸드플래시 재고 수준은 '공급 부족' 상황에 가까운 2~3주 수준으로 안다”며 “삼성전자가 앞으로의 낸드플래시 호황을 예상하고 투자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